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영섭 문화재청장
변영섭 문화재청장이 잔 올려
“618년 만의 여성 헌관.”
문화재청은 숭례문 보수를 완료하면서 1일 서울 종묘 정전에서 이를 조선 왕조의 역대 임금들에게 알리는 고유제를 치렀다. 이날 고유제에서는 변영섭(사진) 문화재청장이 헌관(잔을 올리는 제관)을 맡아 행사를 주도했다. 여성이 헌관을 맡은 것은 1395년 조선 종묘가 세워진 뒤 처음이다.
조선 시대 내내 종묘 제사는 오로지 남성들만이 참여하는 금녀의 행사였기에 여성 제관의 등장은 시대의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렇다면 까다로운 법식과 전통을 중시하는 유림과 전주 이씨 대동종약원 쪽의 반발은 없었을까? 대동종약원 쪽에 따르면 이번 행사는 정식 종묘 대제가 아니고 고유제이며 또한 종약원이 주관하는 행사가 아니라 문화재청의 행사이기에 왈가왈부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종약원 관계자는 “여성이 헌관을 맡은 선례가 없다는 점 때문에 내부에서 문제 제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통령도 여성인 시대이고, 국가 행사에 문화재청장의 자격으로 치르는 것이므로 큰 이견 없이 협의를 마쳤다”고 밝혔다. 헌관 복장 역시 여성용이 없지만 남녀 구분의 문제가 아니라 헌관이란 상징을 나타내는 것이므로 변 청장은 기존 헌관 의복을 입고 행사를 치렀다.
변 청장 이전에 전통 왕실 제사에서 여성의 참여를 놓고 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몇년 전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인종과 인성왕후의 능인 효릉에서 제사를 지낼 때 고양시의회의 의장이 헌관으로 참여하려 한 적이 있었는데 여성이라는 이유로 종약원 쪽에서 정중히 거절한 적이 있었다.
헌관을 여성이 맡는 것은 처음이어도 최근 들어 종묘 대제에는 여성들이 참여해오고 있다. 제사의 주역들은 남성이지만 제례의 춤과 음악 부분에서는 현실적으로 남성들만으로 채우기 어려워 여성 무용수들과 연주자들이 등장한 지 제법 오래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사진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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