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열리고 있는 <이중섭의 편지>전. 이중섭 그림이 담긴 엽서와 우표를 받아 그 자리에 서 편지를 써 매장 한가운데 설치한 우체통에서 직접 부칠 수 있도록 했다. 교보문고 제공
‘이중섭 편지와 그림들’ 서간집
드라마에 나오면서 다시 주목
올초부터 2∼3배 판매량 급증
미술전 관람객도 덩달아 늘어
“애틋한 가족애의 아이콘 떠올라”
드라마에 나오면서 다시 주목
올초부터 2∼3배 판매량 급증
미술전 관람객도 덩달아 늘어
“애틋한 가족애의 아이콘 떠올라”
<이중섭 편지와 그림들>은 2000년 가을에 <그대에게 가는 길>이라는 이름으로 나온 서간집이다. 화가 이중섭이 일본에 있는 부인과 아이들에게 보낸 편지와 그림을 엮어낸 이 책은 개정판이 나온 스테디셀러이긴 했지만 한달에 50~100부쯤 팔릴 정도였다. 그런데 올해 초부터 판매량이 늘기 시작했다. 다빈치 출판사 박성식 대표는 “올 초부터 갑자기 2~3배 판매량이 늘더니 6월부터 한달에 5000부 이상 팔렸다. 지난 추석 때는 하루 5000부씩 주문이 들어왔다”고 했다.
‘이중섭 바람’이 새삼 불고 있다. 에스비에스 주말 드라마 <결혼의 여신>에서 남녀 주인공이 함께 <이중섭 편지와 그림들>을 읽고 제주도에 있는 이중섭이 살았던 집을 찾는 내용이 나온 뒤 이중섭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중섭의 집 바로 뒤편에 있는 이중섭 미술관은 관람객이 급증했다. 한해 관람객 5만~6만명 정도였는데, 올해는 9월 말까지 이미 13만명이 넘었다. 최근에는 이중섭 부인 이남덕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이중섭의 아내>(가제·감독 사카이 미쓰코)도 이곳에서 촬영중이다.
지난 6월13일부터 경북 경주 우양미술관에서 열린 <아름다운 열정 박수근·이중섭>전에는 1만9000명 관람객이 다녀갔다. 한달 예정이었던 전시에 관람객이 넘쳐 9월8일까지 전시를 연장했다. 이두희 큐레이터는 “이중섭의 드라마틱한 삶, 그리고 끝내 요절하고 만 이야기가 관람객들의 호기심을 끌어 그를 좋아하게 된 듯하다”고 했다.
한국전쟁 때 제주로 피난 간 이중섭은 1952년 부인 이남덕(93·일본 이름 야마모토 마사코)씨와 아이들을 일본으로 떠나보냈다. 1956년 영양실조와 간염으로 죽을 때까지 홀로 한국에서 가난하고 외롭게 살았다. 그러나 그가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생활고에 짓눌린 화가의 모습보다는 부인 발가락에 입맞추고 바다 건너 아이들을 가슴으로 쓰다듬는 다정다감한 남편이자 아버지의 모습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이중섭 이야기가 다시 주목받는 것도 이런 모습 때문이란 분석이다. 박성식 대표는 “이중섭 열풍은 그의 예술에 대한 재발견 같은 것은 아니다. 핵심은 이중섭과 가족의 순애보다. 이중섭은 순애보가 실종된 시대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아쉽고 그리운 감정에 대한 아이콘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고 짚었다. 드라마 <결혼의 여신>에 나오는 대사도 비슷하다. “왜 이중섭하고 이중섭 부인의 사랑이 이렇게 책으로 남고, 기념으로 남았겠어요. 없으니까 이렇게 된 거죠. 지금 이 시대에는 없는 사랑이니까.”
24일부터 교보문고 서울 광화문 지점에서는 이중섭의 그림과 책을 전시하는 <이중섭의 편지>전이 열리고 있다. 전시회에 맞춰 매장 한가운데 실제 우체통을 가져다 놓았다. 관람객에게는 이중섭의 그림이 담긴 엽서와 우표를 나눠준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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