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코 사토시 와세다대 교수(오른쪽)가 <한겨레> 권태선 논설위원(왼쪽)과 대담을 나누고 있다.
[한겨레가 만난 사람]
아마코 사토시 와세다대 교수
아마코 사토시 와세다대 교수
중, 내부 모순 해결이 최우선
국제위협보다 협력으로 갈듯
일본의 중국문제 전문가인 와세다대 아마코 사토시(61·사진) 교수가 고려대-서울대-와세다대 공동프로그램 참석차 서울을 방문했다. 지난 13일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만나 베이징 올림픽이 중국에서 갖는 의미와 중국의 장래 전망 등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8일 있었던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을 보고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요?
“다소 긴 개막식을 보며 세 가지를 생각했습니다. 우선 중화 역사의 위대함을 드러내려는 국가의 의도를 잘 표현했다는 점입니다. 근대 이후 좌절과 굴욕의 역사를 겪어온 중국이 근대화를 성취했다는 자긍심을 국내뿐 아니라 세계에 보여주고 싶었던 것입니다.
둘째로는 중국이 안고 있는 사회적 모순입니다. 양극화로 인해 빚어지는 폭동과 탄압의 한편에서 벌어지는 화려한 향연이 극적으로 대비됐지요. 중앙의 화려함과 그 뒤에 가려진 음지의 격차가 빚어내는 모순에 대한 중국 지도자들의 생각이 궁금했습니다.
셋째로는 올림픽은 스포츠를 통해 국경을 넘는 교류와 우정을 다지는 장인데 이번 개막식은 지나치게 중국색을 강조해 올림픽 정신을 퇴색시켰다는 아쉬움입니다. 중국은 서방에 올림픽을 정치화하지 말라고 경고했지만, 그 누구보다도 중국이 올림픽을 정치화했습니다. 겉으로는 협력과 공생을 말하면서, 실제로는 중국 내셔널리즘을 표출한 것입니다.”
-말씀대로 내셔널리즘을 전면에 내세운 개막식을 보면서 많은 이들이 중국을 위협적인 국가로 인식하게 된 것 같습니다. 중국 내셔널리즘은 얼마나 위협적일까요?
“현재의 중국은 경제·사회적 변동기일 뿐 아니라 의식의 변화기이기도 합니다. 의식의 측면에선 인터내셔널리즘과 내셔널리즘이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중국 지식인 사회를 보면 과거에는 내셔널리즘이 아주 강했지만 최근에는 인터내셔널리즘적 경향도 눈에 띄고 리버럴도 많습니다. 그러나 리버럴이라고 하더라도 내셔널리즘적 경향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이때의 내셔널리즘에도 수동적인 측면과 공격적 측면이 혼재해 있습니다. 아울러 지적할 것은 1980년대 이후 확립된 ‘한 자녀 갖기 운동’의 결과입니다. 운동 덕에 중국 사회는 경제적으로 부유해졌지만, 외동아이로 자란 젊은이들이 중국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려고 할지는 의문입니다. 올림픽 행사는 지도자의 생각의 발로일 뿐 시민적 차원의 것은 아닙니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에 대한 위협을 느낄 만한 흐름으로 흘러가지는 않을 것으로 봅니다. 중국은 거대한 나라이지만, 여러 모순이 내재된 사회입니다.” 동아시아 국가간 대립 있어도
민간교류 속 지역공동체 희망 -중국을 세계의 위협으로 보는 시각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는 듯합니다. 하나는 세계 3위의 경제력과 군사력에서 나오는 위협을 강조하는 쪽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경제적 격차의 확대, 환경문제 등 내부의 모순이 폭발했을 때, 전세계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시각입니다. 중국이 이런 모순을 극복해낼 힘이 있다고 봅니까? “중국의 경제성장이 국제협력 없이는 달성 불가능하듯이 중국의 사회모순 역시 국제협력 없이는 해결 불가능합니다. 중국 지도부가 화해(和諧:조화)사회를 추구하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제적인 협조 없인 내부 모순의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중국 지도부의 인식을 보여준다고 여깁니다. 