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퀴리 부인이 아니야. 내 이름은 마리.”
노벨상을 최초로 두 번이나 수상한 과학자 마리 퀴리(1867~1934)의 생애에 상상력을 더한 창작뮤지컬 <마리 퀴리>가 올 한해 문화계를 달군 ‘여성주의 바람’을 이어간다. 뮤지컬 <레드북>과 <베르나르다 알바>, 연극 <인형의 집> 등 여성 중심의 서사가 잇따라 선보인 올해 공연계 분위기를 내년까지 이어가는 작품이다. 마리 퀴리가 ‘라듐’을 발견하는 과정과 라듐의 유해성에 노출된 직공들을 일컫는 ‘라듐 걸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낸 팩션 뮤지컬로 자신의 순수한 연구가 예상치 못한 비극을 초래한 것에 고뇌하는 마리 퀴리의 인간적인 모습을 담아냈다.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열린 <마리 퀴리> 간담회에서 진행을 맡은 윤진희 인하대 물리학과 교수는 “마리 퀴리가 태어난 폴란드에서는 여성에게 대학교수직을 주지 않아 마리는 프랑스로 유학을 가 결혼하고 정착해 연구를 했다”며 “라듐 발견 뒤에도 남편을 잘 만난 덕이라는 이야기에 시달려야 했는데 노벨상을 두 번이나 받은 위대한 과학자의 이야기를 뮤지컬로 만나게 돼 같은 과학자로서 기쁘다”고 말했다.
연출을 맡은 김현우 연출가는 “누군가의 아내, 어머니가 아닌 마리 퀴리라는 과학자가 자신의 순수한 과학적 호기심과 발견으로 미리 인지하지 못한 어떤 비극과 마주쳤을 때 갖는 딜레마에 집중하고 싶었다”면서 “남편 피에르 퀴리와의 대립 역시 ‘남편과 아내’가 아닌 ‘과학자 대 과학자’로서의 갈등으로 그려내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번에 마리 퀴리 역을 맡은 배우 김소향(38)은 “이번 작품에 대한 뮤지컬계 여배우들의 관심과 자부심이 대단하다. 로맨스 속 인물이 아닌 과학자인 한 인물을 연기한다는 것에 부러워하기도 하고 응원도 많이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마리 퀴리 역에 더블 캐스팅 된 배우 임강희(37) 역시 “(대학로에) 여성 서사를 가진 공연이 없어 나이가 들어가는 여자 배우로서 더욱더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극 중 마리 퀴리가 부르는 노래에도 과학자로서의 연구 의지와 고뇌가 담겼다. 라듐의 유해성에 대해 갈등하는 과정에서 “우린 발견자야. 구원자가 아니야”(노래 ‘어둠 속에서’)라고 하거나 “지키고 싶은 것이 있어, 가보고 싶은 길이 있어”(노래 ‘예측할 수 없고 알려지지 않은’) 노래하는 장면 등은 위인전을 통해 알려진 평면적인 ‘퀴리 부인’ 이미지를 생생하게 느끼게 한다.
<마리 퀴리>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선정한 ‘2018 공연예술창작산실?올해의 신작’에 꼽힌 기대작 중 하나다. 제작사 라이브의 창작뮤지컬 공모전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시즌 2’에 선정된 작품이기도 하다. 대학로를 대표할 여성주의 작품이 될 수 있을지 관객들의 평가만 남았다. 내년 1월6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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