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홍김동전’ 폐지 강행에 연말 가요제 일본 개최까지 한국방송(KBS)의 최근 행보가 시청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공영방송사가 시청률과 수익성을 최우선에 둔 결정으로 민심을 외면했다는 것이다. 시청자들은 트럭 시위에 나서고 청원글을 올리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 사옥 앞에 트럭 한대가 출몰했다. ‘홍김동전’ 폐지에 반대하는 시청자들이 트럭 시위에 나선 것이다. 트럭은 ‘시청자가 반대하는 홍김동전 폐지 결정 누굴 위한 방송이냐’ 등의 문구를 걸고 며칠 동안 방송사 앞을 지켰다. 한국방송 시청자 청원 게시판에도 “‘홍김동전’ 폐지에 반대한다”는 글이 지난 29일 기준으로 600개 정도 게시됐다. 이 가운데 ‘홍김동전’ 폐지 반대 청원 42건이 1천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담당자는 게시된 날부터 30일 이내에 1천명 이상이 동의한 청원에 답변해야 한다.
‘홍김동전’은 김숙과 홍진경이 팀을 나눠 매회 새로운 임무를 수행하는 형식으로 2022년 7월 시작했다. 관찰 예능과 연애 리얼리티 등 비슷한 형식 사이에서 신선하다는 호평과는 별개로 평균 시청률이 1%대로 저조해 2023년 4월 한차례 폐지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한국방송은 시청률 3~4%대인 ‘옥탑방의 문제아들’도 ‘홍김동전’과 함께 1월 중순에 폐지한다.
‘홍김동전’은 티브이(TV)로 ‘본방사수’하는 시청자가 1%에 그치지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순위나 소셜미디어 화제성은 높다. ‘홍김동전’은 오티티 웨이브에서 한국방송 비드라마 1위(2023년 12월18일 기준)에 올랐고, 콘텐츠 경쟁력 분석업체인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집계한 2023년 12월 셋째 주(12월18~24일) 티브이·오티티·온라인을 합친 예능 화제성 순위도 10위를 차지했다. 요즘 예능으로는 드물게 포털사이트에 팬카페도 개설돼 있다. 방송 내용이 밈(짧은 영상) 등으로 재생산되면서 젊은 세대에서도 화제다.
‘홍김동전’ 사례는 플랫폼이 다양해진 시대에 지상파 방송사가 처한 현실을 보여준다. ‘무한도전’ 방송 시작 뒤 시청자 반응이 오기까지 문화방송이 1년을 기다려준 일은 이제는 불가능해졌다. 한 지상파 방송사 피디는 “방송사 살림이 기울면서 외국 판매나 2차 사업으로 당장 큰돈을 벌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졌다”고 했다. 한국방송이 연말 가요제 형식으로 마련한 ‘뮤직뱅크 글로벌 페스티벌’을 지난 9일 일본에서 개최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한국에서는 무료인 티켓을 일본에서는 수십만원에 판매해 논란이 됐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프로그램 폐지에 시청자들이 이렇게까지 강하게 의견을 내는 만큼, 자사 케이블 방송사나 오티티에서 방영하는 등 다른 대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