이런 점에서 외부에서 중국에 대해 국제협력의 필요성을 계속 제기하는 게 중요합니다.” -중국의 공산당 정권을 과거 한국이나 대만의 권위주의 정부에 비교하면서, 한국과 대만이 민주화의 길을 걸었던 것처럼 장기적으론 중국도 민주화의 길을 걸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한국과 대만에는 권위주의 정부에 대항하는 정치세력이 존재했던 반면 중국에는 그런 세력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중국이 민주화할 수 있는 길이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89년 천안문 사태 등으로 정치세력으로서의 민주세력은 전멸했습니다. 그러나 환경문제나 물가앙등 등 사회문제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는, 권리의식에 눈을 뜬 세력이 커지고 있습니다. 아울러 인터넷을 통한 여론 형성의 힘도 무시할 수 없게 됐습니다. 이런 것들이 민주주의를 유도할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겠지만, 중국은 한국이나 대만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큰 나라라, 민주화운동이 일거에 확산될 수 있는 사회가 아닙니다. 정치불균등 사회라고나 할까요. 중국의 민주화 가능성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예를 하나 들겠습니다. 선전에선 정치특별구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구 지도자들을 선거로 뽑는 것을 시작으로 해서 시장도 선거로 뽑도록 발전시켜 나가자는 것이지요. 선전에서 상하이나 베이징 등으로 확대될 수 있을 것입니다. 농촌자치를 확대하고 내륙 자치구에 자치를 허용하려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또 공산당 내부에선 부패를 막기 위해 중앙위원을 선거로 뽑자는 움직임도 있고요. 2012년 당대회는 그런 의미에서 하나의 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서방에서는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다극시대가 도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즉 그루지야 침공을 통해 힘을 과시한 러시아와 중화민족주의를 내세운 중국의 부상으로 미국의 일극체제가 종언을 고하고 다극시대로 진입하고 있다는 주장인데요. “국제 권력의 이동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그것을 다극화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중국은 내부에 엄청난 모순을 안고 있는 나라이고, 러시아는 자원대국으로서 영향력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세계적으로 힘을 휘두를 수 있는 위치에 있진 않습니다. 극체제 자체가 변화해 지역협력체로 가는 게 이 시대의 흐름이며, 이 흐름을 촉진할 방안을 고민하는 게 이 시대의 과제입니다.” -동아시아 지역 공동체를 많은 이들이 소망하지만, 독도나 교과서 문제를 둘러싼 한-일 사이의 갈등이나 올림픽에서 표출된 중국의 내셔널리즘처럼 각국의 민족주의·국가주의적 경향이 도드라져 보이는 현실 속에서 어디서 그 가능성을 보십니까? “우선 제가 근무하는 대학원만 보더라도 아시아 유학생들이 많고 그들 사이의 의견교환이 활발합니다. 또 활발한 민간교류나 다국적 기업의 진출도 그런 흐름을 강화시킬 수 있는 것이고요. 그동안은 정부간 접촉과 관계만 이야기됐지만, 지금은 정부 사이에 대립이 있더라도 민간교류는 계속됩니다. 시대의 변화는 1~2년이 아니라 10~20년에 걸쳐 이뤄지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장기적 전망을 가지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는 싹이 보이면 그것을 가꾸는 일이 우리가 할 일입니다.”
