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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65살 스누피·70살 무민…“우리 나이가 벌써 환갑 넘었다우”

등록 2015-08-10 10:26수정 2015-08-10 16:30

매력만점 장수 캐릭터들
“초등학교 때 처음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는데, 그때 그린 스누피가 나에게 감성을 심어준 계기가 되었다.”(‘브라운 아이드 소울’ 나얼), “어릴 적 낯선 미국 이민 생활을 하면서 마음을 주었던 스누피, 나에게 스누피는 이민 생활을 감싸주던 포근함이다.”(‘JYJ’ 박유천) 스누피 탄생 65주년을 맞아 미국 찰스 슐츠 뮤지엄의 오리지널 작품을 국내 최초로 선뵈는 ‘스누피 인 러브’ 특별전(에비뉴엘 월드타워점 아트홀)에서 스누피 컬래버레이션에 참여한 이들이 전하는 기억이다. 어린 시절엔 꿈과 희망을, 삶이 힘겨울 때는 위안을 줬던 캐릭터들이 역사를 등에 업고 다시 돌아왔다. 올해로 70살을 맞은 무민은 영화 <무민 더 무비>와 부천국제만화축제 특별전으로 한국을 찾아왔다. 얼마 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은 미피 60주년을 기념해 호텔에 미피 라운지를 만들었다. 캐릭터들은 나이 들지 않는다. 사람보다 오래 지속되는 캐릭터들의 탄생과 성장 과정, 그리고 여전히 살아 숨쉬는 매력을 짚어보았다.

스누피
스누피
스누피 지붕 위 공상은 언제나 엉뚱해

찰스 슐츠가 미국신문에 게재한
4컷 만화 ‘피너츠’로 1950년 데뷔
괴팍한 루시·괴짜 라이너스 등
캐릭터 추가하며 다양한 인생 대변
3D영화도 제작해 12월 개봉 앞둬

“초등학교 때 처음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는데, 그때 그린 스누피가 나에게 감성을 심어준 계기가 되었다.”(‘브라운 아이드 소울’ 나얼), “어릴 적 낯선 미국 이민 생활을 하면서 마음을 주었던 스누피, 나에게 스누피는 낯선 미국 이민 생활을 감싸주던 포근함이다.”(‘JYJ’ 박유천) 스누피 탄생 65주년을 맞아 미국 찰스 슐츠 뮤지엄의 오리지널 작품을 국내 최초로 선뵈는 ‘스누피 인 러브’ 특별전(에비뉴엘 월드타워점 아트홀)에서 스누피 컬래버레이션에 참여한 이들이 전하는 기억이다. 어린 시절엔 꿈과 희망을, 삶이 힘겨울 때는 위안을 줬던 캐릭터들이 역사를 등에 업고 다시 돌아왔다. 올해로 70살을 맞은 무민은 영화 <무민 더 무비>와 부천국제만화축제 특별전으로 한국을 찾아왔다. 얼마 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은 미피 60주년을 기념해 호텔에 미피 라운지를 만들었다. 캐릭터들은 나이 들지 않는다. 사람보다 오래 지속되는 캐릭터들의 탄생과 성장 과정, 그리고 여전히 살아 숨쉬는 매력을 짚어보았다.

스누피는 찰스 슐츠가 1950년 10월2일 뉴욕의 ‘유나이티드 피처 신디케이트’를 통해 미국 7개 신문에 게재한 4컷 만화 <피너츠>로 데뷔했다. 2차대전 참전 뒤 고향인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에서 만화가로 활로를 모색하던 슐츠가 “어렸을 때 나는 너무 특징이 없어 사람들이 나를 알아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고백한 자신의 어린 시절을 형상화해 만든 주인공 찰리 브라운의 애완견이었다. 4컷 만화 속 찰리 브라운은 친구들이 바보 멍청이라 불러도 실망하는 법이 없고, 빨간 머리 소녀를 짝사랑하는 ‘그냥 평범한’ 인물이다. 반면 스누피는 주인에게 복종하는 평범한 행동을 거부한다. 의사, 변호사, 전투기 조종사로 변신해 무용담을 늘어놓고 아름다운 사랑과 결혼을 꿈꾼다. 넓은 집을 가졌지만 때론 감옥에 갇혀 있다고 불평하고 폐소공포증 때문에 항상 지붕 위에서 잔다. 천진난만한 듯하면서도 시니컬한 스누피와 찰리 브라운을 통해 답답한 일상을 탈출하고픈 독자들은 ‘현실도피 판타지’를 느끼거나 다양한 이유로 현실에서 직면한 불안심리를 위로받았다. 4컷 만화 <피너츠>의 인기가 폭발하면서 스누피는 곧 인종과 국경을 넘어선 슐츠의 예술적 분신으로 자리잡았다.

