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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30년 넘어 백년해로 꿈꾸는 이소라와 팬들의 ‘프러포즈’ 무대

등록 2023-12-11 15:00수정 2023-12-11 22:22

이소라 데뷔 30주년 콘서트 현장
가수 이소라가 지난 7~10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열린 데뷔 30주년 기념 콘서트 ‘소라에게’에서 노래하고 있다. 에르타알레엔터테인먼트 제공
가수 이소라가 지난 7~10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열린 데뷔 30주년 기념 콘서트 ‘소라에게’에서 노래하고 있다. 에르타알레엔터테인먼트 제공
가수 이소라는 ‘은둔의 수행자’ 같다. 집에 틀어박혀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두문불출이 몇년씩 갈 때도 있다. 그를 끌어낼 수 있는 건 팬들뿐이다. 그의 노래를 갈망하는 이들을 위해 이소라는 아주 가끔씩 외출한다. 지난 7~10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열린 데뷔 30주년 기념 콘서트 ‘소라에게’는 바로 그런 자리였다. 2019년 이후 4년 만의 공연이다.

마지막 날인 10일, 관객 2700명이 숨죽여 기다리고 있었다. 수도사처럼 검은 옷을 입은 이소라는 의자에 앉아 첫 곡 ‘운 듯’을 부르기 시작했다. 노래가 끝나도 박수는 없었다. 빈 구간을 침묵만이 메웠다. 이어 부른 노래는 ‘난 행복해’. 1995년 발표한 1집 타이틀곡이다. 이소라는 대학생 시절인 1993년 고찬용이 이끈 재즈 보컬 그룹 낯선 사람들로 데뷔했다. 2년 뒤 김현철의 프로듀싱으로 발표한 솔로 1집은 100만장 넘게 팔렸다.

가수 이소라가 지난 7~10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열린 데뷔 30주년 기념 콘서트 ‘소라에게’에서 노래하고 있다. 에르타알레엔터테인먼트 제공
가수 이소라가 지난 7~10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열린 데뷔 30주년 기념 콘서트 ‘소라에게’에서 노래하고 있다. 에르타알레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소라는 공연 때 말없이 노래에만 몰두하는 걸로 유명하다. 팬들도 최대한 조용히 노래를 곱씹는다. 이날 관객들도 노래와 노래 사이 암전이 될 때만 잔잔한 박수를 보냈다. 다섯곡을 잇따라 부른 뒤 이소라의 말소리가 들렸는데, 알고 보니 무대 뒤 영상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가 1996~2002년 진행한 음악 프로그램 ‘이소라의 프로포즈’(KBS2) 1회 장면이었다. 당시 그는 끝 곡으로 빛과 소금의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를 불렀다. 이소라는 이날 무대에서 그 노래를 직접 불렀다.

네곡을 더 부르고 나서야 이소라는 마침내 말문을 텄다. “이소랍니다. 이제 조용히 있지 않으셔도 돼요. 제 노래 중 얼마 안 되는, 가볍고 밝은 노래들을 부를 거예요.” 사람들은 그제야 환호성을 질렀다. 4분의 3박자 왈츠 리듬의 ‘데이트’, 살랑살랑 보사노바 리듬의 ‘랑데뷰’, 스윙감 있는 재즈풍의 ‘해피 크리스마스’, 찰랑거리는 어쿠스틱 기타 소리에 설렘을 담은 ‘첫사랑’이 이어지자 객석 공기가 점차 훈훈해졌다.

가수 이소라가 지난 7~10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열린 데뷔 30주년 기념 콘서트 ‘소라에게’에서 노래하고 있다. 에르타알레엔터테인먼트 제공
가수 이소라가 지난 7~10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열린 데뷔 30주년 기념 콘서트 ‘소라에게’에서 노래하고 있다. 에르타알레엔터테인먼트 제공
“여러분, 1층·2층·3층까지 꽉 채워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밖에 안 나가고 집에서 소일하면서 살았는데, 오랜만에 이렇게 나와서 노래하니 옛날 마음이 생각나네요.”

그때 “소라야” 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깜짝 손님 이문세가 등장한 것이다. 이소라는 깜짝 놀라면서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문세는 “30년 전 이소라씨 목소리 듣고 크게 될 가수라고 생각했다. 이번 30주년 공연에서 관객들이 더 많은 눈물을 흘리더라. 단순히 히트곡 듣고 위로받는 데 그치지 않고 ‘함께 험하고 어려운 세상을 짊어지고 이겨내왔구나’ 하는 마음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문세는 이날 공연을 보려고 스위스 신혼여행을 미루고 왔다는 신혼부부 관객 사연을 소개하고는 이소라와 함께 ‘잊지 말기로 해’를 듀엣으로 불렀다. 이문세가 들어간 뒤 이소라는 “문세 오빠, 고마워요” 하고는 “너무 떨렸어. 좋았어”라고 혼잣말을 했다.

가수 이소라가 지난 7~10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열린 데뷔 30주년 기념 콘서트 ‘소라에게’에서 노래하고 있다. 에르타알레엔터테인먼트 제공
가수 이소라가 지난 7~10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열린 데뷔 30주년 기념 콘서트 ‘소라에게’에서 노래하고 있다. 에르타알레엔터테인먼트 제공
“같은 마음, 같은 생각으로 같은 장소에 모여있으면 싸울 일도 없고 하나가 돼요. 노래하는 사람을 위해 온힘을 다해 박수를 쳐주고, 노래하는 사람은 듣는 사람들을 위해 온힘을 다해 노래해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이에요. 잊혀지고 싶지 않아요. 다음에 또 이렇게 공연하게 되면, 어딘가에서 보게 되면, 아는 척해주세요.”

‘바람이 분다’와 ‘봄’으로 본공연을 마친 이소라는 앙코르 곡 ‘청혼’을 부르기 시작했다. 내내 앉아서 노래하던 이소라는 벌떡 일어서서 “이 노래만큼은 같이 해요”라고 관객들을 독려했다. 관객들은 두 손을 흔들고 신나게 손뼉치며 ‘떼창’을 했다. ‘집에만 있지 말라’고 무대로 불러낸 팬들과 ‘잊지 말고 또 불러달라’고 청하는 가수. 30년을 넘어 백년해로를 바라는 ‘프러포즈’의 무대였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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