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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중국 모델’의 성패, 민주화에 달렸다

등록 2011-12-16 20:29

김지석 콘텐츠평가실장
김지석 콘텐츠평가실장
김지석의 앎과 함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여덟번째로 무역 1조달러를 돌파한 올해 중국은 3조5천억달러의 교역액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우리나라와 중국의 국내총생산과 무역 규모가 비슷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중국 경제가 얼마나 빨리 팽창했는지를 알 수 있다. 지금 중국의 국내총생산은 우리의 5배 수준이다.

중국 경제는 흔히 동아시아발전모델의 하나로 분류된다. 국가가 주도하는 경제 관리, 높은 저축률, 수출주도형 산업·무역 정책 등이 그 특징이다. 우리나라의 경제개발계획은 1990년대 이후 사실상 없어졌지만 중국은 지금 제1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2011~15년)을 시행중이다. 저축률이 세계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우리나라와 달리 중국은 여전히 50%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중국은 동아시아의 다른 나라보다 유리한 조건을 몇 가지 갖고 있다. 우선 강력한 국유기업의 존재다. 공기업은 효율이 떨어진다고 하지만, 국가가 은행·에너지·철도 등의 기간산업을 확보하고 있으면 경제 관리와 위기 대응에서 힘을 발휘할 여지가 커진다. 이미 자유화한 경제에서 국유기업을 만들기가 아주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중국이 사회주의에서 출발한 게 장점이 되고 있는 셈이다. 거대한 내수시장도 중요하다. 앞으로 수십년 동안 중국만큼 내수시장이 커질 나라는 지구촌에 없다. 이는 그 자체로 세계 경제의 동력이 될 것이다. 풍부한 문화적 유산 또한 좋은 무기다. 어떤 체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해나가려면 정신적 요소가 반드시 필요한데, 중국은 어렵지 않게 끌어쓸 수 있는 자산을 자신의 역사 속에 갖고 있다.

동아시아발전모델은 이미 한국·중국·일본과 동남아 국가들을 통해 유효성을 입증했으나 미래의 성공까지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일본이 1980년대까지 미국의 지위를 위협할 정도로 부상했다가 이후 힘을 잃은 것은 그 한계를 보여준다. 중국만 해도 1인당 소득으로는 아직은 개도국일 뿐이다. 게다가 지역·계층간 갈등과 억압적 정치 구조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미완의 대국’이다.

중국은 지금 동아시아발전모델을 진전시켜 ‘중국 모델’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낙관적인 시각이 많지만 중요한 변수가 두 가지 있다. 우선 국제관계다. 중국은 3조7천억달러의 외환보유고를 자랑한다. 역사상 어느 나라도 이렇게 많은 외환을 가져본 적이 없다. 하지만 돈이 있다고 저절로 국제 위상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2차대전 이후 구매력이 없는 서유럽에 대대적인 원조를 제공함으로써 명실상부한 초강국이 됐다. 지금 중국은 그런 의지도 능력도 부족하다.

더 중요한 것은 중국인들 스스로의 선택이다. 지난 수십년간 중국에서 일어난 모든 변화는 공산당 일당지배를 전제로 했다. 중국 정치체제의 문제점은 이제까지 고도성장과 중화 민족주의에 가려 있었지만 성장률이 떨어지고 미국 패권의 힘이 약해질수록 공산당 권위주의에 대한 비판 목소리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중국이 민주화에서 연착륙할 수 있을지 여부는 중국 모델의 성패, 나아가 세계 경제의 안정을 가름할 관건이 될 것이다.

콘텐츠평가실장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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