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화상인터뷰에서 처음으로 한국언론과 이야기하는 에드워드 조셉 스노든과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사진 오른쪽). 사진 콘텐숍 제공
다큐멘터리 <시티즌포> 시사회 뒤 한국 언론과 첫 인터뷰
“NSA, 수집한 정보를 대한민국 정부와 공유”
“NSA, 수집한 정보를 대한민국 정부와 공유”
“물론이다. 한국이 감청 대상이 되지 않을 특별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미 국가안보국(NSA) 정보 수집 대상에 대한민국 기업과 정부가 포함되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전 시아이에이(CIA) 요원이며 국가안보국 파견직원이었던 에드워드 스노든(사진 왼쪽·31)의 답이다. 2013년 미국 정부의 민간인 대량 감청 사실을 폭로했던 그는 29일 밤 폭로 과정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시티즌포>의 시사회가 끝나고 처음으로 한국 언론들과 화상인터뷰를 가졌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이 사회를 맡은 이번 인터뷰는 일반인들의 사전질문과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지며 1시간 가량 계속됐다.
미 정부가 프리즘 같은 감시 프로그램을 동원해 구글, 페이스북, 야후 등 인터넷 기업과 버라이즌 등 통신사와 손잡고 자국민과 세계 각국을 무차별적으로 감시했다는 사실을 스노든이 폭로하면서, 정보인권의 문제는 국제적으로 부각됐다. 미국 정부는 국제엠네스티 같은 국제 인권단체를 비롯해 한국과 유럽연합, 일본 등 38개국에서도 일상적으로 사이버 감시를 해왔다.
한국 감청 실태를 묻는 질문에 그는 “공익에 부합한다는 판단이 내려져야 관련 정보를 공개할 것”이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미 국가안보국은 자신들이 수집한 정보를 대한민국 정부와 공유해 왔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북한의 군사적 변화 등 안보관련 정보가 주된 관심 대상이지만 “영미권 동맹국들의 경우를 보면 테러리즘을 차단할 목적이 아니어도 광범위한 정보 공유가 이루어지고 있다”며 민간인 무차별감시와 국가권력간 정보공유가 가진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기도 했다.
국가안보국 하와이 기지에서 일하던 스노든은 2013년 방대한 감청 기록을 가지고 기지를 빠져나와 홍콩의 한 호텔에서 미국 로라 포이트라스 다큐멘터리 감독, 영국 <가디언> 글렌 그린월드 기자를 접선해 폭로를 준비했다. <시티즌포>는 폭로가 진행되는 긴박했던 순간을 담은 다큐멘터리로, ‘시티즌포’는 그가 내부고발을 위해 감독에게 이메일을 보낼 때 사용했던 아이디 이름이다. 스티븐 소더버그가 제작을 맡은 이 작품은 2014년 미국 개봉 당시 아카데미 최우수 다큐멘터리상 등 여러 영화제에서 수상했다. 한국에는 11월19일 개봉예정이다.
스노든의 신상이 공개되자 미국 정부는 그를 간첩죄 등 3가지 죄목으로 지명수배했다. 현재는 위키리크스를 주도했던 줄리언 어산지의 도움으로 러시아로 망명한 상태다. 스노든의 고발 이후 독일과 미국에서도 추가로 내부고발자가 나오면서 미국에선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한 논쟁이 불붙었다.
화상 인터뷰에서 스노든은 “정부가 민간인을 감시하고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이 정부요원과 같은 기능을 하는 방향으로 계속 나아갈 것인지는 정부 소수 권력자들이 아니라 국민들이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상적으로 민간인을 감시하는 목적이 테러 예방에 있지 않다는 점을 여러번 강조했다. “여러분은 지금 범죄가 발생하기도 전에 수사를 받을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살고 있다. 네가 잘못한 일이 없으면 정부가 감시하는 게 무슨 문제냐는 말은, 네가 할말이 없으면 표현의 자유도 필요없다는 논리나 다름없다. 감청은 인권의 문제이며 모두에게 해당되는 문제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사진 콘텐숍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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