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가로 낙찰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 ‘살바토르 문디(구세주)’.
미술품 경매 사상 역대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단숨에 2배 이상 뛰어넘는 가격이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4억5030만 달러(약 4979억원)에 낙찰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 ‘살바토르 문디’(구세주) 이야기다. 살바토르 문디의 ‘어마어마한’ 낙찰 가격은 미술 문외한들마저 이 뉴스를 다시 보게 만들었다. 살바토르 문디를 계기로 경매장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그림들의 역사를 살펴봤다.
1.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살바토르 문디’
우선 화제를 뿌린 살바로트 문디부터 살펴보자. 1억 달러에서 시작한 살바토르 문디 경매는 순식간에 3억 달러를 돌파했다. 19분만에 4억 달러에 이르렀고, 역대 최고가인 4억5030만 달러에 낙찰됐다. (
▶기사 바로가기: 다빈치의 ‘구세주’, 미술품 최고가 5천억원에 낙찰) 6년 전에는 누가 그린지도 몰랐던 작품이 순식간에 미술계의 역사를 다시 쓴 것이다.
살바토르 문디가 진품으로 인정받은 건 6년 전이다. 유럽의 궁정 벽을 전시해오던 살바토르 문디는 1900년에 영국의 미술품 수집가의 손에 넘어갔다. 그러다 1958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단돈 60달러에 팔렸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진품으로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에다. 그림은 덧칠과 훼손도 심했다. 2011년 다빈치의 진품이 확인된 뒤 이 작품을 구입한 사람은 러시아의 부호이자 AS모나코 구단주인 드미트리 리볼로플레프다. 2013년 1억2750만달러(약 1422억원)에 구입해 소장해왔다.
“다빈치가 일부 참여한 작품이다.“
“그림 속 손모양이 다빈치의 해부학 지식을 반영하지 못했다.”
진품 판정 이후에도 이 작품의 진품 여부는 계속 논란이었다. 그럼에도 최고 경매가를 기록할 수 있었던 건 크리스티의 대대적인 홍보 덕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크리스티는 이 작품을 ‘남자 모나리자’라고 적극 홍보했다. 경매를 앞두고 홍콩, 런던, 샌프란시스코, 뉴욕에서 열린 프리뷰 전시에는 2만7000여명이 몰려 단일 작품 최대 관람객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매수자는 전화로 경매에 참여했으며, 누가 이 작품을 샀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2015년 5월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1억7936만5000달러에 낙찰된 파블로 피카소의 그림 <알제의 여인들>. 뉴욕/AFP
2. 파블로 피카소의 ‘알제의 여인들’
살바토르 문디가 경매에 나오기 전까지 최고가는 파블로 피카소의 ‘알제의 여인들’이었다. 알제의 여인들은 2015년 5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1억7936만5000달러(약 1967억원)에 팔렸다. 피카소가 1954~1955년 그린 유화로, 미술 전문가들은 이 작품에 대해 “구도·면·분할 방식이 피카소의 걸작 중 하나”라며 감탄하기도 했다. 이 작품 역시 누가 샀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 작품의 경매가 이뤄진 2015년은 세계적 경기 침체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들이 경매 시장으로 대거 몰리고 있었다. 당시 뉴욕 크리스티 경매의 한주간 낙찰가 총액이 10억 달러(약 1조5000억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피카소의 작품이 최고가로 낙찰됐을 때 작품보다 더 큰 울림을 준 건 피카소가 생전에 남긴 말이었다.
“그림을 사며 돈을 내는 행위는 예술의 본질적 가치와 관계 없다.
그들이 알 수 없는 말로 칭송하는 것은 단지 돈에 대한 탐욕 때문이다”
- 파블로 피카소
3. 아메데오 모딜리아니의 ‘누워있는 나부’
역대 3위에 해당하는 작품은 이탈리아의 20세기 화가 아메데오 모딜리아니의 회화 <누워있는 나부>다. 이 작품 역시 2015년 11월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1억7040만 달러(약 1972억원)에 낙찰됐다. 모딜리아니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힌다.
1917~1918년께 그려진 유화로 붉은색 쇼파 위에 나체의 여인이 누워 있다. 당시로선 담대했던 작품인 탓에 프랑스 파리에서 처음 전시됐을 때부터 거센 논란이 일었다.
(▶기사 바로가기: 모딜리아니 ‘누워있는 나부’ 1972억원 낙찰…역대 2위)
이 작품이 경매에 부쳐졌을 때, 작품 가격보다 더 관심을 끈 건 입찰에 참여한 사람이었다. 작품은 중국 상하이의 롱미술관 설립자인 미술품 수집가 류이첸과 왕웨이 부부에게 낙찰됐는데, 이들과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인 사람이 한국인 미술품 딜러 신홍규 씨였다. 신 씨는 당시 경매에서 1억4200만달러(약 1640억원)을 불러 경매 참가자들을 놀라게 했다.
프랜시스 베이컨의 ‘루치안 프로이트의 세 가지 연구’
4. 프랜시스 베이컨의 ‘루치안 프로이트의 세 가지 연구’
네 번째로 높은 낙찰가를 기록한 작품은 영국 표현주의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의 ‘루피안 프로이트의 세 가지 연구’다. 2013년 11월 미국 뉴욕크리스티 경매에서 1억4240만 달러(1528억원)에 낙찰됐다. 베이컨이 그의 친구이자 동료 화가인 프로이트가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을 그린 세 폭의 회화 작품이다. 1969년에 그려졌다. 이 작품의 낙찰가가 놀라웠던 건 그때까지 경매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던 작품이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에드바르트 뭉크의 ‘절규’였기 때문이다.
베이컨의 예술세계는 난해하고 괴기스럽다. 베이컨의 친구인 데이비드 실베스터는 25년간 9차례의 걸쳐 베이컨과 한 인터뷰를 정리해 책
<나는 왜 정육점의 고기가 아닌가>를 펴냈다. 베이컨은 인터뷰에서 “나조차 내가 한 작업에 상당 부분을 이해하지 못한다. 누군가 내 작품을 구입하리라고는 전혀 기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그가 숨을 거둔지 30년도 지나지 않아 1500억원이 넘는 금액으로 거래되고 있다.
5. 에드바르트 뭉크의 ‘절규’
다섯 번째로 비싸게 팔린 작품은 노르웨이 화가 에드바르트 뭉크의 ‘절규’다. 2012년 5월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1억2000만달러(1358억원)에 낙찰됐다. 이 작품의 소유자는 뭉크의 친구이자 후원자였던 토마스 올센의 아들인 사업가 페테르 올센이었다. 그는 뭉크가 이웃해 살던 노르웨이 비츠텐에 새로운 박물관과 아트센터, 호텔을 짓기 위해 그림을 경매에 부쳤다. (
▶기사 바로가기: 뭉크 ‘절규’, 1358억원 낙찰) 이 작품 역시 15분 만에 전화로 참가한 익명의 낙찰자에게 팔렸다.
뭉크의 절규 이전 미술품 경매 최고가는 2010년 5월에 팔린 파블로 피카소의 ‘누드, 녹색 잎과 상반신’(1억650만 달러)였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