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모토 준코(사진)
일 모리모토 준코 “무기 못만들게 막아야”
히로시마 원폭의 기억을 알려는 동화를 써내 국내에도 알려진 작가 모리모토 준코(사진)를 지난주 ‘피스보트’에서 만났다. 일본 시민단체 피스보트가 한국과 일본의 원폭 피해자들을 태우고 인도와 스페인 등 17개 나라를 돌며 펼치는 반전운동에 동참해 지난 7일 요코하마항에서 출발한 것이다. 그는 13살 소녀시절 히로시마에서 원폭을 직접 경험한 피해자이기도 하다.
일본의 평범한 중학교 미술교사였던 모리모토는 1982년 호주로 이주해 동화작가로 새 삶을 시작했다. 새로운 환경이 낯설어 힘들어 하는 그를 보던 아들이 어머니의 평소 그림작품을 모아들고 호주의 한 아동출판사를 찾아간 덕분에 첫 동화책을 펴낸 것이다. 그의 작품을 본 일본의 절친한 친구가 “누구보다 원폭의 두려움을 잘 아는 당신이 피폭자의 삶에 대해 그려야 한다”고 강권했다. 하지만 쉰살이 넘어서도 그에게 당시 경험은 다시 떠올리기 두려운 일이었다. 그 공포 속에서 그를 끌어낸 것은 다름 아닌 그 친구의 사망 소식이었다. 그는 86년 친구가 암으로 세상을 뜨고 난 뒤 친구의 소원대로 원폭 이야기를 담은 동화책 <나의 히로시마>(1987)를 펴냈다. 책을 친구의 영전에 바치며 너무 늦은 출간에 눈물로 용서를 구한 그는 조금 더 용감해졌다. 호주에서 종종 평화집회에 참가해온 그는 이번 피스보트 소식을 듣고 직접 자신의 책을 기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피스보트’는 그에게 책과 함께 승선해달라고 요청했다.
모리모토는 해마다 8월이면 호주의 ‘책 주간’에 아이들과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원자폭탄을 만들고 터뜨린 미국이 밉지 않나요?”라고 묻는 아이들의 질문에 그는 답한다. “물론 미국이 밉지만 그렇게 만든 일본도 잘못했다.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전쟁 무기가 없었다면 아무도 다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사람에겐 나쁜 욕망이 숨어있기 때문에 무기를 만들지 못하게 해서 사전에 막는 것이 중요하다.” 그는 지구촌 곳곳의 어린이들에게 이 얘기를 들려주고자 오는 12월 18일까지 피폭자 102명과 함께 평화 여행을 계속한다.
싱가포르/글·사진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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