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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블랙리스트 엄중처리하되, 제2블랙리스트 되지 않도록”

등록 2018-06-11 09:06수정 2018-06-11 09:23

취임 1년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7일 오후 서울 서계동 문체부 서울청사 집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7일 오후 서울 서계동 문체부 서울청사 집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남북한 교류의 성과를 꼽을 땐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졌다. 그러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에 대해 날선 질문이 거듭되자 답답함과 당혹감도 내비쳤다.

지난해 6월19일 “영혼이 있는 공무원이 되어달라”고 직원들에게 당부하며 문화체육관광부 수장 자리에 오른 도종환 장관이 취임 1년을 맞아 <한겨레>와 7일 서울 서계동 문체부 서울사무소 3층 집무실에서 만났다. 도 장관은 차분한 말투로 남북 문화체육 교류 등 쉴 틈 없이 밀려오는 부처 현안들에 대해 조곤조곤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그는 “남북 화해로 국운이 다시 돌아오는 것 같다. 문화, 체육, 관광이 국가의 운명을 바꾸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자부심을 드러내면서도 “평창올림픽과 남북정상회담으로 물꼬를 튼 남북 문화 교류에 대해 원칙을 갖고 합의한 것들부터 차근차근 질서있게 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예민한 현안인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와 제도 개선, 연루자 징계 등에 대해선 “일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하는데, 새로운 블랙리스트가 될까봐 고민”이라는 속내도 털어놓았다. 최근 일본에서 공개돼 관심을 모은 백제금동관음보살입상의 환수 문제도 철저히 준비하고 정확하게 파악해 국내로 갖고 올 수 있도록 애쓰겠다고 답변했다.

■ 남북 문화예술교류
합의한 것부터 차근차근해야 성과
겨레말사전·만월대 발굴 계획은
언어·역사 등 동질성 회복 위한 것

■ 블랙리스트 후속조처
조사위 징계권고안 곧 나와
법률적으로 검토해 기준 마련
‘부역자’ 단정해 무조건 반대 곤란

―남북 문화예술공연이 남북정상회담으로 가는 데 중요한 구실을 한 것 같다.

“정치적인 회담만으로는 정서적 소통이 안 된다. 스포츠나 대중예술 교류는 때로는 국민들을 감화시키고 때로는 하나로 만들기도 한다. 문화예술체육이 문화적 동질성을 회복하는 데 있어 유효하고 중요한 수단이라고 본다.”

―남쪽 예술단의 평양 공연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안한 ‘가을이 왔다’ 공연은 준비하고 있나?

“남북 고위급회담 뒤 북쪽에서 적극적으로 제안을 했다. ‘양쪽 정상이 합의한 걸 차례차례 하는 게 맞지, 그거 안 됐는데 다른 거부터 하면 안 된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남쪽은 각계각층에서 교류 요구가 많으니까 이것저것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서로 하자고 합의한 것부터 질서있고 차분하게 하는 게 맞다. 또 남북이 서로 같이 해서 지속적인 성과를 낼 수 있고, 서로 도움이 되는 것들로 교류를 시작해야 한다.”

―우선 추진할 사업으로 겨레말 공동사전, 개성 만월대 발굴 등 서너 가지를 이미 얘기했다.

