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학로 학전 앞에 있는 김광석 노래비. 김광석은 이곳에서 1000회 공연을 했다. 학전 제공
“학전 라스트 콘서트? 학전 어게인 콘서트? 우리는 아직 이 공연의 제목을 짓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이 될지, 새로운 출발이 될지 모르는 내년 3월, 학전과 김민기를 사랑하는 우리는 그곳에서 노래하고 있을 겁니다.”
한국 소극장 문화를 상징하는 서울 대학로 학전이 내년 3월 폐관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에 가수들이 발 벗고 나섰다. 학전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출연료 없이 릴레이 공연을 펼치기로 한 것이다.
가수 박학기는 16일 한겨레에 “김광석 1000회 공연을 비롯해 1990년대 소극장 공연 문화를 이끈 학전이 문 닫는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많은 동료 가수들이 가만 있을 순 없다는 뜻을 밝혀왔다. 끝까지 노래로 지키고 싶다는 마음을 모아 릴레이 콘서트를 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앞서 학전은 지난 8일 “지속적인 운영난으로 학전 창립 33주년을 맞는 내년 3월15일까지만 운영하고 문을 닫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오랜 기간 재정난이 누적된데다 김민기 학전 대표의 건강 문제까지 불거지자 결단을 내린 것이다. 학전의 남은 일정은 뮤지컬 ‘지하철 1호선’(12월31일까지), 내년 1월6일 제2회 김광석 노래상 경연대회, 1~2월 어린이극 ‘고추장 떡볶이’까지다.
이후 학전을 사랑하는 가수들이 2월28일~3월14일 릴레이 무대를 이어가기로 했다. 공연자 모집 하루 만에 윤도현, 박학기, 알리, 동물원, 장필순, 권진원, 유리상자, 이한철, 이은미, 자전거 탄 풍경, 여행스케치, 크라잉넛, 하림, 유재하음악경연대회 출신 가수들로 구성된 유재하 동문회 등이 출연을 확정했다. 여기에 1980년대를 풍미한 포크 듀오 시인과 촌장도 이름을 올려 눈길을 끈다. 멤버 하덕규와 함춘호가 2019년 딱 한번 다른 공연에 게스트로 출연한 걸 제외하면, 함께 정식 공연을 하는 건 24년 만이다.
박학기는 “계속해서 더 많은 가수들이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다. 공연 수익으로 재정난을 해소할 수도 없고, 이 무대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새로운 출발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노래하겠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에서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연극인 출신인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10일 “연극계에서 학전의 역사적·상징적 의미와 대학로 소극장들이 겪는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 소극장을 활성화하고 연극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다양한 공간지원 사업 계획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에서도 상황을 파악하고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학전의 김성민 팀장은 “학전의 남은 공연을 봄으로써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다는 일반 시민들의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