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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사뮈엘 베케트’…노벨문학상 수상 욘 포세 누구?

등록 2023-10-05 20:25수정 2023-10-06 08:29

1959년생 노르웨이 출신 작가
극작가로선 13번째 수상
간결하면서 음악적 문체로
희곡·소설·시·아동문학 섭렵
지난해 정보라와 부커상 최종후보
올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 ⓒ Tom A. Kolstad, 문학동네 제공
올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 ⓒ Tom A. Kolstad, 문학동네 제공

짧고 심오한 시적 문체로 정평이 난 노르웨이 극작가 욘 포세가 202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헨리크 입센 다음으로 자국내 무대에 많은 작품을 올리는 대중적 작가로 올해 예순넷에 안은 영예다. 그는 ‘21세기 사뮈엘 베케트’로도 불린다.

노벨문학상을 주관하는 스웨덴 한림원은 5일 밤 8시(한국시각) “말할 수 없는 것에 목소리를 부여하는 혁신적인 희곡과 산문”의 작가로 욘 포세를 소개하며 올해 노벨문학상을 수여했다. 그는 간결하고도 음악적인 문체로 희곡, 소설, 시, 아동문학, 에세이를 넘나들어 왔다. 한림원은 욘 포세를 두고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널리 공연되는 극작가 중 한 명이지만, 산문으로도 점점 더 인정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욘 포세가 자신에게 가장 영향을 미쳤다고 꼽는 세 작가에 아일랜드 작가 사뮈엘 베케트(1906~1989)가 있다. 앞서 극작을 주요 경력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이는 하신토 베나벤테(스페인, 1922), 조지 버나드 쇼(영국, 1925), 루이지 피란델로(이탈리아, 1934), 유진 오닐(미국, 1936), 베케트(1969), 다리오 포(이탈리아, 1997), 가오싱젠(프랑스·중국, 2000), 해럴드 핀터(영국, 2005), 페터 한트케(오스트리아, 2019) 등이 있다. 지난해의 아니 에르노(프랑스)까지 119명 수상 작가의 대표작이 희곡인 경우로 칠 때, 13번째 극작가 출신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된다.

욘 포세는 국내에선 덜 알려져 있으나 명실공히 북유럽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현대 연극의 기수로서 여러해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어 왔다. 1959년 노르웨이 해안도시 헤우게순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비교문예학을 공부하고, 문예창작을 가르쳤다. 1994년 첫 희곡 ‘그리고 우리는 결코 헤어지지 않으리라’에 이어 ‘이름’, ‘밤은 노래한다’, ‘기타맨’, ‘어느 여름날’, ‘가을날의 꿈’, ‘나는 바람이다’ 등이 명성을 얻고 국제 무대에 1000차례 이상 막을 올렸다.

실상 첫 작품은 1983년 펴낸 장편 ‘레드, 블랙’이다. 고독한 바다마을 평범한 어부의 죽음으로 노 젓듯 저어가는 삶을 담담한 리듬으로 그려낸 ‘아침 그리고 저녁’(2000) 등이 국내 소개되어 있다. 여러 작품으로 2007년 스웨덴 한림원이 주최하는 북유럽 문학상을 받았고, 2014년 유럽문학상, 2015년 북유럽이사회 문학상 등을 받았다.

Ill. Niklas Elmehed © Nobel Prize Outreach
Ill. Niklas Elmehed © Nobel Prize Outreach

지난해엔 그가 지금껏 가장 길게 쓴 장편소설 ‘새로운 이름. 7부작 VI-VII’ 영어번역판으로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후보에 올랐다. ‘저주토끼’ 정보라 작가도 함께한 자리였다. 이른 저녁 4~5시부터 이튿날 아침 9시까지 글에 몰두했다고 한다. 욘 포세는 90년대부터 30여편의 희곡을 쓴 뒤 이제 “그정도면 충분하다”는 생각으로 다시 소설을 썼다고 당시 밝혔다.

연극이 짧고 강렬한 산문이라면, 소설은 그에게 “느린 산문”이다. 그를 통해 “평범한 삶의 신비주의”를 형상화한다. 국외에선 “포세의 언어는 과잉됨이 없고 반복되지 않으며… 음악적인 구조로 이루어져 있으며 가장 작은 디테일까지 철저히 계산되어 구성된 것”이라고까지 평가한다. 미니멀리즘의 극치를 희곡, 소설, 시 구분 없이 시현하는 격으로, 소싯적 바이올린을 배우고 노랫말을 즐겨 쓰던 경험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욘 포세의 작품(‘멜랑콜리아 I-II’, 1995~96)을 이달 20일께 국내 첫 출간하는 민음사의 유상훈 편집자는 5일 한겨레에 “희곡으로 대표되긴 하지만 시적인 문체로 장르를 구분하지 않는 작가”라면서도 “소설이 더 집중력 있게 읽힐 수 있고, 그의 전체 대표작으로도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고 말했다.

욘 포세는 지난해 부커상 최종후보로서 소설을 쓰는 이유를 두고 “제가 해야 할 중요한 말이 있다고 느꼈고, 제가 해야 할 의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2천만명 정도에 불과한 스칸디나비아 언어권의 작가는 이미 50개 언어로 작품을 소개해왔고, 이제 더 많은 독자와 만나게 됐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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