“북-미 정상회담 뒤 우선 해야 할 일은 완전한 비핵화다. 종전선언, 평화협정 체결의 순서로 전쟁 없는 한반도를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 두번째로 집중하는 게 언어의 동질성 확보다. 70년간 분단되면서 언어가 어떻게 이질화됐는지 확인하고 정리하는 게 필요하다. 이를 위해 ‘겨레말 큰사전’을 만들다 중단됐으니 재개해 남북 언어를 학자들이 논의하고 둘 사이 다른 것, 공통된 것을 찾아봐야 한다. 세번째로 중요한 게 역사의 동질성 회복이다. 같은 국가에서 민족이 함께 살던 때가 고려, 조선 시대이고 고려 수도가 개성이었다. 14세기 홍건적의 침입으로 불탄 고려 궁터인 만월대 발굴사업을 재개하려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애초 남북이 공동발굴 하면서 6만점 가까운 유물이 나왔고, 사업이 중단된 전후로 금속활자 3~4점이 더 나왔다. 활자 자체가 거의 남아 있지 않던 상황에서 발굴은 의미가 컸다. 가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여는 고려 건국 1100주년 ‘대고려전’에 공동발굴한 유물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정치적 논의와 언어, 역사, 문화의 동질성을 회복하는 일이 동시에 진행돼야 통일로 가는 데 남북교류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렇게 체계를 잡아 끌고 가고 싶다.”

―블랙리스트 연루 의혹 인사의 예술경영센터장 임명, 문학관 추진위원 선임이 논란 끝에 모두 취소나 사퇴로 끝나면서 마무리됐다. 관료들에게 휘말리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에서 관련자 징계 권고안을 곧 보내온다고 해 기다리는 중이다. 결과가 오면 법률적으로 검토해 엄중 처리할 거다. 조사위원이 조사기간 중 아는 내용을 바로 언론에 제공한다거나 개인적으로 에스엔에스(SNS)에 못 올리게 돼 있다. 위원 자격으로 문제로 느끼는 부분은 부처에 지적하고 내부에서 상의해야지, 에스엔에스에 먼저 올려 비판하는 건 이해가 안 된다. 나중에 들어보니 인사 논란에 오른 분들이 소극적 방조를 했다는 것으로 나오더라. 부역자란 표현은 낙인 효과가 있어 조심해야 한다. 국립문학관 같은 경우도 문재인 정부가 됐으니 (추진위원들도) 진보가 돼야 한다 이런 식은 안 된다. 보수와 중도, 모두가 함께 시작부터 가야 한다. 그중 이 사람은 부역자라고 리스트를 만들어 기관장도 안 되고 위원도 안 된다는 식의 일정한 기준을 정하면 그 자체가 또다시 블랙리스트가 될 수 있다. 물론 인사 문제가 생겼을 때 함께 상의한다거나 좀 더 면밀히 살피지 못한 건 우리 불찰이다.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의 후속 조처와 관련해서는 문화예술계와 이행협치추진단을 만들기로 했다. 제대로 지켜보며 감시하자는 거다. 이행 방식에 불만을 가진 분들과도 적극적으로 만나 설명도 하고 이야기도 들을 예정이다.”

―지난달 발표한 문화비전 2030에서는 문화예술계가 주장하는 국가예술위원회를 수용하지 않았다.

“문화예술위를 통해 블랙리스트가 작동되는 걸 보고, 공정하고 자율적인 기구로 운영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제안한 것으로 본다. 그러나 방송통신위원회 같은 국가 차원 위원회가 되면 보수·중도·진보가 3분의 1씩 나눠 구성될 공산이 크다. 그러면 지금 그리는 개혁적인 예술위 상이 만들어질지, 정권에 따라 근간이 흔들렸던 방송계처럼 공전을 되풀이할지 생각해볼 지점이 있다. 투명하게 끌고 갈 기구를 원한 건데 법적으로 되겠는가란 고민이 생기고, 민간위원을 국가위원으로 만들었을 때 정권이 바뀌면 어떻게 될까란 고민도 있다. 또 정책과 예산을 산하 위원회로 다 내려보내면 문체부는 해체 수순으로 가야 한다. 예술 지원의 독립성과 공정성,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부처를 형해화시키는 게 맞나도 생각해봐야 한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7일 오후 서울 서계동 문체부 서울청사 집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7일 오후 서울 서계동 문체부 서울청사 집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 주52시간 노동제
예술노동은 장르별로 특성 달라
내달까지 가이드라인 만들 것

■ 백제 금동관음상 환수
일본이 팔겠다고 바로 되는 게 아냐
철저히 준비해 국내로 가져와야

―7월부터 문화예술계도 주 52시간 노동제를 도입해야 한다. 문체부도 콘텐츠 관련 업계의 관련 토론회를 여는 등 가이드라인을 준비중이라고 들었다.

