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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소녀들에게 빠져봐 우리는 ‘아저씨 부대’

등록 2007-11-27 19:42

원더걸스 / 사진 JYP엔터테이먼트 제공
원더걸스 / 사진 JYP엔터테이먼트 제공
소녀시대·원더걸스 30~40대 남성 팬 몰고다녀
‘일본식 롤리타 취향’ ‘기존 남성문화 반발’ 분석
지난 20일 서울의 한 서점에서 열린 ‘소녀시대’의 팬 사인회. 100여명 정도 모일 것으로 예상했던 주최쪽은 한꺼번에 1000여명의 팬이 몰려들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행사는 잠시 중단됐다. 이 중 90%가 남성들이었고, 그 절반이 30~40대였다.

원더걸스에 이어 소녀시대도 30~40대 아저씨들을 몰고 다니고 있다. 원더걸스 때만 해도 일시적인 현상이려니 생각했던 문화계에서는 이들 ‘아저씨 부대’의 등장에 새삼 주목하고 있다. 10대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가요계에 새로운 세력이 등장한 것이다.

아저씨들이 댄스음악의 팬이 된 것은 전에 없던 일이다. 그러나 이들이 열광하는 대상은 음악 자체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보고있다. 가장 일반적인 해석은 일본식 ‘소녀취향’의 한국적 변용으로 보는 시각이다. 음악평론가 강헌씨는 “(10년 전의) 에스이에스나 핑클과 다른 점은, 가수들은 더 어려지고, 팬들의 나이는 더 많아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원더걸스 멤버들의 평균 나이는 17살, 소녀시대는 멤버 9명 전원이 고교생이다.

소녀시대 / SM엔터테이먼트 제공
소녀시대 / SM엔터테이먼트 제공
음악평론가 김작가씨는 “80년대부터 내려오던 전통적인 여동생 코드에 일본식의 롤리타 코드가 접목된 것”이라며 “아저씨들이 딸 같은 여성을 욕망의 대상으로 보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인터넷을 통해 유포된 롤리타 현상이 성인남성들의 은밀한 욕망으로 남아있다가 원더걸스와 소녀시대를 통해 광장으로 터져나왔다는 분석이다.

정치적인 분야에서 원인을 찾기도 한다. 강헌씨는 “지금 30~40대가 격렬한 반응을 보여야할 대상은 대통령 선거인데, 이들이 정치적으로 철저하게 소외되고 있다는 증거”라며 “개혁의 실패로 인한 정치적 무력감, 신자유주의의 득세에 의한 경제적 박탈감 등 총체적인 패배주의가 소녀들에 대한 관심을 일탈적으로 부추긴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건전한 현상으로서 하나의 문화적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는 시각도 있다. 문화평론가 남재일씨는 “직장에서 회식하는 걸 싫어하는 등 기존 남성 문화에 반발심을 갖고 있는 남성들이 늘고 있다”며 “자기 취향의 문화를 살릴 기회를 찾고 있던 이들의 실체가 대중 문화에 투사된 형태로 나오고 있는 현상”이라고 평했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사회학)는 “지금의 30~40대의 일부는 90년대초 신세대 논쟁의 신세대에 해당하는 세대”라며 “이들은 대중문화를 적극적으로 즐기는 세대로서, 새로운 문화시장이 열릴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신세대 논쟁이 있었던 지난 92년 당시 신세대를 17~25살로 봤을 때, 15년이 지난 지금 이들은 30대 초반에서 40대 초반의 나이가 됐다.

그러나 대중음악평론가 서정민갑씨는 이런 현상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본다. 그는 “음악 외적인 것들이 음악을 대신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여전히 위험스럽다고 생각한다”며 “음악적 대안이 만들어지지 않는 한 이런 현상이 장기적으로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강헌씨도 “이 아저씨들은 음반도 사지 않고 눈요기만 하려고 한다”며 “오래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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