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웹툰이 새로운 문화 한류의 대표주자로 떠오르고 있다. 2015년 한해 수출액만 2556만달러에 이른다. 다른 나라엔 거의 없었던 디지털 만화라는 형식을 퍼뜨리며 지난 4년 동안 해마다 수출액을 20%씩 늘려왔다. 한국 웹툰의 강점으론 다양성이 꼽힌다. 한 장르에 쏠림없이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각 나라마다 현지 사정과 선호에 맞춰 한국 웹툰을 받아들일 수 있는 배경이다. 실제 대만은 러브 스토리, 일본은 역사극, 중국은 가족 드라마로 나라마다 선호하는 한국 드라마가 다르듯 인기 웹툰도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다. 세계 곳곳을 파고드는 웹툰 한류 대표주자들을 나라별로 살펴본다.
■ 시작은 캠퍼스 로맨스로
지난해 12월부터 미국 서비스를 시작한 레진코믹스에서 미국 독자들이 가장 많이 본 웹툰은 고등학생 사촌남매의 미묘한 관계를 소재로 한 <말할 수 없는 남매>(윌로우 작가)다. 레진코믹스는 한국에선 성인물로 인지도를 높였지만 미국에선 소꿉친구로 지낸 두 친구의 대학생활을 그린 <딸기와 밀크티>(3위, 팀해장 작가), 고교 액션물인 <소년이여>(4위, 병장 작가) 등의 학원물이 상위에 올랐다. 한국만화작가조합 소속 작가들의 작품을 영어로 서비스하는 스팟툰에서 가장 많이 본 무료 웹툰은 연예계를 배경으로 아이돌 권력의 내부를 묘사한 <이미테이션>(박경란 작가), 가장 많이 팔린 유료 웹툰은 판타지 로맨스물 <나의 빛나는 세계>(마루 작가)다.
캠퍼스 로맨스물이 특히 영어권 독자들에게 인기를 얻는 이유는 웹툰이라는 낯선 장르를 소비하는 외국 독자들의 연령이 주로 10~20대 초반인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현철 레진엔터테인먼트 총괄피디는 “미국에선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흡수가 활발한 젊은층을 중심으로 이용이 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대만, 프랑스에 웹툰을 서비스하는 탑툰 관계자는 “탑툰에선 성인로맨스 <에이치(H)-메이트>(거북발 작가)가 여러 나라에서 고루 1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낯선 장르를 접하면서 연애라는 가장 보편적인 소재를 먼저 택하는 추세”라고 했다.
■ 센 이야기 찾는 나라들
국내 웹툰 시장에서 절반이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는 네이버는 어떨까? 네이버 계열 라인웹툰 서비스에서 아시아 독자들에게 인기있는 웹툰은 <마음의 소리>(코믹, 조석 작가) <오렌지 마말레이드>(로맨스, 석우 작가) <외모지상주의>(학원·드라마, 박태준 작가) <기기괴괴>(미스터리 스릴러, 오성대 작가) 등이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중국 시장에서 <기기괴괴>의 성공이다. 지난 10월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국제만화축제에 설치된 <기기괴괴> 체험관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섰다고 한다. 특히 살인과 신체 절단까지 그린 ‘성형수’편은 지난해 중국 제작사와 영화 판권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탑툰 대만 서비스에선 신혼여행에서 아내를 잃은 남편이 복수를 시작한다는 내용의 <각성>(강우봉 작가)과 딸을 강간한 범인들을 직접 응징하는 아버지를 그린 <청소부케이(K)>(신진우·홍순식 작가) 등이 인기가 높다. 폭력묘사의 수위가 높은 이들 웹툰이 특별히 인기를 얻는 이유는 창작물의 성적 표현에는 관대하지만 폭력 표현은 엄격히 규제해온 나라들에서 잘 접하지 못했던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 만화강국들은 스토리
아시아에선 만화의 변두리 장르 특성이 살아있는 엽기적이거나 기발한 만화들이 인기라면, 전통적 만화강국인 프랑스와 일본에선 이야기가 중요하다. 성인 독자들을 위한 개성있는 이야기가 주목받는 프랑스의 경우 다른 나라와는 독자 연령대나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 탑툰 프랑스 웹툰에선 좀비호러물 <살아있다>(3_4 작가)와 30대 남자의 일상툰 <보통남자>(악어인간 작가)가 인기다.
레진코믹스 일본 웹툰은 김보통 작가의 <아만자>가 1위를 차지했다. 말기 암 선고를 받고 죽음을 향해 가는 주인공의 현실과 마음을 생생하게 그린 <아만자>는 일본 만화전문 출판사 가도카와와 단행본 계약을 맺었고 ‘다카라지마사’ 잡지가 선정하는 2016년 기대작으로 뽑히기도 했다. 출판만화 전통이 유지되어온 일본에서 웹툰으로 건너가 출판하는 한국 만화까지 생겨난 것은 웹툰의 현지화를 기대하게 한다.
남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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