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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범죄도시’ 극장가 휩쓸어도…‘작은영화’는 계속된다, 쭈욱~

등록 2023-06-16 08:00수정 2023-06-16 08:24

영화 ‘말없는 소녀’ 입소문 타고 1만명 넘어
대전 대덕구엔 독립예술영화전용관 생겨나
영화 <말없는 소녀> . 슈아픽처스 제공
영화 <말없는 소녀> . 슈아픽처스 제공

스크린 수 2352개, 상영횟수 1만2719회. vs 스크린 수 45개, 상영횟수 50회.

지난달 31일 개봉한 마동석 주연의 <범죄도시>와 아일랜드 영화 <말없는 소녀>의 개봉일 상영 현황이다. <범죄도시>는 주로 500석 이상의 상영관을, <말없는 소녀>는 100석 이하의 상영관을 배정 받았음을 감안하면 이 작은 영화에 주어진 기회는 훨씬 더 작은 셈이다. 하지만 <말없는 소녀>는 개봉 보름만인 15일, 관객수 1만명을 달성했다. 개봉관의 대작 영화 쏠림이 심해지며 작은 영화의 흥행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가운데 길어 올린 값진 성과다.

코로나로 발길이 끊겼던 극장은 올해 들어 일본 대작 애니메이션과 할리우드 프랜차이즈 영화, <범죄도시> 개봉으로 빠르게 활기를 찾아가고 있다. 반면 독립예술영화에 끊긴 발길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블록버스터급 예술영화라 할 수 있는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슬픔의 삼각형>이 5만명을 동원하고 <애프터 썬>이 4만9천명으로 깜짝 성과를 올렸을 뿐 올해 관객 수 1만명을 넘긴 예술영화를 찾아보기 힘들다. 세계적인 거장 다르덴 형제 감독이 첫 내한해 주목받았던 <토리와 로키타>조차 개봉 한달이 지난 지금까지 만명을 모으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말없는 소녀>는 수상 소식이나 영화 안팎의 이슈 없이 입소문만으로 관객들을 불러모았다. 개봉 3주차에 이례적으로 전국 씨지브이(CGV) 아트하우스 3곳과 대전과 원주의 독립예술영화관까지 상영관이 늘었다.

아일랜드어 대사로 만들어진 <말없는 소녀>는 클레어 키건의 원작 소설 <맡겨진 소녀>를 스크린에 옮긴 작품으로 올해 아카데미시상식 국제영화상 후보에 올랐다. 폭력적이고 무책임한 아버지와 끊임없는 출산과 육아로 지친 엄마, 가난과 많은 형제들 사이에 치이며 ‘말없는 소녀’로 자라는 코오트(캐서린 클린치)는 여름 방학에 먼 친척 집으로 보내진다. 그곳에서 아일린 아줌마와 자신만큼이나 말없는 아저씨에게서 생전 처음 다정하고 따뜻한 가족을 느낀다. 세련된 영화적 기교 없이 차분하게 어린 소녀와 나이 든 부부가 마음을 여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는 마지막 장면에서 뜨거운 감정의 폭발을 일으킨다.

<말없는 소녀>를 수입 배급한 슈아픽처스의 박상백 대표는 “예상 밖으로 트위터 반응이 뜨거웠다. 30대 여성관객을 중심으로 영화에 대한 좋은 평가들이 넓게 리트윗되고, 엔(n)차 관람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다만 박 대표는 “영화의 제작 뿐 아니라 수입, 마케팅 단가가 올라가 만명 관객은 값진 성과이지만 재생산이나 재투자가 쉽지 않아 기뻐할 수만도 없는 게 요즘 독립예술영화계의 어려운 형편”이라고 짚었다.

대전 대덕구에서 개관한 독립예술영화전용관 소소아트시네마. 소소아트시네마 제공
대전 대덕구에서 개관한 독립예술영화전용관 소소아트시네마. 소소아트시네마 제공

박 대표의 지적처럼 독립예술영화계가 어려워지면서 많은 독립예술영화전용관이 문 닫기 직전의 곤경에 빠져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26일 대전 대덕구에 시민의 힘으로 새로운 독립예술영화전용관이 문을 열었다. 대전 한남대 앞에 개관한 소소아트시네마다. 소소아트시네마는 소소필름협동조합이라는 이름으로 조합원 35명과 펀딩참여자까지 시민 117명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58석의 예술영화전용극장을 설립했다. 필름협동조합의 전신 소소유랑극장협동조합이 대전아트시네마와 연계해 워크숍과 영화 강좌 등을 진행해오다가 “영화도 중요하지만 영화관도 중요하다”는 지역 주민들의 바람을 현실로 옮긴 것이다.

대전 소소아트시네마 개관 기념 기획전 ‘소소한 오프닝’ 포스터.
대전 소소아트시네마 개관 기념 기획전 ‘소소한 오프닝’ 포스터.

소소아트시네마는 대덕구에 처음 생긴 극장이기도 하다. 서명선 조합 이사장은 “독립예술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곳곳에 숨어 있는데 관람 환경이 안돼서 향유를 못한다. 특히 대덕구에는 극장 자체가 없었고 문화 향유의 기회에 편차가 큰 곳이라 이곳에 임대 형식으로 극장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소소아트시네마는 거장의 고전인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자객 섭은낭>, 국내 미개봉작인 <멜팅 아이스크림> <지옥만세>등을 개관 기획전으로 상영했으며 앞으로 지역 주민, 학교들과도 논의해 프로그래밍을 운영해나갈 계획이다. 서 이사장은 “시민들이 직접 문화 공간의 생산자가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면서 “극장 안의 카페와 전시 공간, 넓은 베란다 등을 활용해 지역주민들이 함께 영화 보고 이야기하면서 영화와 사람을 잇는 특별한 장소로 자리잡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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