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용(왼쪽)과 임병수. 마포문화재단 제공
선선한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10월만 되면 유독 바빠지는 가을 남자가 있다. ‘잊혀진 계절’을 부른 가수 이용이다. 그가 동시대 활약했던 동료 가수와 함께 시간을 1980년대 가을로 되돌린다. 마포문화재단이 오는 17일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여는 ‘어떤가요’ 시리즈 여섯번째 무대 ‘10월 밤 특집’에서다.
이용은 1981년 한국방송(KBS) ‘국풍81 젊은이의 가요제’에서 ‘바람이려오’로 금상을 받으며 데뷔했다. 그때 이미 스타로 떠오른 그를 영원히 잊히지 않을 존재로 만든 것은 이듬해인 1982년 발표한 노래 ‘잊혀진 계절’(작사 박건호·작곡 이범희)이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로 시작해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나에게 꿈을 주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로 끝나는 노래의 아련한 정서는 가을의 촉촉한 감성과 맞물려 폭발적인 울림을 자아냈다.
‘어떤가요’ 시리즈 여섯번째 무대 ‘10월 밤 특집’ 포스터. 마포문화재단 제공
이후 ‘잊혀진 계절’은 10월만 되면 온 나라에서 울려퍼지는 가을 노래의 대명사가 됐다. 한국갤럽 선정 ‘가을 하면 생각나는 노래’ 2위에 올랐으며, 노랫말에 등장하는 10월31일에는 티브이(TV)·라디오에서 온종일 나와 하루 단일국가 방송 최다 횟수(137번)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매년 10월이면 부쩍 바빠진 이용이 헬기를 타고 이 무대, 저 무대를 이동했다는 무용담도 전해진다. 여러 가수들이 꾸준히 리메이크했으며, 2013년 드라마 ‘최고다 이순신’(한국방송2)에 주인공으로 출연한 아이유가 극 중 이 노래를 불러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용은 이번 공연에서 ‘잊혀진 계절’뿐 아니라 ‘바람이려오’, ‘서울’, ‘사랑 행복 그리고 이별’ 등 히트곡들을 들려준다.
이용의 ‘잊혀진 계절’과 임병수의 ‘아이스크림 사랑’은 요즘도 꾸준히 소환되고 있다. 마포문화재단 제공
1980년대 큰 사랑을 받았던 가수 임병수도 무대에 오른다. 5살 때 부모 따라 이민 간 볼리비아에서 가수로 활동하던 그는 1984년 고국에서 발표한 발라드 ‘약속’으로 이름을 알렸다. 특유의 파르르 떠는 비브라토는 ‘염소 창법’으로 불렸다. 1985년 발표한 2집에서 빠른 템포의 ‘사랑이란 말은 너무너무 흔해’와 ‘아이스크림 사랑’이 크게 히트했다. 멕시코 가수 루이스 미겔의 노래 ‘디렉토 알 코라손’을 리메이크한 ‘아이스크림 사랑’은 드라마 ‘응답하라 1988’(tvN), 뮤지컬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2022) 등에 쓰이며 지금도 꾸준히 소환되고 있다. 임병수는 이번 무대에서 자신의 히트곡은 물론 ‘키사스 키사스 키사스’ 등 라틴 노래들도 부른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