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바비>의 주인공 마고 로비와 라이언 고슬링. 배급사 제공
본격적인 엔데믹과 함께 “전 세계 영화업계 표준을 만들어주는 한국 시장”(지난해 12월 <아바타:물의 길> 홍보차 내한한 제임스 카메론 발언)을 찾는 할리우드 스타들의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다. 다음 달 19일 개봉을 앞둔 <바비>의 주인공 마고 로비와 라이언 고슬링은 13일 쇼트폼 동영상을 통해 첫 내한 소식을 한국팬들에게 직접 알렸다. 할리우드에서 톱스타인 두 사람은 다음 달 2일 동료 배우 아메리카 페레라, 감독 그레타 거윅과 함께 한국 팬들을 만난다.
이보다 앞서 이달 26일에는 <유전>(2018), <미드소마>(2019) 등 단 두 작품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신예 공포영화 감독 아리 애스터(37)가 호와킨 피닉스와 협업한 신작 <보 이즈 어프레이드> 개봉(7월5일)을 앞두고 내한한다. “한국에 태어났어야 했다”는 농담을 할 정도로 한국 영화광인 애스터는 나흘간 한국에 머물며 다양한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내한 때마다 한국에 대한 각별한 사랑을 자랑했던 톰 크루즈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 다시 한국을 찾는다. <미션 임파서블:데드 레코닝 파트 원> 개봉(7월12일)을 앞둔 이달 29일 11번째 내한 입국도장을 찍는다.
할리우드 스타들의 내한 홍보는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2010년대부터 한국 영화시장이 세계적인 규모로 급부상하며 내한 홍보는 <분노의 질주> <트랜스포머>등 대작 프랜차이즈 영화의 필수코스로 부상했다. 특히 <아이언맨>부터 한국에서의 흥행 화력이 남달랐던 마블스튜디오의 시리즈는 거의 모든 출연진들이 한국을 찾았다. 유일하게 내한하지 않았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팀이 지난 4월 한국을 찾아 “홍보투어 첫 나라가 한국이라 더 뜻깊다. 한국 영화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제임스 건) 는 등 한국 팬들에게 뜨거운 구애의 손하트를 날렸다. <바비> 출연진과 감독을 초청한 워너브러더스코리아의 고위 관계자는 “코로나 이전뿐 아니라 코로나로 극장가가 어려웠을 때도 한국은 할리우드의 중요한 마켓이었다. 방역문제 때문에 내한 홍보가 이뤄지지 않았을 뿐, 앞으로 활발하게 스타들의 한국 방문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거리두기로 인한 극장 운영 제한 등 코로나 유행기간 다른 나라보다 엄격한 방역을 유지한 한국의 영화시장은 지난해 세계 7위에 머물렀지만 코로나 직전인 2019년에는 북미(캐나다·미국), 중국, 일본에 이어 4위 규모였다.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영화산업결산보고서) 중국은 총매출액 93억달러(2019년)로 한국(16억달러)의 5배가 넘지만 영화 개봉을 국가가 통제해 할리우드 배급사의 마케팅 전략 수립이 불가능하다. 일본(24억달러)은 보통 전세계 동시개봉과 무관하게 개봉시점을 잡는데다 월드와이드 마케팅 수법이 통하지 않아 흥행의 ‘갈라파고스’로 불리기도 한다. 이 때문에 북미를 제외한 월드와이드 마켓, 특히 아시아 영화 시장에서 한국 흥행과 입소문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할리우드가 손하트를 날리면서 한국 시장을 애지중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난 4월 내한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출연진들. 배급사 제
최근에는 케이(K) 콘텐츠의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한국문화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면서 국외까지 전파되는 한국의 언론보도와 입소문의 힘도 더 커지고 있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한국 언론은 치열하게 경쟁하며 보여주기의 속도와 양이 다른 나라보다 월등하다. 이런 게 아시아 지역뿐 아니라 전체 시장에서 영화팬뿐 아니라 케이(K) 콘텐츠 팬들에게 굉장히 큰 홍보효과를 가진다”고 짚었다. 또 “대작영화일수록 초기에 큰바람을 일으키는 게 중요한데 금세 달아오르는 이른바 한국문화의 ‘양철지붕’ 효과와도 맞아떨어지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콘텐츠와 유행에 민감한 한국 소비자들의 특성이 초반 바람몰이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한국팬들에게 서비스하러 와서 팬들의 엄청난 환대로 서비스를 받고 가는 스타들의 만족감도 빼놓을 수 없다. 2015년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 홍보를 위해 내한했던 마크 러팔로는 “비틀스가 어떤 기분인지 알 것 같았다. 한국으로 이사가야 할 거 같다”는 등 한국팬들의 뜨거운 반응을 미국 토크쇼 등에서 여러번 언급했다. 톰 크루즈가 한국에 출근 도장을 찍는 이유 역시 “한국팬들의 남다른 반응과 환대”가 있음을 이야기하곤 했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사진 각 배급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