이후 슐츠는 <피너츠>에 몇몇 어린이 캐릭터를 추가하며 다양한 인생을 대변하고 좀더 복잡한 세상을 그려냈다. 대장 행세를 하는 괴팍하고 시끄러운 루시(52년 3월), 누나 루시의 괴롭힘에 시달리면서도 모든 상황을 철학적으로 보는 괴짜 라이너스(52년 9월), 흙먼지를 흩뿌리며 꺼리는 남들에 아랑곳 않고 항상 인생을 즐기는 지저분한 피그펜(54년 7월), 아무리 거절당해도 라이너스를 향한 애정 공세를 펼치는 샐리 브라운(59년 8월), 성적은 낙제지만 야구에 빠져 사는 페퍼민트 패티(66년8월)…. 슐츠는 2000년 2월12일 숨을 거둘 때까지 50년 동안 직접 연필로 초안을 잡고 인물의 대화까지 펜으로 쓰고 그린 스누피와 어린 캐릭터들을 통해 매일 전세계 신문에 사랑과 우정, 좌절, 밸런타인데이 선물부터 전쟁까지 다양한 에피소드를 풀어냈다. 찰스 슐츠 뮤지엄의 코리 칸젠버그 수석 큐레이터는 “슐츠는 집에서 키우던 개를 스누피로, 자신이 프러포즈했다 거절당한 직장 동료 도나 존슨을 찰리 브라운이 짝사랑한 ‘빨간 머리 소녀’로 만드는 등 모든 캐릭터를 주변에서 차용했다”며 “슐츠 한 사람이 그린 상업화된 캐릭터지만 동시에 심오한 철학과 다양한 인간의 심성을 담고 있다”고 했다.

스누피는 많은 신화를 썼다. 1965년 방송을 탄 첫 애니메이션 <찰리 브라운의 크리스마스>는 피보디상과 에미상을 휩쓸었다. 1984년엔 <피너츠>가 실린 2000번째 신문이 발간돼 기네스북에 등재됐고, 현재 매일 4500만명이 스누피와 <피너츠> 광고에 노출된다고 한다. 슐츠는 고인이 됐지만 아직도 연간 450억원(2014년 기준)의 수익을 올린다. 스누피 한국판권자인 글로벌 브랜드 그룹은 “마이클 잭슨, 엘비스 프레슬리에 이어 슐츠의 수익이 3위”라고 말했다.

탄생 65주년을 맞은 올해, 한국의 에비뉴엘 월드타워점 아트홀과 롯데갤러리 본점에서 잇따라 열리는 ‘스누피 인 러브’ 특별전을 비롯해 다양한 기념전이 세계 곳곳에서 열린다. <아이스 에이지> 시리즈 제작사와 손잡고 찰리 브라운이 짝사랑하는 빨간 머리 소녀의 사랑을 얻기 위한 여정을 다룬 3D 영화 <스누피: 더 피너츠 무비>도 오는 12월 개봉된다. 지난해부터 604편의 에피소드가 티브이용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고 있다. 찰스 슐츠 박물관은 그가 평생 그린 1만7000여편의 만화를 집대성해 2016년 발간할 예정이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사진 에비뉴엘 아트홀 제공

무민의 골짜기는 자일리톨보다 싱그럽지

핀란드 작가 토베 얀손이
1945년 ‘무민의 대홍수’ 책 펴내
2차 세계대전 상처 투영도
북유럽 설화속 ‘트롤’ 본떠 탄생
연재만화로 만든 영화 13일 개봉

그곳에 다시 돌아가고 싶다. 이슬방울이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들판이 있고, 외로운 썰매 언덕이 있으며, 파도와 바람이 이상한 손님들을 데려오는 그곳, 트롤 가족들과 친구들이 사는 무민 골짜기 말이다. 그 골짜기에선 별의별 일이 다 일어났다. 바닷물을 딸기주스로, 개미귀신은 고슴도치로, 버찌는 예쁜 루비로 바꾸는 요술 모자가 날아들기도 했다. 수상쩍은 요정들과 어수선한 사건들로 어린이들을 사로잡았던 무민은 참으로 이상한 동화였다.