“시간이 필요하다. 현장에서 뛰는 사람들을 보면 다들 너무나 힘들게 일하고 있다. 그런데 예술노동은 특성이 다 다르다. 방송, 영화 등은 몇개월간 집중적으로 매달려 만들지 않나. 대중음악과 공연예술은 또 일하는 방식이 다르다. 장르별로 다양한 양상을 감안해야 한다. 게임은 아예 최저임금과는 다른 별도의 임금체계를 가져야 할 만큼 작업이 특별하지 않나. 어떤 부분에서는 예외 적용이 필요할 거다. 기본적으로 주 52시간 기준을 적용하되 장르별로 다르게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7월까지 기초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겠지만 시간을 갖고 더 정교한 세부안을 다듬어갈 계획이다.”

―<한겨레> 취재로 80년 전 일본에 반출된 백제 금동관음상의 존재가 최근 확인됐다.([단독] ‘백제의 걸작’ 90년만에 빛…진품 공인되면 수백억 가치) 환수하려면 상당한 금액이 필요한데 어떻게 대책을 세울 건가?

“이렇게 아름다운 미소를 가진 백제 불상이 여태까지 소재 파악도 못하다 나타났나 싶어 많은 생각을 했다. 정말 우리가 새로 들여다봐야 할 불상이 일본에 있는데 그렇다고 당장 가져올 수도 없다. 소유자 쪽에서 단순히 팔겠다 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문화재 환수는 당장 될 것 같아도 막상 가보면 상황이 달라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값이 갑자기 뛰기도 하고, 철저히 준비하지 않으면 휘둘리게 될 수도 있다. 일단 소재가 파악됐으니 재원 마련을 포함해 잘 준비해 갖고 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립문학관 설립과 관련해 문단만 챙기냐는 다른 예술 분야의 시선들이 있다.

“오해다. 연극인에게는 국립극장, 미술인들은 국립현대미술관이 있다. 영화나 만화 등은 장르별로 진흥을 위한 위원회가 있다. 국제 규모의 영화제는 또 얼마나 많은가. 반면 문학은 나라를 대표하는 시설도 없고, 부산영화제 10분의 1 예산 규모의 국제행사도 해본 적이 없다. 반면 중국, 일본, 러시아 등 다른 나라들에는 대표성을 지닌 국가 문학관이 있다. 기초예술 중의 기초예술인 문학에만 없던 대표 기관을 만들자는 거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용산국가공원 터 옆에 문학관을 지으려는 안을 반대하고 있다.

“박 시장을 몇번 만났다. 허가 못한다는 입장이 명확하더라. 용산국가공원 밖에 있는 문체부 소유의 땅인데 허가를 안 해주니 난감하다. 박 시장이 대안 2개를 냈다. 하나는 용산 국립한글박물관 바깥 도로 위에 쇳대(쇠기둥)를 세워 하늘 위로 지어 올리면 허가하겠다는 거다. 그러면 수장고를 지을 수 없다. 두번째 대안인 서울 도심 중학동 대한항공 소유 땅(옛 미 대사관 직원 숙소)에 지으려면 땅값이 너무 비싸다. 시가가 7천억~1조원이라더라. 둘 다 대안이 아니다. 표류중이다.”

인터뷰 김은형 문화스포츠에디터, 정리 노형석 김미영 기자 nuge@hani.co.kr

도종환 장관의 지난 1년은….

△2017년 6월19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취임

△2017년 7월31일 민관 합동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출범

△2018년 1월20일 평창겨울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결성 확정

△2018년 3월31일 남쪽 예술단과 함께 방북

△2018년 5월16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관련 공식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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