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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무빙’ 강풀 “착한 사람들이 협력해서 이기는 얘기 좋아요”

등록 2023-08-28 18:14수정 2023-08-29 18:47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직접 집필한 걸 후회하지 않나?”

공격적인 질문부터 던졌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가 지난 9일 공개한 드라마 ‘무빙’은 원작 웹툰 작가 강풀이 대본을 썼다. 원작은 전개도 빠르고 군더더기가 없는데, 드라마는 다소 더디고 구성의 묘미가 잘 살지 않는다. 재미 요소는 많아서 전문 드라마 작가가 솜씨를 좀 더 부려줬다면 작품의 완성도가 훨씬 높지 않았을까.

“지루하다는 반응이 나올 걸 예상했다.”

28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강풀의 대답이다. 특히 초반부 아이들 이야기가 길어지면 그럴 거라고 봤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서사를 충분히 보여주고 싶었단다. “웹툰 작업을 하면서 시간 때문에 못 담은 이야기가 많았는데, 드라마에서는 개개인을 입체적으로 잘 살려주고 싶었어요.”

그는 드라마 ‘무빙’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인물의 서사”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요즘 오티티 드라마가 6부작·10부작으로 만들어지는 추세를 거스르고 무려 20부작이다. 설명적인데다 편집의 묘미도 별로 없다. 1~7회는 고등학생 초능력자 장희수(고윤정)·이강훈(김도훈)·김봉석(이정하) 이야기이고, 8~9회는 봉석의 부모 이미현(한효주)·김두식(조인성), 10~11회는 희수의 부모 장주원(류승룡) 이야기다. 강풀은 “20화에 이르는 긴 분량이어서 구간마다 구성의 차이를 두고 여러 재미를 전달하고 싶었다. 8~9화만 따로 봐도 영화 한편 보는 것처럼 즐길 수 있기를 바랐다”고 했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원작의 굵직한 줄기는 남북 초능력자들의 대결이다. 자신의 능력을 물려받은 아이를 지키려는 남쪽 부모와 아이들의 능력을 훔치려는 북쪽 능력자들이 맞붙는다. 드라마는 세계관을 확장해 미국이 이 프로젝트에 가담했다는 설정을 더했다. 미국은 자신들의 가담 흔적을 지우려고 프랭크(류승범)를 보내 남쪽 초능력자들을 제거한다. 강풀은 “프랭크는 웹툰 ‘히든’에 등장시키려고 구상해놨던 인물을 드라마에 활용한 것”이라고 했다.

2015년 웹툰을 2023년 드라마로 만들면서 이야기의 틀을 흔들지 않은 것은 일종의 모험인 셈이다. 강풀은 “기획까지 합하면 10년 전 구상한 작품이어서 고민이 많았다”면서도 “한국 역사 문제를 넣고 싶었다. 국정원은 알아도 안기부라는 이름을 모르는 이들도 많더라. 그럼에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역사에 휘말리는 사람들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안기부가 국정원으로 바뀌는 과정은 12회에 나올 예정이다. 원작과 달리 드라마에서 봉석의 부모가 ‘남산 돈가스’ 가게를 운영하는 것은 당시 안기부가 남산에 있었던 것과 관련된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강풀은, 이미 흔한 설정인 소시민 초능력자도 고수하고 있다. 시간 능력자의 이야기를 그린 웹툰 ‘타이밍’, 신체 능력자들이 나오는 ‘무빙’에 이어 내놓은 것이 두 작품 속 인물이 함께 나오는 ‘브릿지’다. 그리고 초능력자들이 한팀이 되는 과정을 담을 웹툰이 구상 중인 ‘히든’이다. 그는 “소시민 영웅물도 흔해지고 있지만, 그렇더라도 하고 싶었다. 착한 사람들이 협력해서 선을 이루는 이야기가 좋다”며 “‘무빙’을 보고 ‘한국적 히어로물’이라고 불러줘서 다행”이라며 웃었다.

‘무빙’에서 초능력은 축복이 아니라 재난에 가깝다. 그가 초능력자를 등장시키는 이유는 “공감과 이해”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친구 앞에서 초능력을 뽐내는 봉석에게 엄마는 “진짜 능력은 공감하는 마음”이라고 말한다. 이 대사는 봉석을 움직이는 결정적인 한마디다. 강풀은 “공감 능력이 사람으로 살면서 가장 중요한 능력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무빙’이 요즘 드라마와 다른 이유를 강풀의 말에서 알 수 있었다. “요즘 드라마는 서사를 생략하는 경우가 많지만 인물이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성격인지를 모르고 나아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디즈니플러스가 처한 어려움을 생각하면 ‘무빙’에 쏠린 기대감이 부담스럽지 않을까? 그는 디즈니플러스의 장점을 “1.5배속(으로 빠르게 돌려 볼 수 있는 기능)이 없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구독자 의견이 중요해진 시대지만 창작자가 (작품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차근차근 볼 수 있게 만든 점이 좋습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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