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시청 앞에선 추곡수매가 이뤄지고, 논과 밭, 뽕나무 숲이 펼쳐진 농촌 풍경을 간직했던 서울은 순식간에 도시로 변모했다. 1962년 총리 산하 특별시가 되고, 63년 행정구역 대개편을 통해 면적을 2배 가까이 확대하고, 75년 강남 개발 등을 거치며 50여년 만에 인구 1천만명이 밀집한 거대도시로 성장했다. 도시의 삶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들과 정통성을 의심받는 권력, 막 기지개를 켠 재벌이 근대화의 깃발 아래 각자의 욕망을 불태우며 이 도시를 만들었다. 시골에서 상경한 ‘촌놈’은 도시인이 됐고, 그 자식들은 이제 세계도시 서울에서 삶을 꾸린다.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반비 펴냄·사진)은 서울의 삶을 만들어낸 권력과 자본, 제도, 그리고 욕망을 추적한다. 서울대 지리학과 임동근 BK교수와 김종배 시사평론가가 팟캐스트 ‘사사로운 토크’를 통해 정치지리학 관점에서 분석한 서울을 묶어낸 이 책은, 건물이 들어선 공간으로서의 서울에만 주목하지 않는다.
1920년 콜레라 발병으로 북촌 양반들이 감염지역의 주택 등을 불태우는 일제 경찰에 맞서 재산 보호를 위해 삼청동에 사무소를 열고 위생 관련 업무를 보면서 시작된 동사무소 출현부터, 전 국민에게 매달 강요됐던 반상회, 신자유주의적 도시계획 집행까지 서울을 만들어온 온갖 통치술의 변화를 알기 쉽게 풀어낸다.
또 63년 마포아파트를 시작으로 판자촌을 없애고 철거민 재정착을 위한 빈민대책으로 산동네에 건설하던 12평짜리 인기 없던 아파트가 언제, 어떤 정치·사회·경제적 이유로 모든 시민이 갈망하는 ‘꿈의 보금자리’가 됐는지도 추적한다. 1977년까지 건설업 면허조차 없던 삼성이 강원도 홍천의 한 건설회사를 사들여 면허를 획득한 뒤 조합형 재건축아파트 사업을 개척해 래미안을 한국의 대표적 아파트 브랜드로 정착시키는 과정, 주택정책을 두고 청와대와 서울시, 재벌 건설사들이 벌인 협력과 대립의 밀당도 재미를 더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으로 평가받는 그린벨트 제도의 도입 뒷얘기도 흥미진진하다. 그린벨트 제도는 애초 자연경관 보호가 목적이 아니었다. 67년 재선거에서 고속도로 건설을 공약한 박 대통령이 경부고속도로 건설 토지와 자본 확보를 위해 정부가 회수해 판매하던 땅인 체비지가 잘 팔리지 않자 부천, 소사, 광명, 기흥, 능곡 등 당시 돈이 몰리던 다른 지역 땅을 강제로 묶어놓은 것이 출발이었다. 이밖에 서울 시민 절반의 주거공간이 된 다세대·다가구 주택 양성화, 테헤란을 중심으로 한 벤처기업 정책, 화교자본의 유입, 분양가상한제 폐지와 용인 난개발, 뉴타운과 디자인서울, 마을만들기 정책 등 서울과 관련된 거의 모든 문제를 다룬다.
신승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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