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감독의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김민희가 18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수상 기념 기자회견 중 은곰 트로피를 앞에 둔 채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67회 베를린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김민희씨가 현지 인터뷰에서 “여성(영화인)으로서 차별은 느끼지 못한다”고 말해 누리꾼들의 비판을 사고 있다.
김민희씨는 18일(독일 현지시각) “활동하면서 여성으로서 뭔가 다른 차별은 느끼지 못했다. 굉장히 좋은 여성, 여배우들이 많고, 남성 영화가 많기 때문에 남자 배우들이 더 두드러지게 보이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냥 그거는 주어진 사회나 상황에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별로 그렇게 크게 불만을 갖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30대 여성 배우로서 겪어온 현실과 입지를 설명한 것. 그는 수상 소감을 준비하지 못한 듯 자주 말을 멈추며 답변을 이어갔다.
그의 필모그래피엔 여성주의 성격이 강한 영화가 적지 않다. 주요 작품으로는, 톱 여배우 6명이 즉석 대사와 연기로 배우의 삶을 솔직하게 표현해 화제를 모은 <여배우들>(감독 이재용·2009), 신상 전체가 미스터리인 여성을 연기해 부일영화상 여우주연상을 받은 <화차>(변영주·2012), 일제강점기 때 동성애에 빠진 귀족 여성을 연기해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아가씨>(박찬욱·2016) 등이 꼽힌다. 특히 주체적이고 자유로운 삶을 선택하는 ‘히데코’ 역으로 열연한 <아가씨>는 페미니즘 이슈와 맞물려 에스엔에스(SNS)에서 팬덤이 형성되기도 했다.
홍상수 감독의 새 장편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 ‘베를린의 여왕’이 된 김씨는 이 영화에서 유부남 영화감독과 사랑에 빠진 주인공 ‘영희’ 역을 맡았다. 홍 감독과 실제 연인 관계로 알려진 김씨는 지난해 ‘불륜’으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로맨틱, 성공적’ 등 유행어를 낳으며 ‘외도’ 논란을 일으킨 배우 이병헌씨는 지상파 출연, 영화제 참석 등 공식활동을 지속했으나 김씨는 불륜설이 불거진 뒤 8개월 동안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나 세계 정상급 배우들이 성차별 해소를 위해 앞장서고 있고, 최근 한국여성민우회 등 여성단체와 <씨네21> 등 영화 전문매체에서 ‘영화계 성차별·성폭력’ 관련 대담과 포럼이 10여 차례 열릴 정도로 영화계 내 성차별 문제가 전면화하는 와중에 나온 김민희씨의 수상 소감은 누리꾼들 사이에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누리꾼들은 “진짜 차별을 안 받은 건지 정신승리인지 모르겠지만, 동료 배우들이 처한 상황엔 관심도 없었나요?”(@syno***) “남녀를 불문하고 실력과 인기를 모두 가진 많은 배우들이 페미니즘 운동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그분들은 한가해서 그럴까”(@wows******) “저 큰 무대에서 별 생각 없이 성차별주의자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했다. 별 생각이 없는 게 이렇게 위험하다”(@heat****) 등 대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석진희 기자 ninan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