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카겔이 5일 인천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열린 인천 펜타포트 락페스티벌에서 공연하는 동안 관객들이 슬램을 즐기고 있다. 인천 펜타포트 락페스티벌 제공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의 사이키델릭한 전주가 흘러나오자 함성이 터졌다. 한국 록의 전설 산울림이 1978년 발표한 곡이다. 산울림 출신 김창완이 이끄는 김창완 밴드는 6일 인천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열린 ‘인천 펜타포트 락페스티벌’의 대미를 장식하는 헤드라이너(간판 출연자)로 무대에 올랐다. 20~30대 관객들은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나온 노래에 맞춰 슬램(록 페스티벌에서 서로 몸을 부대끼며 노는 것)을 했다. ‘기타로 오토바이를 타자’에는 기차놀이를 했고, 태평소가 어우러진 ‘아리랑’ 연주곡에는 강강술래 하듯 원을 그리며 돌았다. 김창완이 공연 직전 인터뷰에서 “산울림 초기 곡들을 아마 처음 들을 20~30대 젊은 관객과 어떤 ‘케미스트리’를 이룰지 기대된다”고 했던 말에 대한 확실한 응답이었다.
김창완 밴드가 6일 인천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열린 인천 펜타포트 락페스티벌의 대미를 장식하는 헤드라이너로 무대에 올라 공연하고 있다. 인천 펜타포트 락페스티벌 제공
4~6일 사흘간 펼쳐진 인천 펜타포트 락페스티벌이 역대 최다인 15만 관객을 모으며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섭씨 35도를 넘나드는 기록적인 폭염에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처럼 온열질환자가 속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철저한 대비에 걱정했던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같은 장소에서 다년간 행사를 치러온 주최 쪽은 에어컨이 있는 의료쿨존 컨테이너 5개와 의료쿨링 버스 10대를 배치했다. 또 곳곳에 대형 그늘막도 설치했다. 관객들은 뙤약볕에서 공연을 즐기다가도 중간중간 에어컨 바람을 쐬며 열기를 식혔다. 음식을 사 먹을 때 긴 줄을 서는 대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구매하고 정해진 시간에 찾아가는 방식도 더위를 피하는 데 도움이 됐다.
5일 인천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열린 인천 펜타포트 락페스티벌에 배치된 경찰 특공대 장갑차. 인천 펜타포트 락페스티벌 제공
둘째 날인 5일 비상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오전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요즘 흉기 난동이 유행이라던데 나도 송도달빛축제공원에 가볼까’라는 내용의 협박성 글이 올라왔다. 이에 경찰은 기동대와 특공대 70명을 긴급 투입하고, 장갑차와 폭발물처리반까지 배치했다. 행사장 입구에선 금속탐지기까지 동원하며 소지품 검사를 더욱 철저히 했다. 관객들은 잠시 술렁이기도 했으나, 이내 안심하고 축제를 즐겼다.
과거 록 페스티벌의 전성기 때만큼 화려한 국외 라인업을 자랑하지는 못했지만, 전반적으로 완성도 있는 무대였다는 평가가 많다. 헤드라이너로 출연한 일본 밴드 엘르가든, 미국 밴드 스트록스 등 국외 밴드뿐 아니라 장기하, 검정치마 등 국내 정상급 음악인들의 무대 반응이 메인 스테이지 헤드라이너였어도 손색 없을 만큼 뜨거웠다. 새소년, 이승윤, 실리카겔, 너드커넥션 등 신진 음악인들도 강렬한 무대 흡입력을 입증했다.
검정치마가 5일 인천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열린 인천 펜타포트 락페스티벌에서 공연하고 있다. 인천 펜타포트 락페스티벌 제공
중장년 관객, 아이들을 데려온 가족 관객도 눈에 띄었지만, 주 관객은 20~30대 젊은 층이었다. 이들은 ‘고생 끝에 락이 온다’, ‘적금 깨고 왔읍니다’ 등 재치 있는 글귀를 쓴 깃발을 흔들며 분위기를 띄웠다. 무대에 누가 올랐는지, 어떤 음악인지 크게 가리지 않고 점프하고 막춤을 추고 슬램을 하면서 록 페스티벌 놀이 문화 자체를 즐기는 듯 보였다. 대중음악평론가 김작가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지난해부터 인천 펜타포트 락페스티벌을 대면으로 재개하면서 이런 분위기가 더욱 도드라진 것 같다”며 “앞으로 누가 출연하는지를 떠나 록 페스티벌 자체를 즐기는 흐름이 더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4~6일 인천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열린 인천 펜타포트 락페스티벌에 등장한 다양한 깃발들. 인천 펜타포트 락페스티벌 제공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