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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 랭 “‘전두환 29만원 그림 재판’ 촌스러워요, 앙”

등록 2013-03-26 16:04수정 2013-03-26 21:38

26일 서울 서부지방법원 이하 작가의 ‘전두환 29만원 그림’에 대한 첫 공판을 앞두고 낸시랭과 예술가들이 법원 앞에서 게릴라 퍼포먼스를 벌였다.
26일 서울 서부지방법원 이하 작가의 ‘전두환 29만원 그림’에 대한 첫 공판을 앞두고 낸시랭과 예술가들이 법원 앞에서 게릴라 퍼포먼스를 벌였다.
“우리나라 법이 예술이네요”
‘29만원 풍자그림’ 붙이다 기소
이하씨 공판 여는 법원 앞에서
예술가들 항의 퍼포먼스 열어
이것은 시위일까. 법원 경비직원들도, 지나가는 시민들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26일 오전 9시30분 서울서부지방법원 앞에 전두환 전 대통령을 그린 그림을 들고 나란히 선 낸시 랭과 예술가들의 모양새가 아리송하다. 샤넬 귀걸이와 목걸이에 샤넬 핸드백을 들고 구치 모피코트를 걸친 낸시 랭이나 꽃분홍색 선글라스, 중절모 등을 쓴 다른 작가들이나 차림만 보면 패션쇼가 따로 없다. 지난해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을 앞두고 전두환 전 대통령이 살고 있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일대에 ‘29만원 풍자 그림’을 붙이다 기소당한 이하(본명 이병하·44) 작가의 첫 공판을 보러 모인 예술가들이다.

시위는 시위인데, 풍자 일색이다. 팝아티스트 강영민 작가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야말로 팝아트의 아이콘”이라며 “함께 공동 전시를 열자”고 제안했다. 강 작가는 펼침막 대신 박정희 전 대통령의 휘호를 본뜬 ‘사회정화’ ‘예술수출’이 새겨진 손팻말을 들고 있었다. 판사봉을 연상시키는 망치를 머리에 얹은 채 웃고 떠드는 조각가들과 하트 인형을 뒤집어쓰고 나온 팝아티스트도 있었다.

이하 작가는 당시 불법 광고물 부착 혐의로 즉결심판에서 벌금 10만원 판결을 받았지만 불복해서 정식 재판을 받게 됐다. 이 작가가 처음 법정에 서는 날 예술가들은 기습 시위를 모의했다. 시위 이름은 ‘난장 퍼포먼스: 우리가 꼭 나서야 하리?’다. 주로 미국에서 활동하며 독재자들의 초상화로 전시를 열어왔던 이하 작가는 물론이고 문화연대 활동가,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소속 작가들, 팝아트 협동조합 예술가들 등 대부분 갤러리에서도 마주칠 일이 없던, 서로 다른 활동 계열의 작가들이었다. 미술계의 참여-순수 구분 의미가 없어진 듯도 보인다. 상업적 이미지가 강했던 낸시 랭 등 팝아트 작가들은 지난 1월 협동조합을 만들고 “예술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주제로 활동을 넓혀왔다. 퍼포먼스에 참여한 작가 찰스 장(37)은 “자폐적이던 작가들이 작업실을 나왔다. 예술가들의 생각을 더 많이 알리자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오전 10시에 열린 공판에서 전경훈 판사가 피고인 쪽에 “불법 광고물을 부착하기 전에 담벼락 소유자 허락을 받았냐”고 묻자 방청석에서 가벼운 웃음이 지나갔다. 검찰 쪽은 “이 사건은 피고의 예술 표현 내용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불법 광고물 부착에 대한 처벌”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주민 변호사는 “담벼락이 표현의 자유와 맞바꿀 만한 공익의 대상인가”라고 반문하며 “경범죄 남용금지 조항을 위반한 기소”라고 주장했다.

공판 전에만 해도 “어머 선생님, 여기에 무슨 일로 오셨어요?”라며 시침을 떼던 낸시 랭은 법정을 나서면서 “너무 촌스럽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사람 귀찮게 만들잖아요. 아트를 아트로 인식하지 못하고 예술에 대해 이렇게 촌스런 액팅을 하다니 우리나라 법이 예술이에요. 앙~”

글·사진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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