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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꿈틀대는 이것이 글이오, 그림이오

등록 2010-10-26 09:21수정 2010-10-26 09:29

‘캘리그래피’ 서예가 김기충씨
‘캘리그래피’ 서예가 김기충씨
‘캘리그래피’ 서예가 김기충씨
단어의 뜻 살려 ‘조형화’
“한글의 가능성 실험 중”

김씨가 이렇게 변한 것은 그를 지칭하는 말이 ‘서예가’ 하나가 아니라 이제 ‘캘리그래피’(문자를 조형적으로 새롭게 만들어내는 사람)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서예를 해온 김씨는 요즘 글씨로 그림을 만드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서예가를 새 작업에 미친 듯이 빠져들게 만든 계기는 뜻밖에도 고흥 우주기지에서 발사하는 나로호 로켓이었다. 나로호 발사 보도를 보면서 김씨는 문득 ‘고흥’이란 한자를 로켓 모양으로 만들었다. 좌우대칭인 높을 고(高)자는 길게 늘려 로켓의 뾰족한 앞부분으로, 흥할 흥(興)자는 로켓 뒷부분의 불길 모양으로 써봤다. ‘고흥’이란 글자는 한순간에 하늘로 치솟아오르는 로켓으로 변했다. 개인전에 전시한 이 서예 작품을 본 한 친구가 흥미롭게 보다가 그에게 지나가는 말로 권했다. “야, 이거 재미있다. 앞으로 이런 것 계속 해보면 어때?”

야구
야구

그 말에 새로운 욕구가 발동한 김씨는 한글로 한번 이런 글씨를 써보자고 시작했다. 인천 연고 프로야구단 에스케이 와이번스의 우승 축하 글씨를 써 준 적이 있었던 김씨에게 문득 ‘야구’란 글자가 떠올랐다.

혼자 백지 위에 이리 써보고 저리 써보다가 ‘야구’란 글자를 와인드업을 하는 투수로 만들어냈다. 그 재미에 다시 도전. 다시 ‘야구’란 글씨는 타석에 선 타자(①)로, 공을 받는 포수(②)로, 그리고 판정을 하는 주심(③)까지 변신을 계속했다. 야구 다음은 농구. ‘농’자의 ㅇ은 공으로, ‘노’자는 덩크슛을 하는 억센 팔로, ‘구’자는 땅을 박차고 점프하는 하반신으로 변했다(④).


농구
농구
김씨의 작업은 한글에 대한 새롭고 다양한 시도라는 점에서 반가운 동시에, 서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줄어들면서 서예가들의 입지와 활동이 점점 제한되는 현실의 결과이기도 하다. 물론 새로운 도전이 주는 재미가 워낙 강해서 김씨는 앞으로 이 작업에 일생을 걸어볼 작정이다.

“한자를 그림으로 만드는 작업은 많이 있었어요. 하지만 한글 캘리그래피는 그동안 거의 없었습니다. 우리 한글의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하는 재미와 의미가 커서 평생 해볼 만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글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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