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 사고 이후 7일간의 이야기를 다룬 넷플릭스 일본 드라마 <더 데이즈>(8부작)의 한국 공개가 지연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더 데이즈>는 지난 1일 전세계에 공개됐는데, 한국에서는 특별한 공지 없이 12일 현재까지 서비스되지 않고 있다.
이날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더 데이즈> 한국 공개 지연은 6월 자체등급분류제 시행 이후 ‘일본 콘텐츠’를 두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계와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의 업무처리 과정에서 야기된 사태로 보인다. 자체등급분류제가 시행됐지만, ‘일본 콘텐츠’는 기존대로 영등위에서 심의를 받도록 했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시책으로 법규에 규정된 것은 아니어서 방송사는 자체 심의도 하지만, 이제 시작한 대형 오티티는 사정이 다르다. 한 오티티 관계자는 “대형 오티티 사업자들은 여러 가지 우려되는 점이 많아 일본 콘텐츠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라고 했다. 넷플릭스는 현재 영등위에 <더 데이즈> 등급분류심의를 신청하지 않은 상태다.
오티티 사업자들이 일본 콘텐츠 심의를 두고 고심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현재 모든 일본 콘텐츠는 영등위로부터 관람등급을 받아야 한다. 그런 다음 극장에서 먼저 상영한 뒤에야 스트리밍이나 티브이(TV) 방영이 가능하다. 지금껏 주요 오티티에서 처음 공개한 일본 오리지널 작품은 모두 이런 과정을 거쳤다. 8부작 일본드라마 <아리스 인 보더랜드>도 작은 영화관에서 먼저 공개한 뒤 넷플릭스에서 서비스했다.
우리나라에 처음 공개될 <더 데이즈>도 넷플릭스에서 선보이려면 영등위에서 등급을 받은 뒤 영화관에서 먼저 상영해야 하는데, 오티티 입장에선 자율규제가 도입됐음에도 이런 변칙 상영을 해야 하느냐는 고민에 빠진 것이다. 넷플릭스는 <더 데이즈>를 포함해 드라마 <이혼합시다> 등의 일본 콘텐츠도 공개 날짜를 늦췄다.
하지만 예고편까지 공개한 뒤 공지 없이 삭제하고, 서비스 예정일을 무기한 연장하는 행태는 문제로 지적된다. 넷플릭스는 자율등급분류제 이전에도 <에프원(F1) 본능의 질주> <마이클 조던: 더 라스트 댄스>를 예정일 보다 한달 지나 공개한 바 있다. 최근 역사 왜곡 공방이 오갔던 다큐멘터리 <퀸 클레오파트라>가 대표적 사례다. 넷플릭스 코리아 쪽은 “자율등급분류제 과도기 과정까지 지나면 앞으로 예정일보다 늦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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