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패션위크 모습.
문화 콕콕
연예인·잡지에 협찬한 뒤 일반에 판매
연예인·잡지에 협찬한 뒤 일반에 판매
화려한 무대와 조명, 음악, 모델들의 멋진 걸음걸이와 포즈. ‘패션쇼’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다. 주로 한두 계절 앞서서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통해 다가올 패션 흐름을 보여주는 이런 무대는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준다.
하지만 “엇, 저 옷 예쁜데?” 하며 관심이 가다가도 문득, “저렇게 마른 모델이니까 어울리는 것 아닌가” 생각하는 이들도 많을 터. 문득 궁금해진다. 저 ‘날씬한 모델’의 몸에 맞춰 제작된 의상은 어떻게 소비될까?
가장 먼저 협찬의 세계에서 활용된다. “가을겨울 시즌의 컬렉션을 예로 들면 쇼를 봄에 하잖아요? 끝나고 나면 패션 잡지사들이 협찬 요구나 화보 진행 제안을 해옵니다. 잡지도 패션 흐름을 한발 앞서 보여줘야 하니 6월 정도까지 주르륵 옷을 가져가지요. 또 연예인들도 협찬 요청을 합니다. 쇼를 보거나 매장에 들러 마음에 드는 옷이 있다고 하면 협찬을 제공하지요.” 팬클럽이 있을 정도로 요즘 그 인기가 ‘핫’한 디자이너 고태용씨의 말이다.
패션모델이 워낙 마르고 키가 크지만 요즘 젊은 남녀 연예인들도 마른 체형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사이즈에 큰 변화는 주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현재 여자 모델들의 허리 사이즈가 23~25인치 정도인데 여자 아이돌 가수들은 대부분 맞습니다. 남자 모델은 대부분 허리 사이즈 29인치 이하, 키 185㎝ 이상인데 요즘 남자 연예인들이 워낙 날씬해서 허리는 잘 맞는 편이고요. 옷을 입게 될 사람에 맞춰 옷의 가슴 부분을 늘리거나 허리 사이즈나 바지 길이를 좀더 줄이는 등의 가봉을 따로 해주지요.” 곽현주 디자이너의 설명이다.
협찬을 나갔다 디자이너에게 돌아온 옷, 패션쇼 무대에 섰던 옷들은 이제 ‘샘플 세일’이란 이름으로 팔려나간다. 디자이너의 결정에 따라 최대 50%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소비자를 만난다. 자신이 좋아하는 디자이너의 ‘샘플 세일’을 기다리는 이들이 많아 대개 하루이틀 만에 옷이 동난다고 한다.
현재 한국패션디자인연합회장을 맡고 있는 이상봉 디자이너는 “예전에는 남자 모델들의 허리 사이즈가 29~30 정도여서 바지 길이만 줄여 내가 입기도 했는데 요즘은 갈수록 모델들이 더 날씬해져 26사이즈까지 있다 보니 도저히 내가 입을 수 없다”며 웃기도 했다. 옷을 입었던 모델에게 그 옷을 주는 경우는 따로 친분이 있거나 유명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2012년 4월 열린 서울패션위크에서 장광효 디자이너의 옷을 입고 무대에 섰던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후 디자이너에게 해당 옷을 기증받았다. 박 시장은 다시 이 옷을 어려운 환경의 청소년들을 위한 기금 마련 행사였던 ‘도네이션 런웨이’에 기증했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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