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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화제작 붐이었는데, 요즘 왜 볼만한 드라마가 없지

등록 2023-11-23 08:00수정 2023-11-23 08:38

주 2회 공개 방식을 택해 서서히 관심도를 높인 ‘무빙’.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주 2회 공개 방식을 택해 서서히 관심도를 높인 ‘무빙’.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작품이 터지면 화제성이 최대 1년, 최소 6개월은 갔는데 대박이 나도 이젠 몇개월 못 간다.” 방송인 유재석이 지난 9월 유튜브 채널 ‘핑계고’에서 한 말이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대에 콘텐츠는 쏟아지는데 화제작은 줄어드는 안타까운 현실을 짚은 것이다. “어제 그거 봤어?”라고 물으면 “당연하지!”가 아니라 “그게 뭐야?” “재미있어?”라고 되묻는다. 타깃이 세분되고 장르도 다양해지면서 취향 따라 알아서 보는 시대가 된 것이다.

22일 기준 올해 공개된 주요 드라마는 오티티와 티브이(TV)를 통틀어 110여편으로, 2020년 80여편에 견줘 늘었지만 도리어 화제작은 줄어들었다. 넷플릭스만 봐도 2020년 ‘킹덤2’ ‘인간수업’ ‘스위트홈’, 2021년 ‘오징어게임’ ‘디피’ ‘지옥’ 등 꾸준히 콘텐츠 시장을 달궜는데 지난해부터는 가뭄에 콩 나듯 했다. 올해는 넷플릭스 ‘더 글로리’와 디즈니플러스 ‘무빙’ 정도다. 2020년 주요 오티티에서 공개한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가 10여편이고 올해는 30편 남짓에 이른다는 점에서 타율은 낮아진 것이다. 티브이 드라마도 지난해 ‘재벌집 막내아들’(JTBC),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ENA)와 올해 ‘닥터 차정숙’(JTBC), ‘모범택시2’(SBS) 정도로 화제작이 적었다. 10년 전인 2013년 한해 동안 ‘나인’(tvN), ‘직장의 신’(KBS2), ‘너의 목소리가 들려’(SBS), ‘기황후’(MBC) 등 4편 넘게 화제·흥행작이 등장한 것과 대조된다.

올해 티브이 드라마 화제작 ‘닥터 차정숙’. 엄정화는 이 드라마로 20대들한테 차정숙으로 불렸다. 제이티비시 제공
올해 티브이 드라마 화제작 ‘닥터 차정숙’. 엄정화는 이 드라마로 20대들한테 차정숙으로 불렸다. 제이티비시 제공

화제작이어도 오래가지 못한다. ‘오징어게임’과 ‘더 글로리’를 제외하면 대부분 등장 직후 반짝 눈길을 끌다가 사라졌다. 지난달 20일 공개된 ‘이두나!’는 10월 넷째 주 화제성 순위 1위로 등장한 뒤 2주 만인 11월 둘째 주 5위로 내려갔고, 셋째 주 순위권에서 벗어났다.(굿데이터코퍼레이션 집계) 그나마 화제성이 오래 지속된 ‘무빙’도 8월 2주차부터 10월 1주차까지 방송 기간 전후만 주목받았을 뿐이다. 한 작품 보기가 무섭게 또 다른 작품이 등장하면서 웬만큼 잘 만든 작품이 아니라면 바로 잊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다양한 오티티의 등장으로 드라마 제작이 무분별하게 이뤄지며 전반적인 질적 저하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진단이 많다. 과거에는 아이디어가 있어도 제작비가 없어서 만들지 못했다면, 이제는 넷플릭스 등 오티티 도움으로 제작 기회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드라마 제작이 많아졌지만 전반적인 질적 저하로 화제작이 줄어들었다”며 “최근 드라마 제작 편수가 줄었다고는 해도 수년 전 제작 붐이 일어 만든 것들이 우후죽순 공개되고 있기에 당분간 질적 저하 상태는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파트 1, 2로 나눠 화제성을 높인 ‘더 글로리’. 넷플릭스 제공
파트 1, 2로 나눠 화제성을 높인 ‘더 글로리’. 넷플릭스 제공

실제로 최근 오티티 드라마와 티브이 드라마의 소재 구분이 흐릿해지면서 각자의 색깔을 잃었고, 회당 수십억원 제작비로 외형만 키운 작품이 쏟아지고 있다. 넷플릭스의 경우 올해 오리지널 드라마 10여편을 선보였지만 대부분 밀도가 떨어지고 서사는 부족하다는 혹평을 받았다. ‘택배기사’ ‘도적’이 대표적이다. 한 케이블 방송사 피디는 “외형만 키우거나 특색 없이 비슷비슷한 작품들이 난립하는 상황”이라며 “최근에는 제작비 덜 드는 작품을 만드는 경향도 생겨나고 있다”고 했다. 윤석진 충남대 교수(국어국문학과)는 “플랫폼 다양화로 제작 콘텐츠가 홍수를 이루면서 콘텐츠의 생명력이 짧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상황”이라며 “자극의 강도를 높이거나 휘발성 강한 소재가 아니더라도 사회적 담론을 형성하면서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과거 작품들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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