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 유토피아 추모관 로비에 마련된 팬들의 편지. 사진 구둘래 기자
신해철 1주기 추모식 스케치
“아 우리도 하늘이 되고 싶다/ 짓누르는 먹구름 하늘이 아닌/ 서로를 받쳐 주는/ 우리 모두 서로가 서로에게 푸른 하늘이 되는….”(<노동의 새벽>에서 신해철이 싸이와 함께 부른 ‘하늘’)
먼지가 다 씻기고 맑은 하늘을 잘 볼 수 있는 날씨였다. 마왕이 간 지 벌써 1년이 되었다. 신해철 1주기를 이틀 앞둔 10월25일 경기도 안성 유토피아 추모관에서 신해철 1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추모식은 철기군 등 팬클럽의 주도로 이루어졌다. 고인이 생전에 좋아하던 보라색 리본을 단 팬들은 노란 포스트잇에 아쉬운 마음을 표현해서 추모관 로비에 마련된 ‘오빠’의 얼굴에 붙였다.
“오빠, 오빠가 간 후에 잘살고 싶은 그렇게 잘 안 됐어요. 오빠가 행복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 만큼 앞으로는 오빠 생각나도 울지 않고 씩씩하고 행복하게 잘살게요. 사랑합니다.” “행님아 언제 한번 봐야지? 나도 포기 안 할게. 잘 쉬고 있어!” “연습할 때 관객 삼만명 앞에서 공연하는 것처럼 하라는 말씀 지킬게요. 하늘에서도 좋은 음식 많이 하시고 그곳에서는 아프지 마세요 절대!!” “오빠 ○○ 왔다 가요. 담에 또 올게요.” “해철 오빠 작년에 처음 다녀갈 때 1주기에 다시 오겠다 다짐했는데 벌써 오늘이네요. 보고 싶어요. 작년에 쓴 편지는 사라졌지만 제 맘은 그대로예요. ‘Here I stadn for you.’ 작년에 편지 쓸 때 이 말 밖에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을까 했는데 그 문장이 새로운 묘비명이 되었어요. 늘 기다릴게요.”
이날 추모미사 집전 뒤 고인의 유골은 실내 봉안단에서 야외 안치단으로 이동 안치됐다. 야외 안치단에는 1996년 나온 넥스트의 싱글의 노래 ‘히어 아이 스탠드 포 유(Here I stand for you)’가 노랫말로 새겨졌다. “약속, 헌신, 운명, 영원, 그리고 사랑, 나는 여전히 이 말들을 믿는다.”
야외 안치단은 딸 지유의 “빛이 빛나는 눈동자가 있어서 우리를 지켜주었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모티브 삼아 눈 감지 않는 눈동자를 꼭대기에 새겼다. 넥스트 2집의 불사조 모양을 넣은 것으로 일몰 후에도 불을 밝혀 빛난다.
봉인 전 공개된 안치단은 딸 지유가 쓴 편지와 생전에 사용한 안경과 반지, 조이스틱 등 고인의 유물과 서재와 작업실을 형상화한 미니어처가 차지하고 있다.
넥스트 보컬 이현섭은 추모사에서 “그는 한국음악사의 전무후무한 뮤지션이었고 남녀간의 사랑만이 아니라 자아·존재·삶·행복·사회적 문제를 노래했다. 나약한 뮤지션이었던 나에게 음악적인 조언과 세상사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주었다”고 말했다. 다음 추모사를 한 이승우군은 그의 영향으로 음향 엔지니어가 되려고 하는 팬이다. “이런 추모사를 하기에 부족할지도 모른다. 지난해 초 그의 ‘세계의 문’을 듣고 이런 음악이 있다는 것에 놀라서 넥스트의 팬이 되고 신해철 형님의 어록을 따라갔다. 9월30일 마지막 공연을 예매했지만 학교가 바빠 가지 못했다. 앞으로 활동을 계속하겠다는 말을 듣고 안심했는데 그게 끝이었다. 그의 뜻을 받들어 주변의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에 기울이겠다.”
마왕은 지난해 초 노무현 3주기 추모 노래의 제목을 “굿바이 미스터 트러블”이라고 했다. 꼭 1년 전 그는 의료사고 문제를 사회에 던지고 갔다. 사회 문제에 대한 소신 있는 발언자인 그는 대중음악계의 전무후무한 트러블메이커였다. 팬들은 1년이 흘러도 그를 그리워하며 눈이 퉁퉁 부었다. 그의 뜻은 그대로 받들어 ‘굿바이 미스터 트러블’.
“어둡고 무거운 저 하늘 어느 구석에조차 별은 눈에 띄지 않고 있지만 사라진 것은 아니야. 희망은 몹시 수줍은 별 구름 뒤에만 떠서 간절한 소원을 가진 이조차 눈을 감아야만 보이네. 내 마음의 그림 안에선 언제나 하늘 가득 별이 빛나고 바람의 노래를 보면은 구름의 춤이 들려. 하늘의 별이 하나둘씩 사라져가는 것은 땅 위 사람들이 흘린 눈물이 말라가기 때문에.”(로비에 전시된 신해철의 말 중)
안성=글·사진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안성 유토피아 추모관 로비에 마련된 팬들의 편지. 사진 구둘래 기자
신해철 1주기를 이틀 앞둔 10월25일 안성의 유토피아 추모관 평화광장에서 추모식이 거행되고 있다. 사진 구둘래 기자
‘Here I stadn for you’의 노랫말이 새겨진 야외 안치관. 고 신해철은 10월25일 이날 임시로 안치되었던 실내 안치관에서 이곳으로 이동해 영면하게 된다. 사진 구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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