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린 '코리안 아메리칸 특별전: 코리안 디아스포라' 기자회견을 마치고 배우 존 조(왼쪽부터), 저스틴 전 감독, 배우 스티븐 연, 정이삭 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에 있을 때는 각자의 작업에 바빠 한자리에 모일 수 없었던 코리안 아메리칸 동료들을 한국 부산에서 만날 수 있게 돼 더 기쁩니다.”(저스틴 전)
지금 미국에서 가장 바쁜 영화인에 속하는 배우 존 조와 스티븐 연, 정이삭 감독과 저스틴 전 감독이 한 무대에 올랐다. 함께 모이기 쉽지 않은 일정을 막판까지 조율하는 등 어머니의 나라에서 모이기 위해 분투한 이들은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특별전 ‘코리안 디아스포라’에 참석해 5~6일 관객들을 만났다.
네 감독과 배우는 백인 중심의 미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편견과 싸우며 커리어를 쌓아 올려 최근 눈에 띄는 성취를 보여주는 대표적 코리안 아메리칸이다. 정이삭 감독은 2021년 영화 윤여정에게 오스카를 안긴 ‘미나리’를 연출했고, 스티븐 연은 전세계적으로 화제를 일으킨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에서 주연을 맡아 한인 2세의 삶을 디테일하게 보여줬다. 존 조는 2018년 아시아계 배우로 할리우드 주류 스릴러물에 첫 주연을 맡은 영화 ‘서치’가 큰 성공을 거뒀고, 저스틴 전 감독은 애플 티브이의 최고 성공작 ‘파친코’를 비롯해 여러 드라마와 영화의 연출, 연기 등을 하면서 한국의 이민자 이야기를 할리우드에 안착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6일 열린 부산 해운대구 케이엔엔(KNN)씨어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스티븐 연은 “최근 코리안 아메리칸들이 만든 작품이 큰 공감을 받고 있어 기쁘다”면서 “이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에게 가진 거리감을 존중하면서도 또한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는 걸 알려주는 대중문화계의 큰 변화다. 디아스포라로 살아가는 사람에게 위로가 된다”고 말했다.
정이삭 감독은 “우리 세대는 할리우드에 롤모델이 없었다. 부모 세대 중 영화 일을 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을 뿐 아니라 우리가 영화를 하겠다고 하면 크게 반대했다”면서 “비슷한 어린 시절을 겪으면서 우리만의 방식으로 커리어를 개척한 이민 2세대의 이야기가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받는 이유는 한국인이 아니어도 점점 더 많은 이들(이민자)이 뿌리내리지 못한다는 느낌을 가지고 살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저스틴 전도 “이민자 이야기는 각자의 섬에 살고 있다는 생각하는 현대인들이 나 혼자가 아니구나라고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한국인 이야기를 보면서 인도나 아르메니아 출신 친구들이 나도 그렇다고 이야기할 가 많다. 스티븐 연이 출연한 드라마 ‘성난 사람들’이 대단한 건 이민자의 삶을 통해 현대인이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이끌어냈기 때문”이라고 했다.
배우 존 조는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해 1992년 엘에이(LA) 폭동을 소재로 인종차별과 이민자 소년의 정체성 갈등을 담은 성장소설 ‘문제아’를 써 아시아태평양미국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존 조는 전날 열린 ‘액터스하우스’ 행사에서 “어릴 때 부모님은 한 코리안 아메리칸이 에스에이티(SAT: 미국 대학입학준비시험) 만점 받았다고 나온 한인 신문 기사를 보여주면서 너는 왜 이렇게 못하냐 꾸짖곤 했다. 한국 이민2세들은 대부분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자라면서 항상 완벽하지 못하다,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빠져 산다. 좀 더 솔직해지자, 우리는 완벽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그걸 책으로 쓰게 됐다”고 했다. 그는 “최근 영화나 드라마뿐 아니라 문학계에서도 뛰어난 이민자 서사를 보여주는 코리안 아메리칸 작가들의 활약이 두드러져 자랑스럽다”고 덧붙였다.
존 조는 “영화의 중심축이 오랫동안 할리우드의 독점에서 빠르게 다층적으로 바뀌고 있다. 높아진 한국영화의 위상이 좋은 예”라면서 “한국영화가 국제적으로 각광받고 한국 콘텐츠의 위상이 올라가면서 지금은 코리아 아메리칸 영화인들이 이 혜택을 받고 있다. 문화적 격변의 시기에 예술인의 한 사람으로서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부산/김은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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