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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100만부 팔린 ‘드래곤라자’…판타지 소설의 화려한 등장

등록 2015-11-26 22:42

[광복 70년, 책읽기 70년] (15) 세기말 서점가

영웅모티프·초현실·모험 등 화소
완전히 다른 이야기 문법
온라인 게임의 유행과도 통해
대학도서관 최다대출 서적으로
고상한 ‘어른들’은 언제나 저급하다고 욕하고 심지어 아예 금지하기도 하지만, 청소년과 현대의 대중은 반드시 ‘하위문화’로서의 독서문화를 따로 구성하고 열심히들 읽어왔다. 독서문화의 심층 혹은 저층은 그렇게 대중문학과 장르소설 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그러한 독서문화에는 젠더의 경계선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 대개 남성 독자들은 무협·스포츠·엽기·액션을, 여성은 멜로·로맨스·‘순정’ 등의 코드와 플롯을 더 좋아한다. 그러나 어떤 만화들과 대중소설, 에로·추리물 들은 경계를 넘어 수용된다.

1998년 이영도가 하이텔에서 연재하던 <드래곤라자>
1998년 이영도가 하이텔에서 연재하던 <드래곤라자>
그런데 이 하위 독서문화의 역사와 계보도 90년대 후반에 확 바뀌어가고 있었다. 1998년 이영도가 하이텔에서 연재하던 <드래곤라자>를 12권짜리 책으로 묶어내고 100만부의 판매고를 올렸을 때, 한국 대중문학사와 독서사는 새로운 ‘스테이지’에 도착했다.

‘판타지(소설)’라는 새로운 장르는 일면 전통적인 대중소설과 유사한 영웅모티프, 초현실성, 모험 등의 화소를 갖고 있고 다른 한편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 문법과 흥미성 그리고 문화적 맥락을 갖고 있었다. 유럽인지 중세인지 불분명한 시공간에서의 ‘종족’과 ‘퀘스트’들이 판타지들의 새로운 ‘재미’의 요소들이었는데, 그것은 21세기식 시각문화나 온라인 게임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가진 것이었다.

물론 판타지 독서는 단지 ‘청소년 문화’만은 아니었다. 1990년대 말 2000년대 초 서울대를 위시한 대학 도서관에서 가장 빈번하게 대출되는 책들 중에 판타지가 당당 수위권에 올랐다.

그리고 새로운 장르물 독서는 새로운 독자 문화와 결합하며 ‘폭발’했다. 온라인 공간에 대거 포진한 마니아와 동호인들은 문화 소비와 실천에서 새 시대를 열며 작가와 상호작용했다. 그들 중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자발성과 집요함을 갖춘 ‘덕후’들도 생겨나서, ‘전문가’ 이상의 지식·정보를 생산하고 공유하여 대중지성의 한 축을 새로 구축했다. 나아가 팬덤과 동호인 문화는 또다른 하위문화적 독서의 양상을 창출했는데, 바로 팬픽이나 ‘동인지’의 창작·제작에 팬들이 직접 나서는 ‘2차 창작’이었다. 그들 중에는 상당한 수의 여성들이 포함됐는데, 그들은 비슷한 또래와 취향의 집단 속에서 ‘2차 독자’를 만들어냈다. 이 강력한 ‘하위문화’는 현재도 문화의 저류에서 도도히 흐르고 있다.

천정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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