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북한을 찬양한 이적표현물로 지목돼 정부에 몰수된 민중미술 작가 신학철(74)씨의 유화 <모내기>가 29년만에 검찰창고를 벗어나 미술관으로 들어갔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지난 26일 오전 검찰 쪽으로부터 서울중앙지검 압수물 보관소에 있던 <모내기>를 인계해 과천관 수장고에 입고시켰다고 27일 <한겨레>에 밝혔다.
미술관 관계자에 따르면, <모내기>는 당분간 미술관이 위탁관리하는 형식으로 임시보관하며, 훼손된 부분에 대한 점검, 분석과 수리보존 작업도 같이 진행하게 된다. 법적으로 몰수상태여서 전시를 할 수 없는 기묘한 소장품이 되는 셈이다. 앞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지난 12월29일 “검찰이 별도의 처분 없이 <모내기>를 보관하고 있으나 보관 장소와 방법이 적절치 못해 작품이 일부 훼손된 상태”라며 “국립현대미술관 위탁 보관 방안을 검토하도록 지시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신 작가가 1987년 그린 <모내기>는 화폭 위쪽에 백두산 천지를 배경으로 잔치하는 이들을 배치하고, 아래쪽에는 농민들이 미국 등 외세를 상징하는 코카콜라 등을 써레로 쓸어버리고 모내기를 하는 장면이 그려진 유화다. 검찰은 1989년 이 작품을 북한을 찬양한 이적표현물로 지목해 압류한 뒤 신 작가를 기소했고, 1999년 파기환송심에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작가에게는 징역 10개월의 선고유예와 그림 몰수를 선고했으며, 같은 해 11월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됐다. 2000년 신 작가의 특별사면 뒤 작가와 문화예술단체들은 작품 반환을 요구했고, 2004년 유엔인권이사회도 반환을 권고했으나 법무부는 “현행법상 몰수 처리된 물건을 반환할 방법이 없다”며 지금까지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신 작가는 “아직 몰수상태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보존여건이 갖춰진 미술관으로 들어와 다행스럽다”며 “29일 과천관을 찾아가 <모내기>를 확인하고 문화체육관광부, 미술관 쪽과 작품 보존 방향 등에 대해 협의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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