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서 인쇄, 대학서 디자인, 대학원서 사진
편집·출판·기획 혼자서…최고 작품 뽑아내
편집·출판·기획 혼자서…최고 작품 뽑아내
[이사람] 3부작 새 사진집 펴낸 여동완씨
1㎜.
제본 실수였다. 양면으로 펼쳐지는 사진 아귀가 꼭 그 정도쯤 어긋나 있었다. 얼핏 봐서는 잘 알아차리기 힘들어도 도저히 넘어갈 수 없었다. 여동완(46)씨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결심했다. ‘다시 찍자.’
사진가 여동완씨 작품집 3부작 〈여동완〉 1권은 그래서 두 번 찍었다. 3권 합쳐 36만원, 1권에 12만원짜리 사진집이어서 딱 100부씩만 찍었던 것인데 그런 ‘아픔’이 뒤따랐다. 그동안의 사진 인생을 스스로 정리하고 가고 싶어서 찍은 책을 허투루 낼 수는 없었다. 책 지은이도, 펴낸 이도 여씨 자신이기에 더욱 그랬다. 사진집 〈여동완〉을 펴낸 출판사 가각본(家刻本)이 바로 그가 운영하는 출판사다. 그래서 손해를 감수할 수 있었던 것이기도 했다.
본업은 당연 사진가지만 여동완씨는 분명 출판인이다. 서울 종로구 익선동에 있는 집 겸 작업실 겸 출판사 사무실에서 여씨는 ‘부인대우 동거녀’이자 그가 ‘그녀’라고 부르는 동반자 현금호씨와 책을 만든다. 직원이 2명뿐인 이 미니출판사는, 요즘 흔해진 다른 미니출판사와는 사뭇 다르다. 딴 미니출판사들은 편집이나 기획 이외 업무는 모두 외주로 해결하는데, 여씨는 혼자서 다 한다. 고등학교에서는 인쇄를, 대학에서 디자인을, 대학원에선 사진을 전공한 여씨여서 가능한 일이다. 모든 걸 다 할 수 있다는 것은, 자부심이자 때론 족쇄다. 책 만드는 진도는 느리고, 공정마다 모두 고르게 최상의 수준을 뽑아내기도 쉽지 않다. 그래도 다 하는 것, 그게 여씨의 보람이자 힘이다.
이번에 나온 작품집 〈여동완〉은 그가 가각본을 차렸던 꿈과 목표의 결과물이다. 책 만드는 일이 좋았던 게 출판사를 차린 가장 큰 이유였고, 자신이 찍은 책을 자신이 디자인해 직접 펴내고 싶었던 것도 중요한 이유였다. 돈을 벌고 싶었으면 펴내지 못했을 책이다. 한 권에 12만원이라면 비싸게 느껴지겠지만 실제 제작비는 더 들었다. 권당 20만원에 육박했는데, 거래 인쇄소 대표 등 주변 사람들 도움으로 그나마 12만원에 맞췄다. 1권은 타클라마칸, 2권은 베이징, 3권은 서울이 소재다. 철저하게 작가로서 ‘개입’을 억제하고 관객의 눈으로 풍경을 보듯 그대로 전해주려 한 게 이번 사진들의 특징이다.
이 책으로 여씨의 출판 여정은 한 단계 또 넘었다. 남은 꿈은 ‘더 큰 책’을 만들어 보는 것. “진짜 꿈은 ‘전지 크기의 낱장짜리 책’을 만드는 거예요. 국내에선 불가능한데, 언젠가는 해보고 싶어요. 그 자체가 작품이 되는 그런 책이겠지요.” 책과 사진을 직업으로 삼는 이라면, 그런 책이 나오기를 바랄 듯하다.
글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사진 강재훈 기자 khan@hani.co.kr
bonbon@hani.co.kr 사진 강재훈 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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