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OTT)가 지난 3일 공개한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이재규 감독이 마음이 아픈 현대인들한테 바치는 응원가다. 정신병동 간호사 정다은(박보영)을 중심으로 의료진과 환자들의 일상을 통해 마음의 병은 누구한테나 올 수 있는 감기 같은 것이란 사실을 보여준다. 지난 7일 서울 종로 안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이 감독은 “저도 공황장애와 우울증으로 3년간 마음이 아팠던 적이 있어서 공감이 갔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것, ‘내’가 나약해서 그런 게 아니라는 걸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이 드라마는 정신병동 간호사 출신 이라하 작가가 2017~20년 연재한 동명 웹툰이 원작이다. 연재 당시 우울증·공황장애 등 다양한 사례가 구체적으로 등장하고,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해결사처럼 나타나는 남자 간호사의 존재 등 사실적인 이야기가 눈길을 끌었다.
원작에 공감한 이 감독은 환자들의 마음 상태를 시청자들이 체감할 수 있게 하는 데 신경 썼다. 게임 속에 갇힌 망상증 환자가 바라보는 세상을 컴퓨터그래픽으로 보여주고, 물이 차오르는 장면 연출로 공황장애로 숨이 막혀오는 순간을 표현했다. 이 감독은 “마음의 병은 다른 병과 달리 눈으로 확인할 수가 없다. 전 공황장애로 온몸에서 피가 빠져나가는 느낌으로 왔다. 시청자들이 그 답답함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랐다”고 했다. 정다은이 우울증으로 정신병동에 입원한 뒤 환자들을 이해하게 되는 설정도 남다르게 느껴진다.
정신병동에는 커튼이 없어서 종합병원에서 가장 먼저 아침이 온다는 뜻의 제목처럼 드라마는 정신병동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정신병동은 ‘더글로리’ ‘우아한 제국’ 등 기존 드라마에서 주로 환자들이 갇혀있는 부정적 공간으로 등장했다. 이 감독은 “아무리 눈길을 끌어도 시청자들이 받아들이기 힘든 연출은 과감하게 편집했다”고 했다. 드라마는 마음이 아픈 이들이 얼마나 힘든지를 열거하며 자극적인 상황으로 눈길을 끌기보다는 그 원인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현실의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극중 공황장애는 일이 몰리는 업무 스트레스에서도 오고, 망상증은 전화금융사기로 어렵게 모은 전 재산을 잃어버렸을 때도 온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정신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2017년 약 335만명에서 2022년 459만명으로 늘었다. 이런 시대에 등장한 드라마는 대중매체의 영향력을 통해 시청자가 현실을 마주 보게 하는 역할도 한다. 한 시청자는 “드라마를 보면서 내가 겪은 일들과 증상이 나와 내 상태를 점검하게 됐다”고 했다.
“다른 사람 시선에 맞춰 내 영혼에 칼을 들이댄다” 등 아픈 이들을 편견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회에 던지는 명대사도 많다. 이 감독은 3부에 나오는 이 대사를 명대사로 꼽았다. “약 먹어요. 버틴다고 버텨지는 병도 아니고 이긴다고 이길 수 있는 병도 아니고.” 이 평범하고 재미없는 대사에 그가 이 드라마로 진짜 말하고 싶은 메시지가 담겨있다. “저도 3년간 병원도 안 가고 버텼어요. 바보 같았어요. 몸을 다치면 병원에 가는 것처럼 마음이 다쳤으면 병원에 가는 거예요. 그게 얼마나 당연하고 중요한 일인지 다은의 대사를 통해 말해주고 싶었어요.”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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