외모부터가 그렇다. 핀란드 사람인 토베 얀손 작가는 어린 시절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를 상상하며 화장실 벽에 못생긴 생물을 그렸는데 나중에 이 칸트 그림이 무민 캐릭터가 됐다. 무민은 하얀 하마처럼 생겼지만 알고보면 북유럽 설화 속 도깨비인 트롤이다. 1945년 <무민의 대홍수>라는 책으로 무민이 처음 세상에 나왔다. 2차세계대전의 상처를 벗지 못한 이 동화 속 주인공은 사랑스럽고도 우울했다. “(사람들이 전쟁 중에) 폭격을 두려워하며 집을 떠났듯 무민 가족은 여행을 떠난다. 초기 작품엔 작가의 근심과 슬픔이 새겨져 있었다.”(<비비시 매거진> 2014년 3월)

작가는 당시 사회가 금지했던 자신의 사랑도 무민 이야기를 통해 표현했다. 커다란 여행가방을 들고 무민 골짜기를 찾아온 팅구미와 밥은 작가와 작가의 동성 애인을 상징한다. 가방 속에 감춰진 커다랗고 빨간 ‘왕의 루비’는 그들의 사랑에 대한 은유라는 해석이 있다. 1956년 토베가 평생의 동반자가 될 툴리키 피에틸레를 만나면서, 툴리키의 별명인 투티키라는 캐릭터도 동화 속 무민 골짜기 주민이 된다. 토베와 툴리키는 발트해에 있는 클로브하루섬에 작은 오두막을 짓고 30년을 그곳에서 살았다.

무민 이야기가 70주년을 맞이해 다시 새 옷을 입었다. 12일부터 부천국제만화축제에서는 ‘무민 70, 시계태엽을 감다’는 주제로 무민전시가 열린다. 작가 토베 얀손이 직접 그린 삽화 약 500여점 중 90여점이 선별되어 전시되는 기획전이다. 무민 시리즈는 1954년 영국 신문 <이브닝 뉴스>에 만화로 연재되면서 세계로 퍼져 나가 1950년대에 이미 60가지 언어로 출판됐으며 지금까지 1000만부 넘게 팔렸다. 13일엔 토베 얀손 연재만화를 영화로 만든 <무민 더 무비>가 한국에서도 개봉한다. 무민과 무민 가족, 무민의 여자친구 스노크메이든, 리틀 미가 리비에라로 간다는 이야기다. 원작인 <무민 온 더 리비에라>는 토베 얀손이 엄마와 함께 프랑스의 리비에라에 갔던 경험에서 쓴 작품이다. 무민 가족은 화려한 휴양지 리비에라로 갔지만 이내 실망하고 돌아오고 만다. 단순히 우리 집이 최고라는 ‘홈 스위트 홈’이 아니다. 외톨이 개, 다람쥐, 이상한 요정들이 무민 골짜기로 온다. 전쟁, 죽음, 동성애를 품은 캐릭터들은 이곳에서 말썽을 부리거나 비밀을 털어놓고 그럭저럭 평화롭게 살아간다. 무민 골짜기는 “(내 희망은) 평화롭게 살고, 감자를 심고 꿈꾸는 것”이라는 작가의 말을 실현하는 곳이다. 부천에서 무민전을 기획한 김현지 큐레이터는 “무민 서사의 힘은 무민 골짜기에서 나온다. 특히 나무를 신성시하고 숲을 숭배하는 핀란드 전통에서 숲에 싸인 무민 골짜기는 생명을 주고 치유하는 곳”이라고 분석한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사진 부천국제만화축제·㈜팝 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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