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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TV 속 배경음악마저 ‘열정 페이’의 결과물이었나

등록 2015-08-19 19:46수정 2015-11-26 17:23

kimyh@hani.co.kr
kimyh@hani.co.kr
로이엔터테인먼트, 저작권 침해 논란
배경음악 창작자의 저작권은 어디까지인가?

드라마·영화 등에 배경음악을 제공하는 로이엔터테인먼트(이하 로이)가 신인 작곡가들의 저작권을 존중하지 않고 이들을 착취하고 있다고 고발한 손아람 작가의 칼럼([야! 한국사회] 여기선 그래도 되니까)을 계기로, 배경음악 작곡가들의 ‘열정 페이’ 논란이 커지고 있다. 로이에 소속된 상당수 작곡가들은 회사가 자신들의 동의없이 곡을 수집·사용했고 저작물 수익을 확실히 밝히지 않는 등 일상적으로 저작권을 침해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배경음악 창작자의 저작 인격권과 및 저작 재산권을 소홀히 해온 방송계·음악계 관행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03년 쿵엔터테인먼트로 시작해 2013년 주식회사로 변경한 로이는 국내 배경음악 제작사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20명의 작곡가와 8명의 음악감독이 소속돼 있고, 올해만도 한국방송 드라마 <프로듀사>, 채널 티브이엔 <삼시세끼>, 제이티비씨 <크라임씬> 등 여러 방송음악을 만들었다. 이 회사에서 일하는 경력 2~8년차의 복수의 작곡가들은 최근 <한겨레>와 만나 “곡을 만들어도 프로그램에 이름 한줄 나가지 않는 현실에서 이제는 저작권까지 지킬 길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로이의 방식은 좀 독특하다. 드라마 하나를 맡을 경우 모든 작곡가들에게 주제곡을 만들도록 한 다음 그 중 하나를 뽑는 식이다. 복수의 작곡가들은 “드라마를 할 때마다 회사는 오디션을 벌인다. 참여하고 싶지 않아도 회사의 눈치가 보여서 샘플 곡을 만드는 데 드는 제작비까지 부담해가며 곡을 제출해야 했다”고 말했다.

“한달 30곡 만들고 100만원 받아”
방송사 사용료 60%가 회사몫
사내 오디션 출품곡 무단사용도
방송엔 작곡가 이름도 안나와
사쪽 “작곡가 표기 생략, 제작 여건탓”

이들이 지적하는 더 심각한 문제는 회사가 ‘주제곡 오디션’에 나온 모든 곡들을 회사의 자산처럼 마음대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한 작곡가는 “티브이를 보다가 내가 드라마를 위해 만들었던 음악이 다른 방송사 예능 프로그램에 쓰인 것을 우연히 알았다”고 말한다. 작곡가는 회사로부터 이런 사실을 통보받지 못했다. 유사한 사례는 이밖에도 많다. 방송에선 음악감독 이름만 나올뿐 작곡가의 이름이 명시되지 않기 때문에, 작곡가는 자신의 곡이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 알기 어렵다. 저작권은 저작 인격권과 저작 재산권으로 나뉘는데 그중 저작 인격권은 만든 사람의 이름을 정확히 표시해야 할 권리는 물론 저작물을 창작자 동의없이는 바꿀 수 없는 권리까지 포함한다. 결국 로이가 작곡가의 저작 인격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작 재산권은 어느 정도 지켜지고 있을까? 방송사가 배경음악 사용료를 지불하면 로이와 작곡가는 60대 40의 비율로 나눈다. 창작자보다 관리자인 회사가 갖는 액수가 더 많은 것이다. 더욱이 작곡가가 만든 곡들 가운데 일부에만 사용료를 지불한다고 한다. 몇몇 작곡가들은 “그동안 로이에게 보낸 곡이 1000곡이라면 실제 저작권 사용료를 지급받은 곡은 300~500곡에 불과하다. 나머지 곡에 대해서는 저작권 관리 상황을 듣지 못했다”고 했다. 로이는“곡이 너무 많아 아직 전부 저작권 협회에 등록하지 못한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이중엔 작곡된지 1년이 지난 곡도 많았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로이는 팀장급 작곡가들에겐 매달 100만원, 팀원 작곡가에겐 80만원씩을 지급하는데 출판사가 작가와 계약할 때 지급하는 선인세 같은 돈으로, 작곡가를 고용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로이는 작곡가와 맺은“ 회사는 의뢰한 작곡에 대해 복제권, 공연권, 방송권 등 저작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내용의 ‘음악저작권 조건부 양도 계약’을 근거로 저작권을 행사하고 있다. 작곡가들은 보통 1주일에 3~8곡을 회사에 보낸다고 했다. 곡 숫자가 적으면 계약해지되는 동료들을 본 작곡가들은 회사 요구대로 최대한 많이 만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로이 소속 작곡가들은 “월 80만원을 받고 1달에 30곡을 만드는 한 작곡가가 받는 돈은 저작권료를 합쳐도 100만원 안팎”이라고 전했다.

로이는 최근 저작권을 아예 회사쪽으로 옮기도록 계약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말 로이는 “회사와 작곡가의 계약을 영구히 유효한 것으로 본다”는 저작권 영구 귀속의 내용을 담은 계약서를 작성해 작곡가들에게 내밀었다. 창작자 입장에선 자신이 만든 곡을 영원히 회사 것으로 넘겨주는 계약이다. 회사가 보관하던 작곡가의 도장으로 날인해, 아예 계약서를 만져보지도 못한 작곡가들도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로이는 이런 계약 변경으로 최소 1만곡 이상에 대해 영구히 저작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로이는 저작 인격권을 어겼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드라마에서 작곡가 표기를 생략한 것은 프로그램 제작 여건에 따른 것일 뿐이며, 음반·음원에선 모두 표기해왔다”고 해명했다. 저작권을 로이에 영구 귀속하는 계약을 추진한 이유에 대해서는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마스트로우앤 컨설팅 김종휘 변호사는 “방송프로그램과 작곡가를 중재하는 회사가 저작권을 영구히 갖는다는 것 자체가 이해하기 어려운 계약인데다 그 내용도 회사가 2차 저작권, 저작 인격권 등 사실상 창작자의 권한을 모두 행사하는 유래없는 불공정 계약행위로 보인다”고 했다. 또 “배경음악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는 산업과 저작권 표기를 건너뛰는 방송관행, 젊은 작곡가들의 저작권을 무시하는 음악계 관행 등이 이러한 불공정 계약을 가능하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알려왔습니다

<한겨레>는 8월20일 문화면 “TV 속 배경음악마저 ‘열정 페이’의 결과물이었나” 등 제목의 기사에서 TV·영화 등의 배경음악 제작사인 주식회사 로이가 작곡가들의 저작권을 존중하지 않고 부당한 계약조건을 강요했다는 등의 보도를 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로이는 일부 작곡가들과 계약과정, 저작물의 사용방법, 저작권료 수입 배분방법 등에서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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