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고의 숲’이 ‘인생 책’이라는 고등학교 3학년 허도경(왼쪽) 학생과 새롭게 ‘마고의 숲’을 재출간한 장성유 작가가 지난 25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배움터에서 극적인 만남을 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도경이? 도경이 맞지? 와줘서 정말 고마워…. 널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
지난 25일 오후 4시께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배움터에서 ‘마고의 숲’(현북스) 북콘서트가 끝난 직후였다. 하얀 패딩 옷에 검은 야구모자를 눌러쓴 한 여학생이 허겁지겁 배움터 안으로 들어왔다. ‘마고의 숲’ 지은이 장성유(본명 장정희)씨는 학생을 얼싸안고 뛸 듯이 기뻐했다.
작가가 학생을 애타게 기다렸던 이유는 뭘까. 15년 전 초판이 발행된 ‘마고의 숲 1·2’(현암사)를 새롭게 단장해 이번에 ‘마고의 숲’으로 재출간하도록 동력을 불어넣어준 인물이 바로 독자 허도경 학생이었기 때문이다.
‘마고의 숲’은 한국 신화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여신이자 창조신, 거인인 ‘마고’를 소재로 한 청소년 판타지 소설이다. 마고의 숲에서 길을 잃는 소녀 다물이 마고 거인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신비로운 존재들을 만나고 각종 시련과 모험을 겪는, 한 소녀의 성장과 우정에 관한 이야기다. 출간 당시 가장 한국적인 장편 판타지라고 평가받은 이 소설은 ‘제18회 방정환 문학상’을 받았지만 2쇄를 찍고 절판됐다.
“2019년 10월9일 도경 학생에게 메일을 받았어요. 도경이가 중학교 2학년일 때였는데,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그때까지 ‘마고의 숲’이 자기 ‘인생 책’이라고 밝혔어요. 시를 읽는 것 같기도 하고 노래 가사를 읽는 것 같기도 한 몽환적인 느낌이 좋았고, 책을 통해 감정을 느낀 게 처음이었다고 썼지요. 그러면서 ‘마고의 숲’을 사고 싶은데 어딜 가면 구입할 수 있냐고 제게 물어봤어요. 도서관에만 있고 온 사방을 뒤져봐도 판매처가 없다고요.”
지난 25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배움터에서 진행된 ‘마고의 숲 저자 장성유 작가와의 만남’ 북콘서트에서 장 작가가 자신의 작품에 대해 설명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도경의 메일을 받고 장 작가는 작가로서의 책임을 깊이 돌아보게 됐다. 그리고 ‘그래! 어딘가에 있을 한 소녀를 위해서라도 책의 목숨을 살려내야지!’라고 결심했다. 이후 작가는 1600장 분량의 원고에서 600장을 덜어내고, 초판의 다물 중심의 이야기 구조에서 다물, 곤잠, 아후의 역할을 고루 배치하는 등 이야기를 새로 쓰고 다듬어 지난 8월 재출간했다.
장 작가는 동화와 청소년 판타지 소설을 쓴 작가이기도 하지만 방정환연구소장을 하면서 지난 10년 동안 방정환 연구에 몰입해온 연구자이기도 하다. 문학박사이면서 현재 서울대 인문학연구원의 책임연구원이기도 한 그는 최근 서울에서 열린 ‘제1회 세계방정환학술대회’의 집행위원장을 맡아 방정환 정신을 전세계 연구자들과 나누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첫 세계방정환학술대회를 준비하느라 8월에 치러야 할 북콘서트를 11월에야 진행했고, 그 북콘서트에 허도경 학생을 초대해 둘의 만남이 극적으로 이뤄졌다.
“4년 전 작가님이 저를 찾아와 작품 얘기를 하면서도 놀랐고, 다시 또 이렇게 책이 재출간되고 저를 북콘서트에 초대한다는 게 너무 동화 같아요. ‘나의 한마디로 이렇게까지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말 한마디의 힘도 되새기게 되고요. 고3이라 입시 때문에 낙담하고 실망하고 약간 방황하고 있었는데, 오늘 작가님이 해준 ‘세번째 비밀의 문’ 얘기로 다시 용기를 갖게 됐어요.”
학원 일정 등으로 북콘서트에 늦게 도착해 작가와의 만남을 놓칠 뻔한 허도경 학생은 장 작가와 밥도 먹고 주스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다 “작가님, 감사해요. 그리고 더 멋진 작품 기대할게요”라는 말을 남기고 뚜벅뚜벅 집으로 돌아갔다. 장 작가는 ‘마고의 숲’ 재출간을 계기로 앞으로 ‘마고의 숲’ 이야기를 시리즈로 8편 더 출간할 계획이라고 북콘서트에서 밝혔다. 한 독자의 ‘작은 날갯짓’이 작가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마고의 숲’ 시리즈 출간으로까지 이어지게 되자 북콘서트에 온 독자들도 기대감을 드러냈다.
글·사진 양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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