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카이거(57·왼쪽), <매란방>의 주연배우 리밍(43·오른쪽), 장쯔이(30·가운데)
천카이거 감독 신작홍보 방한
장이머우 감독과 함께 중국의 5세대 영화감독을 대표하는 천카이거(57·왼쪽). 세계 영화계에서 그의 이름은 영화 <패왕별희>(1993)와 동의어다. 중국의 전통 가극인 경극을 세계에 알린 <패왕별희>는 그를 단숨에 거장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오는 4월9일 개봉하는 그의 신작 <매란방> 역시 <패왕별희>처럼 경극 배우들의 사랑과 투쟁을 그린 영화다. <매란방>의 주연배우 리밍(43·오른쪽), 장쯔이(30·가운데)와 함께 서울을 찾은 천카이거 감독을 2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만났다.
천 감독은 “경극 장면이 많이 나오기는 하지만 <매란방>은 <패왕별희>와 완전히 다른 영화”라며 “예술가들이 과거처럼 사회적 발언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매란방은 <패왕별희>에서 장궈룽의 여장 연기로 깊은 인상을 남긴 ‘데이’ 역의 모델이 됐던 실존 인물이다. 중국인들은 그를 전설적인 경극 배우로, 그리고 마지막까지 예술가의 자존심을 지킨 영웅으로 추앙하고 있다. 1930년 미국 뉴욕에 진출해 경극 공연에 성공했고, 찰리 채플린, 스타니슬랍스키 등과 교류하기도 했던 그는 일본군이 중국을 점령하자 이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모든 공연을 중단했다.
천 감독은 영화에서 예술가를 둘러싼 외부의 압력을 ‘종이 족쇄’라는 이미지로 표현했다. 그는 “최근 한국 배우들의 자살이 잇따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누구나 살아가면서 어려움을 겪지만, 특히 엔터테인먼트 업계에는 ‘종이 족쇄’가 있게 마련인데, 매란방은 이런 공포감이나 불안감을 내면의 온유한 힘으로 이겨 낸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패왕별희>는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뒀지만, 정작 중국에서는 상영이 금지됐다. 중국의 치부를 드러냈다는 게 이유였다. 그의 영화학교 동기이자 자신의 첫 영화 <황토지>의 촬영감독이었던 장이머우가 중국 정부에 적극 협력하고 있는 것과 달리 그는 여전히 비판적인 쪽이다.
그는 “중국도 이제 완전히 상업주의로 바뀌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돈이 많아졌다고 해서 예전에 적은 돈으로 영화를 만들었던 시절처럼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예가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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