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시네마달 제공
다큐 ‘나쁜 나라’ 29일 개봉
세월호 유가족의 1년4개월
그들의 시선으로 본 ‘국가’
진상규명 요구 외면하며
적극적인 ‘악의 얼굴’ 드러내
세월호 유가족의 1년4개월
그들의 시선으로 본 ‘국가’
진상규명 요구 외면하며
적극적인 ‘악의 얼굴’ 드러내
“사람이 진짜 죽을 때는, 잊혀질 때라고 합니다. 다시 한번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2014년 4월16일. 세월호를 잊지 말아 주세요.”
다큐멘터리 <나쁜 나라>(김진열·정일건·이수정 공동연출, 416 세월호 참사 시민기록위원회 제작)는 생존 학생들이 눈물로 호소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세월호에서 살아남은 아이들이 2014년 6월25일 사고 71일 만에 등교하는 날이었다. 국민 모두가 유족이 되어 황망해질 무렵이었지만 돌이켜보면 그때는 무능한 국가에 대한 분노와,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책임감과, 무엇인가가 달라질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다.
그러나 1년 넘는 시간이 흘렀어도 단 한가지 진실도 밝혀내지 못하면서 내상은 안으로 더욱 깊어졌다. 2014년 4월25일부터 2015년 8월까지 유가족들의 모습을 담은 <나쁜 나라>는 자식을 잃은 부모들이 ‘진짜’ 유족이 되어가는 시간을 기록했다.
“구조는 국가의 의무이고 구난은 선주가 책임을 져야 하는 의무다.” 세월호 참사 당시 단 1명도 구조하지 못한 민간업체 언딘은 자신들의 책임을 떠넘기느라 뜻밖의 진실을 말하고야 말았다. 단 1명의 국민도 구조하지 ‘않았던’ 국가의 철저한 책임 방기는 처음엔 단순한 무능처럼 보였지만 그 뒤 진실 규명을 요구하는 유족들을 밀어내며 적극적인 악의 얼굴을 드러낸다. 영화의 제목이 <나쁜 나라>인 이유다.
세월호에 대한 보도가 차고 넘치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 카메라가 어디에 있었느냐가 중요하다. 안산분향소, 광화문광장, 국회의사당, 청와대 앞에서 유족들과 함께 밤샘 노숙을 거듭하면서 제작진은 유가족과 1년 4개월을 한데 섞였다. 촬영시간은 총 500시간. 유가족의 시선으로 담아낸 것은 “살려달라”는 유족의 외침을 못 들은 듯 두어번 스쳐 지나가는 대통령의 옆얼굴, 유족들이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국회에서 음악회가 열리는 데 항의하자 “여러분이 국회에 와계신 것은 내가 특별히 배려한 것입니다. 그런 쌍소리를 의장한테 하는 법이 아니야!”라고 호통치는 정의화 국회의장의 얼굴, 몸으론 그들을 막아서면서도 다리를 떨고 있는 어떤 경찰 등이었다. 정 의장은 뒤돌아서면서 누군가에게 “아까 내 마이크 빼앗은 사람이 유족인지 알아보라”고 지시한다. 이 영화는 실은 유족에 대한 기록이 아니라 유족의 눈으로 본 국가에 대한 다큐멘터리라고 해야 한다.
<나쁜 나라> 개봉 소식이 알려지면서 한 포털사이트 영화소개란에는 900건이 넘는 영화평이 미리 달렸다. 대부분 영화를 보지 않고도 유족과 제작진을 욕하는 내용이다. 46일 동안 단식했던 유민 아빠, 김영오씨는 영화에서 “(국가가 우리를) 벌레만도 못한 사람으로 취급하니 우리가 ‘유족충’ 소리를 듣는다”고 한탄한다. ‘나쁜 국가’를 만드는 것은 누구인가. 책임연출을 맡은 김진열 감독은 “이 영화는 나와 다른 타자, 국가를 비난하기 위한 영화가 아니라 나쁜 나라를 만들고 방관한 공모자로서 우리를 성찰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29일 개봉.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사진 시네마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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