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롤드컵 주제가 ‘갓즈’를 부른 그룹 뉴진스. 어도어 제공
지금 한국에선 ‘롤드컵’이 한창이다. 2011년 시작된 세계 최대 규모의 이(e)스포츠 대회로, 정식 명칭은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항저우아시안게임에도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이스포츠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를 겨루는 국제대회다. 오는 19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결승전이 열리는데, 그룹 뉴진스의 오프닝 무대가 예고돼 화제를 모은다. 앞서 뉴진스는 지난달 초 이번 롤드컵 주제가 ‘갓즈’를 발표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 제작사 라이엇 게임즈는 2014년부터 매년 롤드컵 주제가를 만들고 결승전에서 라이브 무대를 선보였다. 2014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결승전 때는 미국 그래미상을 받은 록 밴드 이매진 드래곤스가 처음 내한해 ‘워리어스’를 불렀고, 지난해 미국 샌프란시스코 체이스센터에서 열린 결승전 때는 미국 빌보드 ‘핫 100’ 차트 최장 기간 1위 기록(‘올드 타운 로드’ 19주)을 세운 래퍼 릴 나스 엑스가 오프닝 무대에 섰다. 뉴진스가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이다.
마리아 이건 라이엇 게임즈 음악·이벤트 글로벌 책임자. 라이엇 게임즈 제공
라이엇 게임즈는 왜 뉴진스를 선택했을까? 이에 대해 마리아 이건 라이엇 게임즈 음악·이벤트 글로벌 책임자는 한겨레와 한 단독 서면 인터뷰에서 “올해 대회가 한국에서 열리는 만큼, 처음으로 케이팝 아티스트와 주제가를 협업해 한국 선수들을 향한 헌정을 표하고자 했다. 우리는 게임이 가진 힘을 잘 이해하는 하이브(뉴진스 소속사)와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뉴진스가 데뷔 후 폭발적인 인기를 얻는 걸 보고 이번 협업의 성공을 확신했다”고 설명했다.
라이엇 게임즈의 가상 그룹 하트스틸. 라이엇 게임즈 제공
오프닝 무대의 주인공은 또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 속 챔피언(게임을 수행하는 캐릭터) 6명으로 결성한 가상 그룹 하트스틸이다. 보컬이나 래퍼를 맡은 4명의 멤버는 실제 아티스트 목소리를 기반으로 하는데, 멤버 이즈리얼의 목소리는 그룹 엑소의 백현이 맡았다. 하트스틸은 지난달 24일 데뷔곡 ‘파라노이아’를 발표했으며, 이번에 공식 데뷔 무대를 선보인다. 라이엇 게임즈는 이전에도 챔피언들로 결성한 가상 걸그룹 케이디에이(K/DA), 헤비메탈 밴드 펜타킬, 힙합 그룹 트루 데미지 등을 선보인 바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은 150명이 넘는 만큼, 또 다른 가상 그룹의 출현 가능성 또한 무궁무진하다.
라이엇 게임즈는 ‘라이엇 게임즈 뮤직’이라는 별도 조직을 만들고 그동안 롤드컵 주제가 10곡을 포함해 750여곡을 발표해왔다. 게임 회사가 왜 이렇게 음악에 열심인 걸까? 이건 음악·이벤트 글로벌 책임자는 “음악은 감정적 설득력이 높은 콘텐츠다. 롤드컵 주제가를 듣고 해당 대회 결승전의 특별한 순간을 떠올리거나 가상 그룹의 팬이 되면서 챔피언들을 더 친밀하게 느낄 수 있다. 결국 음악은 게임 이용자들의 경험을 더욱 풍부하게 해준다”고 말했다.
라이엇 게임즈의 가상 걸그룹 케이디에이. 라이엇 게임즈 제공
라이엇 게임즈의 음악에도 케이팝의 영향력이 점점 더 짙어지고 있다. 2018년 데뷔한 케이디에이는 케이팝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가상 걸그룹이다. 멤버 목소리에는 그룹 (여자)아이들 소연과 미연이 참여했다. 이건 음악·이벤트 글로벌 책임자는 “한국에서 대회가 열린 2018년 당시 케이팝이 전세계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케이팝에 대한 애정과 헌정을 표현하고자 시도한 것이 케이디에이였는데, 전세계적으로 사랑을 받았다”고 말했다. 케이디에이의 음악은 12억회 이상 재생됐으며, 데뷔 싱글 ‘팝/스타스’는 미국음반산업협회에서 플래티넘(100만장 이상 판매) 인증을 받았다. 이번에 뉴진스가 롤드컵 주제가를 부르고 새 가상 그룹 하트스틸에 백현이 참여한 것도 이런 흐름의 연장선상이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