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혁의 OTT 충전소]
단언컨대, 요즘 가장 핫한 외국드라마다. 지난 7월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의 국외 오리지널 드라마들이 주춤한 사이 등장해 인기를 얻었다. 상위 1%의 체력과 두뇌로, 어떤 남자보다도 강한 해병대 여전사 이야기다. 하지만 미국 해병대가 그에게 맡긴 임무는 제거 대상의 가족 중 여성에게 접근해 친분을 쌓은 뒤 목표를 제거하는 것. 가장 강한 전사에게 맡겨진 가장 감성적인 대테러 작전! 이라크전쟁 이후 실제 활용되었던 특수부대 이야기를 기반으로 만든 미국 파라마운트플러스(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라이어니스: 특수작전팀’이다.
크루즈는 폭력을 행사하는 남자친구를 피해 도망치다가 해병대 모병소에 들어가 목숨을 건진다. 가족도 없고 살면서 제대로 사랑받아본 적 없는 크루즈는 그대로 해병대에 입대한다. 그곳에서 놀라운 재능을 보인다. 군사훈련도 잔인한 고문도 모두 견디는 그에게 상관 조는 “힘들지 않으냐”고 묻는다. 크루즈는 말한다. “저는 평생 전쟁터에 있었어요.”
‘라이어니스: 특수작전팀’은 엄청난 스케일의 전투 장면이 눈길을 끈다. 인생의 벼랑 끝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크루즈와 그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조의 갈등과 화해를 그리는 여성 버디물의 성격도 띤다. 조는 크루즈에게는 가혹하지만, 가정에서는 평범한 엄마다.
출연진이 화려하다. 조를 연기하는 조이 살다나를 비롯해 니콜 키드먼, 모건 프리먼 같은 할리우드 배우들이 끝없이 등장한다. 니콜 키드먼은 조의 상관으로, 모건 프리먼은 국무부 장관으로 나온다.
이런 라인업이 가능했던 이유는 이 드라마를 집필하고 연출한 테일러 셰리던 때문이다. 그는 요즘 할리우드에서 가장 핫한 각본가이자 연출가다. 티빙 파라마운트플러스관에서 볼 수 있는 대표적인 국외 오리지널 드라마들을 대부분 그가 썼다. ‘털사 킹’ ‘메이어 오브 킹스타운’ ‘옐로우스톤’ 등. 이쯤 되면 혼자 파라마운트플러스를 멱살 잡고 끌고 가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테일러 셰리던의 인생은 매우 독특하다. 빈민가에서 태어난 그는 연기를 전공했고 단역을 맡으면서 데뷔했지만, 20년 동안 무명이었다. 그 과정에서 꽤 오래 노숙도 했고, 아메리카 원주민들과 함께 생활하기도 했다. 40대 중반이 되어 배우의 길을 접고 글을 썼는데, 첫 작품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로 ‘칸 영화제’에 초청되고, ‘아카데미상’에도 노미네이트 됐다. 그의 작품에는 주로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일에 자신만의 소명 의식으로 뛰어드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소외당한 이들의 이야기를 잘 풀어낸다.
참 입에 붙지 않는 드라마 제목인 ‘라이어니스’는 암사자라는 뜻이다. 실제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이 조직은 여성 반군을 심문하는 여자 군인 조직으로 시작했지만, 전쟁이 계속되면서 점점 역할이 커졌다고 한다. 드라마 속 대사처럼 “증오로는 아무도 이길 수 없다”지만, 전쟁터에서 버티는 데는 증오만한 게 없다. 과연 이 증오의 끝은 어디일까.
씨제이이엔엠 피디
조 역의 조이 살다나. 파라마운트플러스 제공
파라마운트플러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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