글 권태선 논설위원 kwonts@hani.co.kr
사진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국제위협보다 협력으로 갈듯
아마코 사토시(61·사진)
“현재의 중국은 경제·사회적 변동기일 뿐 아니라 의식의 변화기이기도 합니다. 의식의 측면에선 인터내셔널리즘과 내셔널리즘이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중국 지식인 사회를 보면 과거에는 내셔널리즘이 아주 강했지만 최근에는 인터내셔널리즘적 경향도 눈에 띄고 리버럴도 많습니다. 그러나 리버럴이라고 하더라도 내셔널리즘적 경향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이때의 내셔널리즘에도 수동적인 측면과 공격적 측면이 혼재해 있습니다. 아울러 지적할 것은 1980년대 이후 확립된 ‘한 자녀 갖기 운동’의 결과입니다. 운동 덕에 중국 사회는 경제적으로 부유해졌지만, 외동아이로 자란 젊은이들이 중국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려고 할지는 의문입니다. 올림픽 행사는 지도자의 생각의 발로일 뿐 시민적 차원의 것은 아닙니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에 대한 위협을 느낄 만한 흐름으로 흘러가지는 않을 것으로 봅니다. 중국은 거대한 나라이지만, 여러 모순이 내재된 사회입니다.” 동아시아 국가간 대립 있어도
민간교류 속 지역공동체 희망 -중국을 세계의 위협으로 보는 시각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는 듯합니다. 하나는 세계 3위의 경제력과 군사력에서 나오는 위협을 강조하는 쪽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경제적 격차의 확대, 환경문제 등 내부의 모순이 폭발했을 때, 전세계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시각입니다. 중국이 이런 모순을 극복해낼 힘이 있다고 봅니까? “중국의 경제성장이 국제협력 없이는 달성 불가능하듯이 중국의 사회모순 역시 국제협력 없이는 해결 불가능합니다. 중국 지도부가 화해(和諧:조화)사회를 추구하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제적인 협조 없인 내부 모순의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중국 지도부의 인식을 보여준다고 여깁니다. 이런 점에서 외부에서 중국에 대해 국제협력의 필요성을 계속 제기하는 게 중요합니다.” -중국의 공산당 정권을 과거 한국이나 대만의 권위주의 정부에 비교하면서, 한국과 대만이 민주화의 길을 걸었던 것처럼 장기적으론 중국도 민주화의 길을 걸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한국과 대만에는 권위주의 정부에 대항하는 정치세력이 존재했던 반면 중국에는 그런 세력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중국이 민주화할 수 있는 길이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89년 천안문 사태 등으로 정치세력으로서의 민주세력은 전멸했습니다. 그러나 환경문제나 물가앙등 등 사회문제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는, 권리의식에 눈을 뜬 세력이 커지고 있습니다. 아울러 인터넷을 통한 여론 형성의 힘도 무시할 수 없게 됐습니다. 이런 것들이 민주주의를 유도할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겠지만, 중국은 한국이나 대만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큰 나라라, 민주화운동이 일거에 확산될 수 있는 사회가 아닙니다. 정치불균등 사회라고나 할까요. 중국의 민주화 가능성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예를 하나 들겠습니다. 선전에선 정치특별구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구 지도자들을 선거로 뽑는 것을 시작으로 해서 시장도 선거로 뽑도록 발전시켜 나가자는 것이지요. 선전에서 상하이나 베이징 등으로 확대될 수 있을 것입니다. 농촌자치를 확대하고 내륙 자치구에 자치를 허용하려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또 공산당 내부에선 부패를 막기 위해 중앙위원을 선거로 뽑자는 움직임도 있고요. 2012년 당대회는 그런 의미에서 하나의 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서방에서는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다극시대가 도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즉 그루지야 침공을 통해 힘을 과시한 러시아와 중화민족주의를 내세운 중국의 부상으로 미국의 일극체제가 종언을 고하고 다극시대로 진입하고 있다는 주장인데요. “국제 권력의 이동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그것을 다극화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중국은 내부에 엄청난 모순을 안고 있는 나라이고, 러시아는 자원대국으로서 영향력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세계적으로 힘을 휘두를 수 있는 위치에 있진 않습니다. 극체제 자체가 변화해 지역협력체로 가는 게 이 시대의 흐름이며, 이 흐름을 촉진할 방안을 고민하는 게 이 시대의 과제입니다.” -동아시아 지역 공동체를 많은 이들이 소망하지만, 독도나 교과서 문제를 둘러싼 한-일 사이의 갈등이나 올림픽에서 표출된 중국의 내셔널리즘처럼 각국의 민족주의·국가주의적 경향이 도드라져 보이는 현실 속에서 어디서 그 가능성을 보십니까? “우선 제가 근무하는 대학원만 보더라도 아시아 유학생들이 많고 그들 사이의 의견교환이 활발합니다. 또 활발한 민간교류나 다국적 기업의 진출도 그런 흐름을 강화시킬 수 있는 것이고요. 그동안은 정부간 접촉과 관계만 이야기됐지만, 지금은 정부 사이에 대립이 있더라도 민간교류는 계속됩니다. 시대의 변화는 1~2년이 아니라 10~20년에 걸쳐 이뤄지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장기적 전망을 가지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는 싹이 보이면 그것을 가꾸는 일이 우리가 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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