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1호에 배우 고 이선균씨 빈소가 마련되어 있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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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세상을 떠난 배우 이선균은 처음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배우가 아니다. 20대 무명 시절부터 차근차근 연기 경력을 쌓아와 40대 들어 세계적으로 인정받게 된 대기만성형 배우다.
1975년 서울에서 태어난 이선균은 원광대 재학 시절 연극 동아리에서 연기를 처음 시작했다. 배우의 꿈을 품은 그는 대학을 중퇴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1기로 입학해 연기를 공부했다.
1999년 혼성 듀오 비쥬의 ‘괜찮아’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면서 연예계에 발을 들였고, 2001년 문화방송 시트콤 ‘연인들’을 통해 방송 데뷔도 했다. 이후 오랜 기간 영화와 드라마 단역·조연을 전전하며 경험을 쌓았다. 문화방송 ‘베스트극장’, 한국방송 ‘드라마시티’ 등 지상파 단막극 주연을 맡기도 했다. 특히 2005년 ‘베스트극장―태릉선수촌’에서 수영 국가대표 선수 이동경 역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영화 ‘기생충’에 출연한 배우 이선균. 씨제이이엔엠 제공
32살이던 2007년 의학 드라마 ‘하얀 거탑’에서 뚜렷한 직업 윤리를 가진 의사 최도영 역으로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렸다. 같은 해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는 음악가 최한성 역으로 존재감을 재확인시켜줬다. 이 두 작품으로 그는 문화방송 연기대상 미니시리즈 부문 황금연기상을 받았다.
이후 드라마 ‘파스타’(2010), ‘골든 타임’(2012) 등으로 탄탄대로를 달렸다. 특히 아이유와 함께 출연한 ‘나의 아저씨’(2018)에서 ‘참된 어른’ 박동훈 역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드라마 속 명대사와 명장면은 최근까지도 회자돼왔으며, ‘인생 드라마’로 꼽는 이도 많다.
영화 ‘기생충’에 출연한 배우 이선균. 씨제이이엔엠 제공
영화에서도 꾸준한 행보를 보였다. ‘쩨쩨한 로맨스’(2010), ‘화차’(2012), ‘내 아내의 모든 것’(2012), ‘끝까지 간다’(2014) 등을 잇따라 성공시키며 흥행 배우로 우뚝 섰다. 홍상수 감독의 ‘옥희의 영화’(2012), ‘우리 선희’(2013) 등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2019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서 박 사장 역을 맡아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렸다. 이 영화는 그해 프랑스 칸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고, 이듬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등 4관왕에 올랐다.
올해는 그가 주연한 영화 ‘잠’과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가 동시에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받으면서 배우 인생에 정점을 찍었다. 영화제 레드카펫에 오른 그에게 외신들의 스포트라이트와 인터뷰 요청이 쏟아졌다. 아내인 배우 전혜진과 두 아들도 동행해 축하를 건넸다.
하지만 지난 10월 그가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큰 충격을 안겼다. 이 여파로 그가 주연한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행복의 나라’는 개봉이 보류됐고, 드라마 ‘노 웨이 아웃’은 조진웅으로 배우가 교체됐다. 그리고 끝내 세상을 등지면서 더는 그의 새 작품을 보기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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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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