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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미술관과 7년 법정다툼…“큐레이터 정체성 찾고 싶었다”

등록 2013-01-28 19:22수정 2013-01-28 21:27

김준기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
김준기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
부당해고 소송 이긴 김준기씨
고 구본주 작가 보험금 지급관련
재벌보험사 상대로 시위뒤 해고
“애초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건
노동자의 기본권 지키려는 싸움”
“애초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건입니다. 우리 미술관 문화가 한 단계 올라가는 계기가 되길 바랄 뿐입니다.”

본인보다도 함께 자리한 윤범모 가천대 교수가 더욱 안타까워하며 사건의 의미를 평했다. 7년에 걸친 기나긴 법정 싸움을 마치고 25일 기자회견을 연 김준기(사진)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은 오히려 무덤덤한 듯했다. 미술계에 널리 알려진 ‘김준기 큐레이터 대 사비나미술관’의 부당 해고 소송 사건은 큐레이터의 승리로 최종 마무리됐다. 지난 연말 사비나미술관(관장 이명옥)이 김 큐레이터에게 해고 기간 임금 일부를 지급하면서 오랜 싸움이 종료된 것이다.

2005년 8월, 김준기 당시 사비나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은 2년 동안 다닌 미술관으로부터 갑작스런 해고 통지를 받았다. 사유는 직원 평가에서 부적격으로 나왔다는 것이었다. 미술계에선 당시 갑작스런 사고로 세상을 떠난 구본주 작가의 보험금 지급을 놓고 재벌 보험회사가 예술가의 소득을 일용 노임 기준으로 책정한 것에 항의하는 1인시위가 이어지고 있었다. 김 큐레이터는 이 시위에 동참한 직후 해고 통지를 받았다. 그리고 ‘짐을 정리하라’는 요구가 이어지자 사직서를 제출할 짬도 없이 며칠 뒤 퇴사했다.

그가 소송을 결심한 것은 새 직장을 얻기 위해 경력증명서 발급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순간이었다고 한다. 미술계에서는 미술관 쪽이 미술계 큰손인 보험사를 소유한 재벌그룹의 눈치를 보고 그를 해고한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는데, 미술관 쪽은 김 큐레이터가 소문을 낸 거 아니냐며 이 소문을 해명하지 않으면 경력증명서를 발급해주지 않겠다고 했다고 한다. “가장 기본적인 근로기준법조차 지키지 않은 걸 보고, 이건 아니다 싶었어요. 큐레이터의 기본적인 권익, 노동자로서 큐레이터의 정체성에 대해 되물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김씨는 그해 11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했고, 두 달 뒤 원직 복직과 부당해고 기간의 임금을 지급하라는 판정을 받아냈다. 부당해고가 인정된 것이다. 그러자 미술관은 재심을 요청했고, 재심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오자 다시 행정소송을 청구했다. 이 역시 기각당하자 미술관 쪽은 2009년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임금 지급 판결에도 불구하고 김씨에게 임금을 지급한 주체는 미술관이 아니라 사단법인 사비나미술회라며 임금 지급을 거부했다. 김씨는 “임금 지급을 피하려고 있지도 않았던 파견 큐레이터라는 꼼수를 들고나온 것”이라고 주장하며 계속 미술관의 책임을 따졌다. 마침내 지난달 서울고등법원이 화해권고안을 내고 양쪽이 이를 받아들임으로써 사건은 종결됐다.

큐레이터는 미술 전시를 기획해 미술의 흐름과 의미를 짚어내는 전문직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큐레이터들은 국공립 미술관과 사립 미술관을 막론하고 임시 계약직이라는 불안한 고용 상태에 놓여 있고, 비전문가인 관장들의 운영으로 전문성을 살리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되어 왔다. 김씨의 사례는 이런 불합리한 풍토 속에 큐레이터의 권익과 정체성에 대해 경종을 울린 사건으로 받아들여진다.

글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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