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보다 정권코드 우선”
강한섭 위원장의 중도 사퇴로 자리가 빈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 인선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임원 추천위원회는 최근 공모한 후보 9명 가운데 5명을 추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에 추천했고, 문화부는 다음달 초쯤 새 위원장을 발표할 계획이다.
문화부로 넘어간 후보 5명은 변장호 감독, 정용탁 한양대 교수, 조희문 인하대 교수, 최완 아이엠픽쳐스 대표, 최진화 강제규필름 대표다. 이 가운데 문화부는 변장호 감독, 정용탁 교수, 조희문 교수를 놓고 최종 낙점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변 감독은 정진우 감독을 비롯한 영화계 원로그룹의 지지를 받고 있으며, 정용탁·조희문 교수는 이른바 문화계 뉴라이트 계열로 분류된다. 정 교수는 문화미래포럼 대표를 맡고 있으며, 조 교수는 현 정권 인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경력을 바탕으로 문화부 인사들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영진위원장 인선을 보는 영화계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이 정부 들어 지겹도록 반복된 이야기지만, 능력이나 신망보다는 정권과의 코드가 우선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애초 후보 9명 가운데 황기성 전 서울영상위원회 위원장(황기성사단 대표)의 경우 영화인회의 등 현장 영화인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는데도 임원추천위원회 면접조차 보지 못하고 서류 심사에서 떨어졌다. 영진위의 한 관계자는 “문화부 공무원이 임원추천위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추천위 구성 등을 전반적으로 관장하고 있다”며 “모든 절차가 요식행위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임원추천위는 영진위 위원 5명과 법조계·경제계·학계·문화부 등의 외부 위원 4명으로 이뤄져 있다.
한 영화제작사 대표는 “임원추천위 자체가 보수 일색으로 이뤄져 별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며 “누가 물망에 오르는지에 대해서조차 영화인들의 관심이 멀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영화인은 “우리가 내심 기대했던 인물들이 차례로 떨어져 나가고 있다”며 “코드 인사를 하더라도 좋은 사람을 뽑았으면 좋겠는데, 지금 상황에선 이전 위원장 때보다 더 나빠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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