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의 별바다.
[고수열전] 밤하늘을 봤다, 별이 빛났다. 딸을 낳았다, 예뻤다
‘혹시 내가 저 별에서’라는 별난 생각이 들었다
이후로도 본능은 별처럼
기회는 1년에 10 번 안팎. 1장만 건지자! 뭣도 몰랐다. 그냥 눌렀다. 인터넷에 난리가 났다
수많은 공모전에서 1등을 했다
입소문이 났다. 찍어준 아이만 벌써 2천명! 야간자율학습에 찌든 고등학생은 문득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국자 모양으로 늘어선 일곱 개의 별이 눈에 들어왔다. ‘저게 북두칠성이구나. 참 크네.’ 문득 별자리에 관심이 생겼다. 얼마 뒤 학교 운동장에서 밤하늘을 보는데 남쪽에서 아주 밝은 별 하나가 떠오르는 것이었다. 물고기자리 1등성 포말하우트였다. 본능적으로 끌렸다. ‘혹시 내가 저 별에서 지구로 온 건 아닐까?’ 권오철(35)씨가 별의 바다에 눈을 담그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광각렌즈로 밤하늘을 배경삼아 별사냥
대학에 간 뒤 천문동아리에 들어갔다.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오래된 카메라로 쏟아지는 별을 담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공부가 뒤따랐다. “사진을 먼저 배운 분들은 뭘 찍을지 대상을 찾느라 고민이 많더라고요. 저는 반대입니다. 별이 좋아 사진을 배운 거죠.”
별 사진 하면 엄청난 크기의 망원렌즈를 떠올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권씨에겐 망원렌즈가 하나도 없다. “광각렌즈로 넓은 밤하늘의 별을 배경과 함께 담는 걸 좋아해요. 별을 확대해 찍으려면 장비도 비싼데다 기록의 의미가 더 강하거든요. 광각렌즈를 쓰면 누구와도 다른 나만의 사진을 찍을 수 있죠.”
그는 대학 4학년 때 첫 개인전을 연 이후 지금껏 수십 차례의 전시회에 참여했다. 올해는 유네스코가 ‘세계 천문의 해”를 맞아 벌이고 있는 ‘더 월드 앳 나이트’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세계에서 모인 별 사진가 29명이 지구촌 곳곳의 문화유적을 배경으로 찍은 밤하늘 사진을 전시하는 행사다. 권씨는 석탑 같은 유적을 별과 함께 찍는 작업을 10년 전부터 해왔다. 요즘은 지구 온난화 탓에 맑은 날이 점점 준다. 직장인인 그는 주말에만 출사에 나선다. 달빛 같은 변수까지 고려하면 기회라고 해야 1년에 고작 열 차례 안팎이다. 1년에 사진 한 장 제대로 건지는 게 그의 목표다. 별 사진가로 숨가쁜 세상을 살아가기가 만만하진 않지만,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힘이 솟는다. 별의 마법이다.
수많은 아기모델 찍으며 ‘교감 노하우’ 차곡차곡
2002년 딸 민솔이가 태어나기 전까지 김재열(42)씨는 그 흔한 디지털 카메라조차 갖고 있지 않았다. 조리개가 무엇인지, 셔터 스피드가 무엇인지는 당연히 관심 밖이었다.
연세대 수학과를 졸업한 그는 20년째 매킨토시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왔다. 대학생 시절엔 연 1억원을 벌어들이는 소호 창업자로서 명성을 날렸다. 그런 그가 이제는 아기 사진 전문가로 변신해 방긋거리고 있다. 그에게서 아기 돌 사진을 찍으려면 6개월 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니 그 인기가 실감난다.
사진에 문외한이었던 그를 아기 사진 전문가로 만든 촉매제는 딸과 인터넷이었다. “민솔이가 태어난 지 한달 정도 됐을 때 갑자기 엎드리는 거예요. 너무 신기하고 예뻐서 처음으로 산 ‘똑딱이’로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렸더니 사람들이 난리가 났죠.”
결혼 뒤 4년 만에 얻은 딸이라 그의 딸사랑은 각별하다. 그런 딸의 사진을 보고 사람들이 “예쁘다”고 해주니 신바람이 났다. 그래서 틈만 나면 딸의 사진을 찍어 아기 모델 카페나 인터넷 공모전에 들이밀었다. 딸의 특출난 외모와 그의 정성이 버무러져, 그의 사진은 수많은 공모전에서 1등을 차지했다. 급기야 딸은 아기 모델로 발탁됐다. 공모전에서 경품을 타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그의 사진에 대한 열정도 깊어졌다.
그는 그런 아기들을 위해 프로필 사진을 찍어줬고, 그것이 입소문으로 이어졌다. 지금까지 대략 2천명의 아기 사진을 찍었다. “아기 사진은 아이들과의 교감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수많은 아이들을 찍으며 아이들과 교감하는 노하우가 쌓였죠. 아마도 그게 저만의 비법이 아닐까요?”
그에게 아기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단순히 일이 아니다. ‘오늘은 어떤 아이를 만나 사진에 담을까?’ 마음을 설레게 하는 생활의 활력소다. 커다란 모니터 앞에 앉아 자신이 찍은 아기들의 사진을 보는 그의 얼굴에선 미소가 번진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이후로도 본능은 별처럼
기회는 1년에 10 번 안팎. 1장만 건지자! 뭣도 몰랐다. 그냥 눌렀다. 인터넷에 난리가 났다
수많은 공모전에서 1등을 했다
입소문이 났다. 찍어준 아이만 벌써 2천명! 야간자율학습에 찌든 고등학생은 문득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국자 모양으로 늘어선 일곱 개의 별이 눈에 들어왔다. ‘저게 북두칠성이구나. 참 크네.’ 문득 별자리에 관심이 생겼다. 얼마 뒤 학교 운동장에서 밤하늘을 보는데 남쪽에서 아주 밝은 별 하나가 떠오르는 것이었다. 물고기자리 1등성 포말하우트였다. 본능적으로 끌렸다. ‘혹시 내가 저 별에서 지구로 온 건 아닐까?’ 권오철(35)씨가 별의 바다에 눈을 담그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아기의 행복한 식사.
나무 위로 흐르는 별빛. 권오철 제공
그는 대학 4학년 때 첫 개인전을 연 이후 지금껏 수십 차례의 전시회에 참여했다. 올해는 유네스코가 ‘세계 천문의 해”를 맞아 벌이고 있는 ‘더 월드 앳 나이트’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세계에서 모인 별 사진가 29명이 지구촌 곳곳의 문화유적을 배경으로 찍은 밤하늘 사진을 전시하는 행사다. 권씨는 석탑 같은 유적을 별과 함께 찍는 작업을 10년 전부터 해왔다. 요즘은 지구 온난화 탓에 맑은 날이 점점 준다. 직장인인 그는 주말에만 출사에 나선다. 달빛 같은 변수까지 고려하면 기회라고 해야 1년에 고작 열 차례 안팎이다. 1년에 사진 한 장 제대로 건지는 게 그의 목표다. 별 사진가로 숨가쁜 세상을 살아가기가 만만하진 않지만,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힘이 솟는다. 별의 마법이다.
아기모델들의 즐거운 수다. 김재열 제공
촛불 밝힌 생일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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