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뒷이야기·작품 망라
추정으로 점철된 연보 정정
추정으로 점철된 연보 정정
‘박수근(1914~1965년)은 늘 캔버스 앞에 앉아 있었습니다. 자신의 그림 속 남자들처럼, 그리고 시장의 여자들처럼 말입니다. 자세한 사정을 모르는 마을 사람들은 그 모습을 두고 무능력한 가장이라고 혀를 차기도 했다고 합니다.’(<새로 보는 박수근: 박수근 100장면>)
너무도 가난한 삶을 살아 제대로 된 전시 한번 못 해본 화가 박수근. 52살에 요절한 그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 지난 10여년간 가장 그림 값이 많이 오른 화가로 꼽힌다. 국민 누구나 그를 친숙하게 알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그에 관한 연보는 추정으로 점철돼 있다. 지난해 탄생 100주년, 올해 서거 50주년을 맞은 박수근을 바로 알리기 위한 ‘박수근과 미술관 총서’(사진)가 나왔다. 지난해 12월 <박수근 신화가 된 고통>을 시작으로 올해 <박수근 파빌리온>, <새로 보는 박수근: 박수근 100장면>, <양구, 박수근 미술관> 등 양구군립 박수근 미술관과 건축가 이종호, 도서출판 수류산방이 함께 펴낸 일종의 박수근 바로 알기 시리즈인 셈이다.
<양구, 박수근 미술관>과 <박수근 파빌리온>은 강원도 작은 마을 양구의 박수근 생가 터에 미술관과 기념 건축물인 파빌리온이 들어서는 과정과 이곳에 상설 전시된 각종 작품들을 다뤘다. 박수근의 아틀리에였던 서울 창신동 집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파빌리온은 박수근 미술관 전체를 계획하고 다듬어온 건축가 이종호의 유작이기도 하다.
<새로 보는 박수근: 박수근 100장면>은 산속 분지인 양구에서 태어나 거장으로 성장한 박수근의 예술 세계와 삶을 상세하고 알기 쉽게 풀어냈다. 박수근의 대표작인 바위처럼 거칠고 한지처럼 온화한 유화작품들뿐 아니라, 그가 평생 시도했던 드로잉, 삽화, 판화, 프로타주, 탁본, 전각, 동화 등의 다양한 작품을 망라해 실었다. 또 어린 시절, 옆집 처녀 김복순과의 애틋한 결혼과정, 일제 강점기와 한국 전쟁기의 고단한 삶의 뒷얘기까지 담아냈다. 아울러 각종 사료와 신문기사, 평론가와 문학가의 회고 등을 통해 추정으로 점철돼 있던 그의 연보도 바로잡았다. 가령 기존 모든 연보는 박수근이 미군 피엑스 초상화부에 취직한 게 1952년 가족과 상봉한 뒤인 53년으로 적고 있지만, 51년 11~12월에 취직했다고 밝힌다. 박수근과 함께 지낸 경험을 바탕으로 한 소설 <나목>으로 데뷔한 것으로 알려진 소설가 박완서가 1953년 봄에 결혼해 피엑스를 관뒀다는 사실 등을 근거로 그 시기를 바로잡은 것이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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