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툰 <소녀괴담>(비로/마뇽 작가)의 한 장면
웹툰에 소리·동작 입힌 ‘무빙툰’
모바일 플랫폼 바탕 만화의 ‘진화’
귀신 등장·치열한 전투 극적 연출
2차원적 웹툰에 비해 몰입감 두배
모바일 플랫폼 바탕 만화의 ‘진화’
귀신 등장·치열한 전투 극적 연출
2차원적 웹툰에 비해 몰입감 두배
‘탁탁, 타타탁~’ 숨어도 소용없다. 주인공이 화장실에 숨자 피 묻은 손이 문 사이로 들어와 바닥을 두드린다. ‘덜컥덜컥’ 화장실 문이 흔들리는 소리에 심장의 고동 소리도 커졌다. 7월1일부터 연재를 시작한 곰툰 <소녀괴담>(비로/마뇽 작가)의 한 장면(왼쪽 사진)이다. 만화속 공포가 소리와 속도를 입고 다가왔다.
모니터 속의 2차원 만화, 웹툰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 4월1일 다음커뮤니케이션은 모바일 콘텐츠 플랫폼인 ‘스토리볼’(storyball.daum.net·오른쪽)에서 장작 작가의 웹툰 <0.0㎒>에 애니메이션 효과를 입힌 무빙툰 <0.0㎒>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스마트폰으로 보는 만화 애플리케이션 ‘곰툰’은 만화에 효과음과 동작을 입힌 작품 17편을 연재하고 있다.
만화와 애니메이션 중간쯤 되는 이 장르를 외국에서는 ‘모션 코믹스’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선 2011년 호랑 작가의 웹툰 <옥수동 귀신>을 시작으로 꼽는다. 천천히 스크롤을 내려가던 독자들은 돌연 철로에서 뻗어나온 피묻은 손에 소스라쳤다. 호랑 작가는 그 뒤 영화 <몽타주> <오큘러스> <더 임파서블> 예고편으로 만들어진 웹툰에서 극적인 장면마다 강렬한 플래시 효과를 선보였다. 케이블채널 티브이엔(tvN)에선 지난 4월11일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드라마 <갑동이>(권음미 작가)를 방영하면서 호랑 작가의 스페셜 웹툰 <갑동이>를 함께 선보였다. 프로그램을 연출한 강희준 피디는 “상상을 부추기는 웹툰이 공포·스릴러 장르와 잘 맞아떨어진다. 영화나 드라마를 제작할 때 들어가는 투자에 비하면 품이 적게 들면서 효과는 그 이상이었다”고 평가했다. 호랑 작가라는 필명의 최종호씨는 “프로그램 개발자 출신이라 직접 프로그램 코드를 짜서 만든다. 최근 여러 가지 효과를 주는 웹툰 플랫폼이 많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장르는 더욱 넓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 귀신, 스마트폰을 이해하고 있어.” <소녀괴담>에 달린 한 독자의 댓글처럼 웹툰이 인터넷이 낳은 장르라면, 움직이는 만화 ‘모션 코믹스’는 스마트폰, 모바일이 만들어가는 장르다. 스크롤로 내리기가 벅찬 작은 스마트폰 화면은 웹툰보다 한컷에 많은 내용이 담겨야 하고 애니메이션이 효과적이다. 네이버의 스마트폰 만화서비스 ‘스마트툰’에서 연재하는 박성용 작가는 <스페이스 킹> 70화에서 거대한 전투신을 손바닥만한 스마트폰으로 보는 새로운 방식을 창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독자들은 적과 아군을 오가며 공방전을 치르듯 전쟁에 휘말린다. 박 작가는 “스크롤을 굴려 무조건 아래로 내려가는 웹툰과는 달리 스마트툰은 올라갈 수도 멈출 수도 있다. 그러면서 다른 이야기가 생겨나기도 하고, 몰입감을 낳을 수도 있다”고 했다. ‘움직이는 웹툰’에선 읽기나 만드는 방식 모두 변화가 짐작된다. “평면 만화는 예측 가능했다. 스마트툰은 스마트폰으로 상영되기 전까지는 어떤 효과를 낳을지 아무도 짐작 못한다. 같은 이야기라도 움직이는 만화에선 다른 재미를 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박성용 작가의 말이다.
10년 새 종이 만화가 디지털로 숨가쁘게 바뀐 것처럼 앞으로 평면 만화는 움직이는 만화로 급변하게 될까? 서울 서초동 국립중앙도서관 웹툰 체험전에서는 ‘만화의 미래’라는 주제로 움직이는 웹툰을 전시하고 있다. 스마트툰에서 <버프 소녀 오오라>와 <하이브>를 연재하는 김규삼 작가는 “만화 잡지에 있다가 웹툰으로 왔을 땐 웹이 새로운 매체였다. 지금은 대부분의 독자가 모바일에서 만화를 보니까 모바일 만화의 새로운 모양을 탐색중이다. 문제는 히트작이다. 모바일 만화다운 히트작이 생기면 대세가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음 커뮤니케이션은 “첫 작품 무빙툰 <0.0㎒>는 성적이 나쁘지 않았다. 텍스트와는 다른 흡인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며 “앞으로 공포물이 아니더라도 장르적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작품이라면 계속 무빙툰으로 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스토리볼’(storyball.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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