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제44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30년간 진행자의 자리를 지켜온 공로로 상을 받은 김혜수. 한국방송(KBS) 청룡영화상 방송 화면 갈무리
“30번의 청룡상을 함께 해 준 모든 나의 스텝들께 존경의 감사를…”
올해를 끝으로 청룡영화상 진행을 하지 않기로 한 배우 김혜수가 지난 30년간 드레스를 준비하느라 고생한 스태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는 26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자신이 지난 30년간 청룡영화상을 진행하던 당시의 사진이 담긴 스크랩북 영상을 올리며 ‘청룡영화상에 입을 드레스를 준비하느라 매년 고생한 나의 스타일팀’이라는 글을 올렸다.
“연말에 입을 드레스를 일찌감치 각 브랜드마다 메일 보내서 바잉 요청하고 중간중간 확인하면서 계속 새로운 드레스들 체크하고, 공수된 드레스들 실물 체크해서 선별하고, 피팅하고, 선별된 드레스 체형에 맞게 수선하고, 그에 맞는 쥬얼리와 슈즈, 클러치 확보하고, 최종 피팅하고, 필요에 따라 이 과정을 몇 번 반복하고...”
김혜수는 그동안 청룡영화상을 진행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화려한 드레스가 스태프들의 노력과 희생으로 가능했다고 공을 돌렸다.
역대 청룡영화상에서 진행자를 맡은 김혜수의 모습이 담긴 스크랩북. 배우 김혜수 인스타그램 갈무리
시상식 당일까지 노심초사하는 스태프들의 노고도 잊지 않았다.
“시상식 당일 레드카펫 혹은 본시상식 전 드레스 지퍼가 고장 나거나, 레드카펫 진행 중 바람에 드레스 형태가 변형되거나, MC 동선에 계단이 있어 드레스 밑단이 밟혀 스텝이 꼬이거나 혹은 드레스 밑단이 손상되거나, 뚫지 않은 귀에 가까스로 붙인 고가의 이어링이 떨어지거나, 쥬얼리 세공에 드레스 원단이 상하거나, 혹은 다른 이유로 쥬얼리가 손상되거나, MC 첫 등장에서부터 슈즈가 세트에 끼어 벗겨지거나, 갑자기 MC가 드레스 앞뒤를 돌려입겠다고 하거나…”
김혜수는 “백번의 준비에도 무너질 수 있는 그 모든 상황에 아무 일도 없듯이 대처해 준 놀랍게 프로패셔널 한 나의 스타일 팀. 고맙고 자랑스러워!!!”라며 “30번의 청룡상을 함께 해 준 모든 나의 스텝들께 존경의 감사를”이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22회 청룡영화상에서 배우 이병헌과 함께 진행을 맡은 김혜수. 한국방송(KBS) 청룡영화상 방송 화면 갈무리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KBS)홀에서 열린 제44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김혜수는 30년간 진행자로 청룡영화상을 지켜온 공로를 인정해 감사를 전하는 트로피를 받았다. 1993년 제14회 청룡영화상에서 처음으로 진행자를 맡은 그는 1998년 19회를 제외하곤 매해 진행을 맡아왔는데 올해를 마지막으로 영화상을 떠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는 시상식에서 “한국 영화의 동향을 알고 함께하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한 청룡영화상과의 인연이 무려 30회가 됐다”며 “서른 번을 함께하면서 우리 영화가 얼마나 소중한지, 진정한 영화인의 연대가 무엇인지를 알게 됐다”고 청룡을 떠나는 소감을 남겼다.
배우 김혜수와 유연석이 24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제44회 청룡영화상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혜수는 화려하고 파격적인 드레스와 동료에게 진심과 애정을 담은 축하, 매끄러운 진행으로 ‘청룡의 상징’이라 불려왔다. 그는 이러한 시선을 의식해 제30회 청룡영화상에서 “가끔은 청룡영화상을 제가 주최하는 것 아닌가 하는 말도 안 되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는 농담을 던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제35회 청룡영화상 영화 ‘한공주’에서 한공주 역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천우희가 오열하자 “영화를 정말 감명 깊게 봤다. 천우희를 한공주라고 부를 뻔했다. 얼마나 잘했으면 그러겠느냐. 실력으로 무장한 배우다”며 함께 울기도 했다. 오랜 무명시절을 견디고 상을 받은 후배에게 진심으로 기뻐하며 응원하는 모습에 많은 이들이 감동하기도 했다.
그는 한때 ‘영화배우’보다 ‘진행자’로만 주목받는 것에 씁쓸해하기도 했다고 한다. 지난 3월 ‘by PDC 피디씨’라는 유튜브 채널에서 그는 “매번 영화제 갈 때마다 마음이 이상하긴 했다. 씁쓸했다. ‘김혜수 드레스’ 관련해서 기사가 쏟아지는 것도 그때는 더 싫었다. 나는 배우의 자격으로 박수받고 초대받아서 간 게 아니었으니까”라고 속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2006년 영화 ‘타짜’로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이후 연달아 흥행 배우로 자리매김하며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 중 하나가 되며 이러한 마음을 털어버릴 수 있었다.
이날 김혜수에게 트로피를 전달한 배우 정우성은 “김혜수가 영화인에게 줬던 응원과 위로, 영화인과 영화를 향한 김혜수의 뜨거운 애정이 있었기에 지금의 청룡영화상이 있을 수 있었다. 지난 30년은 청룡영화상이 곧 김혜수이고 김혜수가 곧 청룡영화상인 시간이었다”고 했다.
24일 제44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30년간 진행자의 자리를 지켜온 공로로 배우 정우성에게 상을 받은 배우 김혜수. 한국방송(KBS) 청룡영화상 방송 화면 갈무리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