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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억소리 나는 미술품, 정말 그정도 가치야?

등록 2015-08-16 19:04

아트딜러가 쓴 ‘예술을 보는 눈’
예술가-딜러-경매사 유착 등
사례들며 미술시장 속살 공개
<예술을 보는 눈>(THE VALUE OF ART·다빈치)
<예술을 보는 눈>(THE VALUE OF ART·다빈치)
푸르뎅뎅한 살코기를 연상시키는 베이컨의 그림, 쇳덩이 주물을 거칠게 다듬은 듯한 자코메티의 조각, 물감을 개념 없이 흩뿌린 듯한 잭슨 폴록의 연작, 동물을 절단해 창자를 드러낸 채 방부제에 절인 데이미언 허스트의 설치 작품. 소더비, 크리스티 등 유명 경매에서 이런 작품이 천문학적 가격에 거래되는 것을 볼 때 “도대체 왜?”, “정말 그정도 가치가 있는 거야?”라고 의문을 갖는 건 어쩌면 ‘합리적 의심’이다. 선뜻 작품을 이해하기도 어렵지만, 때로 천억원이 넘은 돈이 오가는 미술시장의 메커니즘은 물론이고, 그것을 사들인 구매자의 의도와 심리, 또 도대체 언제, 어떻게 사고팔며, 실제 어떤 이득을 볼 수 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예술을 보는 눈>(THE VALUE OF ART·다빈치)은 이런 합리적 의심을 속속들이 풀어준다. 1964년부터 뉴욕 소호, 크리스티 경매회사 등 현대 예술계에서 아트 딜러이자 예술 시장 전문가로 활동해온 마이클 핀들리는 자신이 실제 참여한 각종 거래를 비롯해 생생한 사례를 들어 좀체 드러나지 않는 현대 미술시장의 깊숙한 속살을 낱낱이 공개한다.

높은 가격에 작품을 살 것 같은 고객을 위해 예술가와 사적인 디너파티를 열어주고, 언론을 움직이고, 리무진에 태워 판매자의 집으로 모셔가 경매품을 미리 투어하며 특권의식을 부추겨 가격을 끌어올리는 딜러와 소더비, 크리스티 등 유명 경매회사의 사례는 기본. 이런 노력은 모네, 앤디 워홀, 피카소도 아끼지 않았다. 저자는 거장인 르누아르나 피카소조차 때로는 붓질 몇번 쓱삭해 그려냈다 싶을 정도로 작품성이 떨어지는 그림을 딜러에게 내놓았고 대부분 예술가들 또한 이런 경향을 보였기 때문에 ‘거장의 작품이 꼭 수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경고도 잊지 않는다.

아울러 경매회사가 수수료로 떼어가는 돈이 작품 가격의 25%에 이르고, 때로는 경매홍보 비용까지 전가한다는 사실, 구매자에게 수익이 남는 안전한 투자라고 장담하지만 터무니없는 손해를 보는 경우도 수없이 많다는 것을 구체적인 거래로 공개한다.

제이피모건체이스, 필립모리스, 도이체방크, 아이엔지(ING) 등이 왜 명작을 모으고 그것을 기업 홍보 등에 어떻게 활용하는지, 또 수많은 기업들이 왜 미술관 건립에 뛰어드는지 그 경제적, 심리적 이유도 샅샅이 살핀다. 대출기관과 예술투자 펀드들이 어떻게 예술품 구매자의 심리를 자극하고 그들의 주머니를 털어내는지, 아트바젤 등 세계 여러 도시에서 앞다퉈 열리는 수많은 아트페어에 딜러와 예술가, 기업 등의 이해가 어떻게 얽혀 있는지도 잘 드러낸다. 이 책의 최고 미덕은 언급된 수많은 미술품 거래에 얽힌 얘기들이 거의 대부분이 실명으로 쓰였다는 것이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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