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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스타, 꼴찌리그 축구클럽을 샀다…무슨 일? [OTT 충전소]

등록 2023-10-07 12:00수정 2023-10-07 18:29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야구팬들은 항상 화가 나 있다. 응원하는 팀이 지면 당연히 화가 나고, 이기면 왜 진작 이렇게 못 했냐고 화를 낸다. 아시안 게임에서 졌잘싸(졌지만 잘 싸운)한 선수한테는 “괜찮아! 괜찮아!”를 외치지만, 고향 야구팀, 우리 지역 축구팀에 자비는 없다. 사랑하지만 상처 주는 말도 쉽게 하는 엄마 같다.

이 팀을 향한 팬들의 마음도 그럴까? 영국 웨일스 인구 4만명의 작은 도시 렉섬에는 1807년에 지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축구 경기장 레이스코스가 있다. 세계에서 세번째로 오래된 프로 축구 클럽 렉섬에이에프시(AFC)가 이 구장을 홈으로 쓴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지만 순위가 끝없이 하락해 지금은 5부 리그까지 떨어졌다. 프로 중에 가장 수준이 낮은 리그이다.

이곳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할리우드 스타 라이언 레이놀즈가 팀을 인수하겠다고 나선다. 비(B)급 감성이 가득하지만 어엿한 마블의 히어로인 ‘데드풀’의 주인공이다. 그가 코로나 대유행으로 누구도 경기장에 오지 못할 때인 2021년에 이런 큰일을 벌인 이유는 동료 배우 롭 매컬헤니의 꼬드김(?) 때문이다. 그런데 둘은 이전까지 만난 적 없는, 단지 소셜미디어 친구다. 이 형들 왜 이러는 걸까? 미국 ‘에프엑스(FX) 채널’에서 방송하고 디즈니플러스에서 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 ‘웰컴 투 렉섬’에 답이 있다.

축구 리그의 매력은 승강제에 있다. 지금 있는 리그에서 우승하면 더 높은 리그로 승격하고 꼴찌를 하면 한 단계 낮은 리그로 떨어진다. 이게 사람을 미치게 한다. 태권도를 배울 때 흰 띠에서 노란 띠로 바뀌던 순간을 평생 잊지 못하는 것처럼 더 높은 세상을 꿈꾸게 만드는 희망 고문이 시작된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이 할리우드 스타들을 매료시킨 것도 바로 이것이다. 하지만 렉섬을 인수하려면 서포터스의 75%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라이언이 팬들 앞에서 자신은 “빌런이 아니고 히어로가 되겠다”고 호소하는 장면은 조마조마하다. 긴장한 나머지 곁땀이 폭발하는 장면은 웃음을 자아낸다.

이 다큐멘터리가 특별한 이유는 유명 배우들의 호사스러운 취미(?) 이상의 깊은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다. 산업혁명을 가능하게 했던 영국의 석탄 산업과 제조업. 이를 위한 도시화와 노동계급의 성장과 몰락. 축구는 고향을 떠나온 노동자들을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해왔으며, 렉섬에는 이 모든 역사가 집약되어 있다. 석탄과 철강의 도시 필라델피아 출신인 롭이 렉섬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 이 다큐멘터리의 진짜 주인공은 축구 클럽을 응원하는 렉섬 시민들이다.

누구나 리빌딩을 원한다. 하지만, 혁신을 하려면 지금의 선수들과 스태프 중 누군가는 떠나야 한다. 어느 선수는 담담히 말한다. “정상으로 가는 게 꿈이지만 지금 수준의 경기하고 돈을 받는 것도 여전히 소중한 꿈을 펼치고 있는 것”이라고. 라이언은 정말 빌런이 아닌 걸까?

렉섬은 영국의 변방 웨일스 지역에 있다. 심한 사투리와 강한 지역색을 가지고 있다. 두 배우는 렉섬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할 때 통역이 대동하기도 한다. 할리우드 배우들의 미국식 유머가 딱딱한 웨일스어로 통역될 때의 민망함은 이 다큐멘터리의 또 다른 유머코드다.

그렇다면 렉섬에이에프시는 모두의 염원대로 4부 리그로 승격했을까? 스포를 하자면 이 팀은 올해 에프에이(FA)컵에서 2부 리그 팀까지 꺾으며 돌풍을 일으켰고, 이 다큐멘터리의 시즌2도 곧 공개된다. 항상 화가 나 있는 스포츠팬들도 이 다큐멘터리는 평화롭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씨제이이엔엠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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