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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엄마를 빼앗겼다, 장애 지닌 또래 아이에게!

등록 2015-02-05 20:41수정 2015-02-05 20:41

그림 밝은미래 제공
그림 밝은미래 제공
보모 일 하는 엄마를 둔 송주
상실감에도 놓치지 않는 행복
장애와 가난, 죄책감 등 다뤄
반쪽 엄마
백승자 글, 정지혜 그림/밝은미래·9500원

어린 시절, 누군가에게 엄마를 뺏긴다는 느낌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고통이다. 눈가가 후끈하고 코끝이 찡하도록 서럽기도 하고, 가슴에 뭐라도 올려진 듯 답답하기도 한 그 기분. 열살 송주는 제 엄마가 발달장애를 지닌 아홉살 루미의 보모 일을 시작한 순간부터 그런 기분에 휩싸였다. 아니, 그 이전부터였을 것이다. 빠듯한 살림에 여러 집의 ‘도우미’ 일을 해온 엄마는 늘 바빴으니 말이다.

“아빠는 대학교수, 엄마는 어느 학교 선생”이라는 루미의 집은 송주가 지나다니며 한참씩 올려다보곤 했던 ‘뾰족지붕이 동화 속 궁전 같은 바로 그 아파트’였다. 루미 엄마의 배려로 송주는 학교가 끝나면 엄마가 있는 ‘루미네 집’으로 가는 생활을 시작했다. 아파트 경비 아저씨는 송주에게 “아, 그 집 도우미 아줌마 딸인가 보네”라고 말했다. 송주는 영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한국아동문학상, 방정환문학상을 수상한 백승자 작가는 송주를 비롯해 책에 등장하는 모든 등장인물의 마음결을 예민하게 포착해 이야기를 썼다. 어린 시절 장애가 있는 동생을 잘 돌보지 못한 죄책감을 안고 있어 루미를 더욱더 정성껏 돌보는 송주 엄마, 엄마와 손잡고 오후의 햇살 속을 걷는 것만으로 ‘빼앗겼던 엄마를 되찾은 기분’을 느끼는 송주, 자신보다 보모를 더 따르는 루미를 보며 죄책감과 고마움에 눈물짓는 루미 엄마, 미안해하고 속상해하는 아빠들, 송주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루미의 마음까지 말이다.

루미 엄마는 “다른 분들은 월급을 더 얹어 드려도 그만두셨다”며 흔쾌히 루미를 맡아 정성껏 돌보는 송주 엄마에게 고마워하고 송주를 볼 때면 “나한테도 이런 딸이 하나 더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며 으스러져라 끌어안는다. 송주는 향긋한 향수 냄새가 나는 루미 엄마 품에 안길 때면 “우리 엄마도 이렇게 우아하면 얼마나 좋아” 싶기도 하다. 하지만 엄마가 루미의 보모 일을 하지 않는 주말은 “이틀 동안이나 엄마를 차지할 수 있는 가장 행복한 날”이다.

이야기는 장애가 있는 아이를 둔 가정의 고민,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정의 고민이라는 심각한 주제를 가슴을 울리는 방식으로 섞어 풀어놓는다. 완전하진 않지만 서로의 결핍을 보듬는 방향인 결말을 읽고 책을 덮을 때쯤엔, 사람 사는 세상의 행복이란 무엇일까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어른에게도 권할 동화다. 초등 3학년부터.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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